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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명인의 태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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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명인의 태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2011-11-08     프린트스크랩
▲ 일본 도사쿠 혼인보(1645~1702)의 초상. '수나누기'라는 바둑 개념을 최초로 알고 있 었던 바둑의 명인이다. 당시 고수들과 최소 2점 이상의 실력 차이가 났다고 한다.


접바둑의 셋넷 - 중세 명인의 태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I. 명인들의 접바둑

중세 일본에서 명인들은 접바둑을 많이 두었다.

명인이 되면 승부는 사라진다.
경쟁이 끝나 도전하는 기사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접대 바둑이 많아지고, 문하생에게 지도하는 사례도 많아진다.

17세기 이후 20세기에 이르는 접바둑을 일부 살펴봤다.
명인들은 어떻게 下手를 다루었는지 살펴보았다.

살펴보았을 때 명인들의 접바둑 지침은 그 명시적인 강조점이 충분치 않을 뿐이지,
이제부터 이 글이 다루어갈 주제, 그 주제의 안목과 다를 바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접바둑에서 명인들의 태도
----------------------------------------
반상을 넓혀라.
변화를 유도하라
뒷맛을 남겨두라.
형태를 결정하지 말라.
응수타진을 적절한 때 하라.
중앙을 중시하라.
귀는 변보다 가볍게 여겨라.
결단하라.
...
----------------------------------------

명인들은 그런 점에 유의하면서 접바둑의 불리함을 풀어가고 있었다.
반상에 그러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심지어 약간의 무리(無理)한 수법처럼 보일지라도.

다음 1보는 중앙지향적인 방식으로 충분히 반상이 짜여져 감을 잘 보여준다.
특히 상변 백41 삭감을 유의하시라.
우상귀 귀에 뛰어들고 싶은 기분도 없지 않지만, 그리 두지 않는다.


      (1보 9세기 슈호 秀甫의 접바둑)

다음 2보에서 주의깊게 볼 것은 백25. 다음 흑28의 반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끊기면 다시 변한다.
중앙의 백87은 반상을 넓히는 자리.
하변의 변화에서 백101은 무리수가 아니다. 上手의 태도임도 또 분명한 것.


      2보 (19세기 죠와 丈和의 접바둑)


II. 접바둑을 다룬 책을 분류하면

오늘은 중세 명인들로 이야기를 풀어내고는 있지만,
사실 요즘의 명인, 프로들의 바둑도 저들 중세의 명인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저런 명인들의 반상 태도는 책에 잘 반영이 되고 있던가?

접바둑에 대한 책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대별된다.
중세 때부터 지금까지의 접바둑 책을 보면.

1. 지침을 주는 것.
2. 부분접전의 패턴 연구.
3. 처음부터 끝까지 해설하는 것.

많은 책을 검토하지는 못했지만, 부분 접전의 패턴 연구가 첫째였다.
접바둑 정석을 다룬다던가, 정형(定型)이라고 부를 만한 그런 수법,
그 중에서도 하수가 난감해하는 수법의 간결한 정리(定理).

그 못지않은 비중은 그냥 해설하는 것.
이리 두었어야 했다.
그런 정도.

반상의 시각에서 다루지 않고
上手의 시각에서 둘러보지 않고

下手의 시각에서만 순간순간의 어려움을 벗어나게 해주려는 그런 책이 많았다.

물론 그러한 책도 필요하다.
분명하다.

수법은 반상의 언어의 일부이기에 부분 수법을 모른다면 반상을 이끌어나가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 어휘 - 수법의 다양성 - 가 부족하니 표현하고 싶은 것을 뚜렷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하다.
다음 시각이 보다 반상을 폭넓게 파악하게 해준다.

수법과 반상 안목.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상 안목이 수법을 앞선다.


III. 수법보다 안목이 먼저

왜냐.
반상안목이 구상력(構想力)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음 3보.


      3보 (슈사이 秀哉 명인과 중국 명인 고수여 顧水如)

같은 명인이라도 실력이 다른 세상.
1919년 중국의 안목은 반상의 중앙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 이해는 매우 낮았다.

우상귀 흑백의 수법은 그런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활달한 기운을 보여주지 못하는 흑의 행마인데,
단적으로 흑48도 백49 미는 수의 힘을 제대로 예측 못했기에 둔 것이다.
그냥 백이 A 정도로 두면 흑50 뛰어 공격할 심산이었으리.
수순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백49 미는 수법은 실력이라기보다
눈이 자신도 모르게 중앙으로 향할 때 쉽게 나오는 수법이다.
“찾는” 것이 아니라 “나오는” 것이다.
인과(因果)랄까, 논리랄까, 착상이랄까, 좌우간 선후(先後)는 그러한 것이다. 

반상을 해석하는 힘이 없다면 반상에서 부분적 수법을 찾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부분은 맥락 아래에서만 의미가 주어지는 것.

날일자 행마, 그리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특정 “장면”에서의 일자(日字) 행마는 의미가 주어진다.

다음 1도와 2도를 보면 알 수가 있다.
1도에서 저 일자 행마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2도에서 저 일자 행마는 의미가 있다.


