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석의 산책 - 땅이 먼저다
|
|
|
|
|
나의 반상 일기(4월 5일) - 포석의 산책 - 땅이 먼저다
깊은 밤 1시 59분.
게임을 만들어낸다.
그건 단순하지 않으리.
고누와 같은 게임에서 바둑이 유래되었다?
아닌 듯하다.
바둑은 死活이 중요하고 집 또한 놓칠 수 없다.
바둑은 특정한 형태를 이뤄가는데 초점을 두는 게임이 아니다.
장기와 같은 게임과도 다르다.
장기는 모든 器物이 다른 모든 器物을 잡는 게임.
역할 인식이 잘 결정되어 있는 게임이다.
바둑은 각 돌에서 특정한 역할 인식이 없다.
내면이든 우주이든 형상을 본받은 바둑의 세계.
심오한 철학이 먼저였을까.
우연히 직선으로 이뤄진 地方 위에서 전쟁을 모형으로 했을까.
바둑 두는 행위를 黑白으로 먼저 표현했던 것일까.
대만의 故宮博物館에서 靑紅의 玉으로 나눠진 황실의 바둑알을 본 적이 있다. 굳이 黑白일 까닭은 없다.
현현기경에는 천지부재도 天地覆載圖가 등장한다.
천지부재도
天地覆載는 天覆地載와 같다.
직역하면, 하늘은 만물을 덮어주고 땅은 만물을 길러준다.
黑白으로 天地를 구별했을까.
黑白을 天으로, 바둑판을 地로 구별했을까.
적정록 適情錄엔 천지부재도가 등장한 착점의 순서를 기록하고 있는데, 내 보기에 그건 작위적이다. 적정록엔 易經의 괘사 卦辭를 문제에 붙이기도 했는데, 그 또한 작위적이다.
우연이었을까.
黑白 두 개의 상징으로 바둑을 연 것이 우연이었을까.
바둑판을 직선과 직선의 交叉路로 이뤄진 세계로 구상한 것이 우연이었을까.
철학이 먼저였으리라고 본다.
오로산책에 약간 메모해 두었지만, 바둑판은 처음에는 선분 線分으로 이뤄진 세계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직선 直線과 직선으로 끝이 없는 세계를 표현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차이를 가져온다.
1) 애초에 바둑판이 직선과 직선으로 이뤄졌다면
바둑 두는 행위는, 死活을 목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2) 바둑판이 선분과 선분으로 이뤄져, 세계의 끝 즉, 테두리가 주어졌다면
바둑 두는 행위는, 집을 목적으로 했을 여지가 크다.
그 반대일 수도 있겠다.
정방형 正方形 格子로 이뤄진 地方을 먼저 그렸을까.
아니면, 黑白으로 세상과 세상의 행위자를 구별한 다음에 地方을 그렸을까.
땅을 정 井으로 구획하고 그린 것은 고대의 농지 관리법이었다.
黑白은 세상 인식의 기초.
정방형 地方은 삶의 근거.
삶의 근거 위에서
인식되는 바를 펼쳐 나갔으리라, 그리 본다.
바둑판이 먼저였고
黑白이 뒤따랐을 것이다.
그 다음엔 무엇이었을까.
밤인가 새벽인가.
02시 42분.
|
|
|
|
|
|
|
|
|
|
|
|
|
|
|
|
|
.gif){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