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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움의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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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움의 추적
2011-12-30     프린트스크랩
▲ 미술작품의 색조와 윤곽, 바둑에서의 두터움과 실리

두터움의 하나 둘

I. 두터움의 추적

두터움.
그 난처함.

물론 두터움이 난처함은 아니다. 다만 두터움을 이야기하려면 난처해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기에 표현해 본 것이다.

좌우간 두터움이란 개념을 그 동안 써왔으니, 어떤 용법이 있었는지 가볍게 살펴보자.

“두터우면 쉽게 공격당하지 않는다.”
“두터움은 상대를 공격하는 데 써라.”
“이 정석은 요즘엔 백이 좀 두텁다고 보던데.”
“미세하지만 두터운 흑이 약간이나마 남을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초점을 갖고 말하는 걸까. 아니면 하나로 통일할 수 있는 이야기일까.
잠깐 생각해보시라. 답은 뒤에 드리겠다.

그리고 다음 기보 셋 중에서 어떤 형상이 두터운지를 찾아보시라.


      1도 (선분으로 세력으로 - 이 형상은 두터운가)


      2도 (세모로 - 이 형상이 두터운가)


      3도 (세모로 - 이 형상이 두터운가)

문득 이런 생각 든다. 과연 형상이 맞는지 형태가 맞는 표현인지, 잘 모르겠다. 이 글도 섞어서 써왔는데 어떨 때에는 형상이 제대로 된 표현인 듯도 하다가 어떤 경우에는 형태가 적절한 표현인 듯도 했다. 그냥 쓰겠다. 

반상의 표현법이 일관성이 결여된 듯한 인상 주는 경우도 적잖은데, 그 또한 바둑 세계의 다양성과 폭, 미래에의 희망, 그런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애기가 여러분은 어느 형상이 두텁다는 인상을 받으시는지?
이 글이 이해하기로 답은 세 번째이다.
왜 그런가.

바로 그 점을 이제부터 추적하려고 한다.
바둑을 두는 사람이 “만들어낸” 개념이 “두터움”이니 분명히 무의식적으로라도 그 “두터움”의 도출 역사는 있겠다.

관심을 갖고 풀어갈 것은 대략 다름과 같다.

첫째, 두터움을 개념 정의할 수 있나?
둘째, 두터움의 연원(淵源)은? 무엇이 두터움을 빚어냈나? 
셋째, 두터움은 어떤 역할을 하나?

모두가 어려운 주제인데, 애초에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둘째 번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글 쓰는 순간에 적당한 정의가 떠올랐다. 고맙게도 이번에 우연히 잡았던 “세모” 현상이 큰 도움을 주었다. 연원과 이해, 정의 모두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을 주었는가?

바둑을 둘 때나 설명할 때, 우리는 세 단계를 오르내린다. 아니, 단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총합적으로 묶어서 사용할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구별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하나는 언어.
다른 하나는 형상.
또 다른 하나는, 질감(質感).

그 모든 것에 세모가 관계한다. 그 모든 것에.
어찌 아니 그러랴. 격자무늬로 이뤄진 세상이 반상인데.


II. 2차원 평면과 3차원 입체

우리는 반상이 2차원 평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린 반상의 도형을 어떤 식으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걸까.

이런 거 같다. 이리 배웠다.
오래 된 설명이고 요즘은 특히나 새로운 이론과 증거가 나날이 발전하고 더해지는 세상인지라 자신할 수 없는데, 만약 틀리면 말씀 주시라. 수정하겠다.


      4도 (2차원 평면과 3차원 입체가 잡히는 조건)

돌 두 개가 놓이면 그 자체는 각자 하나의 점으로 인식되든지, 또는 두 개의 돌을 연결해서 하나의 선분으로 인식되든지 할 것이다. 그 자체는.

그러나 우리의 눈(眼)이 있다. 눈이 하나의 조건이 된다.
그래서 돌 두 개는 하나의 평면으로 인식된다.
요컨대 돌 두 개만 놓여도 하나의 평면이 이뤄지는 것이다.

돌 세 개면?
그러면 3차원 입체감을 주는 입체적인 인상을 잡을 수 있다.
돌 세 개가 조건이라면, 그 세 개의 꼭지점을 연결해서 3각형 하나의 평면밖에 구성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자, 그렇다고 하자.
그게 어떻다고?

여기서 추론, 이런 거 나왔다.

우리가 앞서 이야기 했던 “세모”의 형상, 그것은 꼭지점을 3개 가진 평면 도형이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질감 느끼게 해 준다.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그게 무슨 말?