      1도 (의미 없는 일자 행마)


      2도 (의미를 알 수 있는 일자)

의미를 잡아채지 못하면, 목적이 없는 것이다.
목적이 없을 때 어떻게 행마를 할 것인가.
심지어 상대의 돌을 잡고자 하는 수상전의 경우에도 잡고자 하는 목적을 가져야만 한다.
그 목적은 어디서 올까.
바로 그 수상전의 주변을 해석하는 힘에서 온다.

해석.
약간 덧붙이면 이렇다.
우리가 무언가를 해석한다는 것은 - 바둑에서도 - 변화된 그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영원한 것이나 초월적인 것은 해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시간의 한계 속에서 표현된 것, 그것이 해석의 대상이다.
반상에서 그것은 한수 한수 둘 때마다 드러난다. 해석을 기다린다.

해석의 힘이 바로  - 반상에서는 - 반상의 평가다.
보통 “대세”라든가, “전체국면의 흐름”이라든가 “형세”와 같은 표현으로 언급되는 그것.

그래서 앞서 아쉬워했던 것이다.
지침을 말해주는 그런 접바둑 책이 별로 없었다는 그 사실.
그것은 아쉽다.


IV. 반상 안목과 지침

반상 안목은 어떻게 얻어지는 걸까.

“바둑이란 이런 거야.”

그런 것에서 얻어진다.
여러 가지 그에 해당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패러다임도 그에 해당되고 이론도 그에 해당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무난하다.

“반상의 조건으로부터 유추하여 반상에서 해야만 할 일”

예를 들어, 이글이 강조하게 될 이론 하나는
“중앙을 중시하라,”
바로 그것인데

그로부터 다음 3-1도 문제에 대한 답은 등장한다

문제를 보자.
아래 3-1도에서 백의 다음 응수는?


      3-1도 (문제/ 흑1 협공에 대한 백의 응수는?)

A와 B, C 중에서 하나 골라보시라.
더 좋은 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3-2도 (실패도/ 도망에 급급하다)


      3-3도 (아쉬운 답/ 백3은 때에 따라 둘 만한 수법)


      3-4도 (정답/ 중앙을 두텁게 하여 전국에 영향을 미치다)

3-4도 (정답/ 중앙을 두텁게 하여 전국에 영향을 미치다)

답을 보면
중앙을 두텁게 하여 천원에 놓인 흑 한 점을 약화시켰다.
좌하귀 걸친 백 한점을 안정되게 했다.
선수를 잡아 넓은 곳으로 갔다.

“중앙을 중시하라.”
그 지침이 있기에 저 어깨짚는(肩) 수(手)는 이해되고 파악된다.
얻어진다.
나온다.

좋은 책에서 얻은 문제다.
“置碁秘傳”
影山利郞 7段의 1973년 저술이다.


V. 반상은 조건지워진 세계이기에

반상은 조건지워져 있다.
그것이 맞바둑이든 접바둑이든.
접바둑에서는 무엇보다

1. 19줄 선분이 마주해 이룬 격자무늬 세상
2. 바둑의 규칙
  a) 한수 한수 번갈아가며 둔다.
  b) 접바둑에서는 下手가 핸디캡을 인정받는다.
     즉, 上手가 핸디캡을 안는다.

그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아마도 다음과 같은 것도 조건이 될 것이다.

1. 제한시간
2. 장소
3. 상대의 존재
4. 패러다임
5. 문화적 이해
...

그러나 이런 것은 우리가 가볍게 다루어도 된다.
오늘의 우리에겐 “한수 한수”와 “上手의 핸디캡”이 중요한 조건이다.

좌우간 저, 기본적인 조건으로부터 두어야 할 태도, 착수의 전거(典據), 승부에의 태도 등이 유추된다.

앞으로 다루겠지만,
그런 유추로부터 얻어지는 “上手가 갖추어야 할 태도”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
1. 반상은 넓혀져야 한다.
2. 상대의 강한 것은 제한되어야 한다.
3. 정석은 없다.
4. 수법의 선택은 맥락으로 결정된다.
5. 요행수는 없다, 그러나 심리적 허실은 있다.
...
---------------------------------


이제 이리저리 엮어가 보겠다.
저 주제를 갖고서 이리저리 놀아보겠다.
친구끼리 가볍게 대화 나누는 식으로.

이 글도, 쓰면서 배우는 바 없지 않으리.

오늘은 이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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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팔 |  2011-11-09 오전 11:58:3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도감사  
남자믿었네 |  2011-11-09 오후 9:57:2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황홀..하여라..  
남자믿었네 나는 사라진다.. 저 광막한 우주 속으로.. 故박시인님의 싯귀가 떠오르는.. ()..
남자믿었네 |  2011-11-10 오전 6:02: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終詩
박정만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남자믿었네 왜 박정만 시인의 마지막 詩가 떠올랐을까..요?
하이디77 |  2011-11-28 오후 5:37: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접바둑을 책을 써야먄 하는 사명이 생겼음을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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