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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산책 - 세상의 투사 投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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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4월 11일)
포석의 산책 - 세상의 투사 投射
새벽 5시 21분.
지평선, 그러니까 반상의 테두리를 그렸다.
그 후에는 뭘 할까.
처음에는 세상 또는 내면에 떠오른 이미지 또는 상징을 투사하고 싶었을 것이다.
무엇이 투사되었을까?
삶의 방식, 그림, 관념, 세상이 흘러가고 돌아가는 방식,…
그런 거 아닐까.
오늘 우리는 그것을 바둑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아는 바둑이 아닌, 다른 것도 있었을까?
삼재정위국
있었다.
저번에 보여드린 천지부재도
적정록 適情錄(1525년 경)에 실린 삼재정위국 三才定位局
대체 이게 뭘까?
옆에 몇 글자 써붙여 있는데, 내가 無知한 때문에 모르는 걸까.
글쎄다.
형식적 신비주의에 빠진 도형이라고 본다. 굳이 바둑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리.
그건, 옆에 쓰인 글자를 약간만 파고 들어가도 될 터인데, 판단이 빠를지 몰라도 내 그거까지는 시간을 들이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아는 바둑, 그 바둑이 아닌 다른 바둑판과 바둑돌을 사용한 모형, 세계도 있긴 있었다.
그러나 바둑판과 바둑돌이 창안된 시초에는
우리가 아는 바둑이 성립되었으리라고 나는 본다.
천문학?
점 占?
계산?
별로 신통찮다.
남아있는 고고학적 자료도 없고
추론의 근거가 될 만한 출발점도 마땅찮고
실제 활용도를 보일 만한 제대로 된 추론도 없다.
굳이 갖다붙일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물론,
바둑이 - 바둑판과 바둑돌을 사용한 - 다른 그 어떤 것에 그 기원 起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가질 수도 있다.
바둑판 따로
바둑돌 따로
그렇게 다른 용도로 사용되던 것이 하나로 합쳐졌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심리학이나 인류학, 고고학, 풍속사 등등에 관심을 붙이는 것이 바둑의 기원과 형성에 대한 훨씬 의미 있는 추론과 근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바둑판과 바둑알은 그 어떤 실제 다른 활용물에 그 용도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근거도 부족한 상태에서 논리적인 추론을 지속하는 것에는 한계가 적지 않다.
한계를 인정하고 적당히 살갑게 옆에 두도록 하자. 이것이 나의 태도이자, 바둑에 대해서 지금까지 가진 지식이 추천하는 바다.
風塵客님이 매니아 광장에 쓰신 글 - Sikkim에서 -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그 정도도 사실 쉽지 않으리. 그 정도의 추론도 그 동안 없었다. 추론과 근거에 노력이 실린 추적이다.
그래서 나는 넘어간다.
바둑이라는 게임은 세상의 투영이었다고.
바둑판과 바둑돌이 먼저였는지,
바둑이라는 게임이 먼저였고 바둑판과 바둑돌은 게임을 표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적당한 선에서 판단을 유보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 왔다.
바둑을, 우리가 두는 바둑이, 전쟁의 모형이라는 점을 그냥 인정하기로 한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전쟁에서 이길 것이냐?
바로 그 점에 관심을 기울일까 한다.
그것을 이제부터의 주제로 하겠다.
아침 6시 06분.
p.s.
앞으로 다음과 식으로 일기를 읽는 분들께 부족하나마 답을 드릴까 합니다.
틀린 답이면 다시 고치겠습니다.
풍진객 님.
시킴의 규칙에서, 사활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돌을 따낼 경우에는 언제나 일종의 패감 규칙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저도 의문을 갖는데, 그렇다면 사활에서는 돌을 미리 따낼 필요가 없지 않은가? 바로 그것입니다. 자료가 허전합니다.
누은사람 님,
님이 말씀 주신, 얽혀있는 흑백, 답이 없는 사활, 그런 점에 대해서 제가 불안정과 불확실로 표현한 적이 있는데 맞는 이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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