      5도 (알파벳으로 표시된 부분이 입체적인 질감 준다)

5도는 정석의 결과. 누가 좋은가. 서로가 좋다. 흑집이 많은데? 그래도 백의 경우 알파벳 부분은 거의 집과 같이 인식된다.

5도에서 백 돌의 형상은 세모다. 그럴 때 우린 형상만을 보지 않는다. 선분 즉, 돌이 만들어낸 운동감만을 따라서 인식하지 않는다.
선분만으로 이뤄진 형상은 운동감이 강할 뿐이다.

그건 6도와 비교해보면 분명하다.


      6도 (돌이 모여 있어도 "두모" 즉 하나의 선분은 질감이 약하다)

좀 더 분명하고 넓게 들여다보자.
 

      7도 (두모의 인상으로 이뤄진 반상)

7도는 일본 초대 본인방 산샤(算砂) 명인의 바둑(白). 16세기 말 17세기 초의 바둑이다.
그나저나 흑1은 예리한 감각이다.


      8도 (세모가 초점인 반상)

8도는 1951년 슈코(흑)의 바둑인데, 저 흑3은 좀 불만이다. 흑3으로는 여기 백4 그 자리를 또는 A까지 진격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자리가 쌍방 둥근 세모가 됨을 인상하시라. 

7도와 8도를 비교해보면 8도가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세모의 형상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비유해 보면, 색채감을 가지고 다가온다.
8도는 전국적(全局的)으로 돌이 연결되어 하나를 이루어가고 있다는 감이 강하다. 기하학적인 입체감 없이 둘 수 없는 흐름이요, 구도다. 그 구도가 질감으로 전해진다.

그것이다. 그 질감.
바로 그것이, 우리가 “두터움”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응한다.

정확하게 대응하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그런 거까지는 생각 못해봤다.
그러나 이해를 돕는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글은 괜찮은 도움을 줄 것이다.

색조(色調)와 선(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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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괄적으로 말하자면, 회화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방법이 있는데, 색조(色調)의 방법과 선(線)의 방법이 그것이다.
만일 여러분이 여러분의 그림에 깊이와 조형적인 결합력을 바란다면, 윤곽선을 줄이고 색조의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반면에 여러분이 운동감과 리듬을 원한다면, 색조를 줄이는 대신 선의 중요성을 발전시켜야 한다.
뭉크는 얼마간 딜레마에 빠졌다. 왜냐하면 정신적인 가치를 쉽사리 표현할 수 있는 색조는 이 북구의 미술가에게는 소중하기 때문에, 그러나 생명력도 역시 소중한 것이며, 생명력은 운동감에서 더욱 잘 표현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뭉크는 선을 위해 색조를 희생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점에서 근대 독일의 회화운동은 대체로 그를 추종했다.

“현대 미술의 원리” Herbert Read 金潤洙 역, 悅話堂 美術選書 30
‘에드바르드 뭉크(Edvard Munch)의 의의’ 章에서 pp.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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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힘과 안정성

힘과 안정성.

이 두 개념.
힘은 우리가 세력이라고 부르는 것을 지칭한다.
안정성은 세모와 네모에서 얻는다.

물론 힘은 세력이 아니고 세력 또한 힘이 아니다. 서로 다른 개념으로 다른 뉘앙스로 쓰이고 있다. 다만 여기서는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9도 (힘을 강조하는 선분과 변주變奏로서의 곡선)

9도에서 백의 선분은 우변 흑 세력을 크게 감소시킨다. 힘이 강하다.
선분은 힘을 강조한다. 나아가는 방향성 또한 강하다.
그러나 그 직선적인 방향만이 아니다. 그 옆으로도 힘을 준다.
반상은 격자무늬. 돌은 상하좌우로 그 영향을 발휘한다. 선분이 될 경우 그것이 트인 곳이면 앞이든 옆이든 힘을 내뿜는다.
보통 우리가 세력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세력은 아무리 강해도 그 자체 안정감은 갖고 있지 않다.


      10도 (안정감 없다)

10도를 보자. 상대의 돌이 옆에 다가오면 돌이 위험하다. 두 집, 즉 근거를 만들 공간이 좁혀지기 때문이다.


      11도 (안정감 있다)

그러나 돌의 세력은 약하더라도 세모의 형상과 그에서 오는 힘을 갖고 있으면 - 즉 안정감과 안전감이 있으면 - 위협의 힘은 훨씬 약하다.

