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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산책 - 누가 처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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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3월 28일) - 포석의 산책 - 누가 처음일까
아침 5시 45분.
바둑이란 무엇인가.
새삼스런 질문인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질문이야말로 모든 것의 기초요, 또 앞에 놓인 의문이다. 이에 대해 답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단계를 넘어선 수준이다.
窓을 열어본다.
봄의 기운이 완연해서 그런지, 어둠은 무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들녘마저도 온화한 기운을 안고 있다.
바둑은 어떤 기운을 안고 태어났을까.
1957년인가, 중국의 望都 漢나라 古墳에서 17줄 바둑판이 출토되었다. 그것도 돌로 만든 바둑판이.
왜 돌이었을까. 당시에는 모두들 돌로 만든 바둑판을 사용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을 資材로 하면 手工이 너무나 많이 들어간다. 굳이 돌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돌은 예외이리.
분명하다. 만약 漢나라 당시에 바둑판을 돌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미 우리는 많은 당시의 바둑판을 만나고 있으리. 나무로 만들었기에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 없으리. 漢은 B.C 2C - A.D. 2C에 존재한 나라. 2천년이나 흐른 지금까지 나무바둑판이 남아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경주 분황사는 천년도 넘게 존재해왔지만, 그러나 그 앞 摸塼 石塔만이 당시의 모습이리. 나무는 천년은 간다. 漆器는 천년도 넘게 존재할 수 있지만, 그래도 넘지는 못하리라 짐작한다. 아니군. 이집트, 그 미이라 안식처는 훨씬 오랜 것이더군.
박물관에 가면 그 안식처를 한 번 만나길 권한다. 나는 몇 번 보았다. 볼 기회만 있으면 보았다.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이지만, 그래도 거기에서 만난 馬王堆 그 漆器 안식처도 볼 만 했었다.
1973년 12월 長沙 漢나라 古墳 馬王堆가 발굴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貴婦人의 化石化되지 않은, 부드러운 근육만은 아니었다. 帛書, 비단, 그리고 棺의 완벽한 보존과 그 위에 그려진 宇宙의 觀念, 그런 것이 더욱 환한 빛으로 세상에 다가왔던 것이다.
출토된 17줄 바둑판.
그 위에 그려진 그림을 나는 모른다.
푸른 빛으로 동방은 밝아진다. 06시 7분. 새벽의 그림을 우리는 알까.
손책과 여범의 대국보
바둑에서 처음으로 두어진 布陣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1210년 근처에서 망우청락집이 발간되었지만, 그 책 속에 등장하는 孫策과 呂範의 대국보가 과연 2세기에 두어진 것일까.
아닐 것이다.
후세의 僞譜일 것이다.
손책과 여범의 시대에 종이는 이미 발명되어 있었지만, 그러나 그 종이는 오늘 날 우리가 만나는 그런 韓紙가 아니었다. 과연 무엇으로 기록했을까?
내 굳이 바둑의 내용을 문제 삼지 않는다. 바둑의 내용으로 보면 더욱 僞作임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 마디 남길까.
정돈된 포석과 행마, 맥점. 저 정도는 명인급의 바둑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아니다. 그렇지도 않다. 고대 중국 바둑에서 명인급들은 저렇게 평온하게 반상을 이끌어가지 않는다. 질서정연, 그것도 40여 수나 가까이 갈 때까지 질서정연한 포석을 진행한 바둑을, 나는 고대 중국의 바둑에서 본 적이 없다.
고대인들의 반상 산책은
서리 내린 들녘을 걸어간, 새벽길 농부의 마음과 비슷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바둑의 모형model은 전쟁이다.
바둑의 모형이 전쟁에 있다고 본다면, 달랐을 것이다.
농부는 싸우러가지 않는다. 일어나서, 씨를 뿌리는 大地를 만날 뿐이다. 쟁기질과 전쟁은 다른 것이다.
0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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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9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