11도 백1 이하는 익혀둘 만한 삭감의 고전 형식. 백7이 세모를 만드는 가벼운 감각. 이후 흑A 흑B가 온다 할지라도 세모꼴의 탄력적인 형태라 안정적이라 하겠다.


IV. 두터움의 정의 - 공간감의 원형, 세모가 요긴하다

이제 두터움의 개념을 가져 볼 때가 되었다. 

그 동안 사용해온 두터움에 대한 용법들을 되돌아 볼 때
두터움이란 것은 대략 다음 두 개의 개념을 합해서 나온 듯하다.

1. 세(勢)의 힘
2. 안정성

앞서 10도에서 보았듯이 세력만으로는 안정을 주지 못한다.
즉, 세력의 개념에서 안정감은 필요하지 않다.

잠시 “두터움”의 용법을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

“두터우면 쉽게 공격당하지 않는다.”
“두터움은 상대를 공격하는 데 써라.”
“이 정석은 요즘엔 백이 좀 두텁다고 보던데.”
“미세하지만 두터운 흑이 약간이나마 남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음이다. 이는 이 글의 서두에서 질문한 것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이런 여러 용법들이 서로 다른 초점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모두가 하나의 속성을 본질로 갖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

초점은 다르되 본질은 같다.

그 어느 용법이나 세모를 전제한다.
세모 없이 나올 수 없는 용법이다.

“세모”란 것이 근거의 핵심임을 상기하자. 세모 없이 집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세모”란 집의 다른 표현이다. 두 집, 즉 두 눈(眼)이라고 표현하는데 있어 없어서는 아니 될 형상의 원형임을 생각하자.

그러니 안정성이란 다른 말로 곧 세모인 것이다.
집이란 것도 곧 세모인 것이다.
그러나 집과 안정성은 서로 다른 것을 지칭한다. 다만 세모는 두 경우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속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세모란 것이 입체적인 공간감을 주는 형상임을 돌아보자.
선분은 공간감을 주지 못한다.
세모는 공간을 제공한다. 비로소 형상을 갖추니까.

물론 선분이 공간의 구성에 필요한 요소임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선분 하나만 있어도 공간은 2분(分) 즉 잘라진다.
하나로 통합되어 - 창조 이전의 세계처럼 - 구별할 수 없는 세상에서, 공간이 잘라지면 비로소 공간은 인식될 수 있는 조건을 이룬다.
그러나 자체, 공간을 갖추지는 못한다. 그것이 세모와 다른 점이다.


앞서 두 개의 구성 요소를 제시했다.

하나는 세(勢).
하나는 안정감.

그러면 두터움이란 것은 이리 정의될 수 있겠다.

정의(1): 안정성을 가진 세(勢)가 제공하는 질감 또는 그 질감에서 얻는 힘.
정의(2): 세모가 제공하는 질감 또는 그 질감에서 얻는 힘.

“세(勢)”가 아니라 세력이라고 말해도 될 듯하지만 잘 모르겠다. 
세력은 그 동안 돌의 힘이 강력한 것을 보통 일컬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세력이라고 부르지 않는 돌도 충분히 “두터운 형태,” “힘있는 형태,” 그리 불러왔기에 세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좀 더 좋은 용어가 생각나면 좋겠는데 말이다.

하긴 “작은 세력,” 그리 불러도 되겠지만, 그러면 또 “큰 세력”은 해당되지 아니한가? 그런 반론 당연하니, 역시 좋은 표현은 아니다.


여기서 이 글 처음에 제시한 3 개의 형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보자.
 
첫 번째 형상(12도)은 근거가 없다. 세모가 아니기에 그러하다. 흑1은 실전이 아니지만, 백의 근거가 매우 불확실함을 제대로 보여주는 급소라고 할 수 있다.


      12도 (근거가 없는 형상이다)

두 번째 형상(13도)은 단점이 있어 다음과 같은 급소를 당하면 두모로 변한다.


      13도 (급소를 당하면 두모가 된다 - 근거 즉 세모가 사라진다)

세 번째 형상(14도)은 당할 급소도 없으며, 근거 - 눈(眼) - 가 풍부하다. 약점 없는 세모이다. 흑에게 두 수를 당해도 별로 위험한 불안 없다.


      14도 (세모가 곧 두터움의 본질임을 말해준다)

14도 (세모가 곧 두터움의 본질임을 말해준다)

솔직히 말해 그리 시원한 개념 정의 같지는 않다. 다만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일단 출발이나 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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固然 |  2011-12-31 오후 12:35: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늘 잘 읽고 있습니다. 늘 편안하시기를..  
固然 두터움, 나의 것은 비능률, 상대의 것은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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