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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회/ 와호장룡(臥虎藏龍)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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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회/ 와호장룡(臥虎藏龍)의 시간
2010-08-15 조회 5989    프린트스크랩

 

입추와 말복이 지나면 가을이다. 지남규의 여름은 음청(陰晴), 다시 말해 맑음과 흐림의 반복만큼이나 다사다난하다. 그러나 지남규는 생활인답게 한양 나들이에서 돌아와 다시 생업에 충실한다.

 

7월30일. 큰 비.
새벽부터 많은 비가 내려 장사를 작파했다. 상개가 안 보인다. 여주나 춘천 도박판에라도 간 것인가. 아깝다. 때를 잘 만났으면 호랑이나 용이 될 재목인데 참으로 사연  많은 세상이다. 을동이 왔다. 집에 며칠 묵으라 하고 바둑을 여러 판 두어줬다.

8월1일. 흐림.
을동에게 기보를 주고 묘수를 풀라 했다. 30냥 이익을 보았다. 처 약값으로 5냥을 썼다.

 

지남규의 관심은 온통 상개에 쏠려 있다. 사람을 한번 좋아하면 푹 빠지는 타입이다. 지남규는 상개를 대인으로 본다. 때를 잘 만났으면 호랑이나 용이 될 수 있는 인물이 하구류(下九流)에 해당하는 삼류인생을 살고 있는 상개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지남규는 상개와 김(金)을 통해 은연중에 강호(江湖)의 낭만을 말한다. 강호는 주류세상에서 밀려난 부류들이 은인자중하며 권토중래를 도모하는 장소다. 중국인들은 이것을 와호장룡(臥虎藏龍)이라 한다. 호랑이가 엎드려 있고 용이 숨어 있는 곳이기에 때때로 강호는 절대고수들이 출현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남규는 와호장룡도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호랑이가 마을로 내려오면 개들이 들볶고 용이 얕은 물속에 있으면 새우들이 괴롭힌다(虎落平陽被犬欺 龍遊潺水遭蝦)는 말이 있듯, 인재에게는 주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겠다. 강호는 기인기사들의 은신처이자 도피처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호가 생활에서 패배한 인사들의 단순한 도피처라면 그곳은 진정한 강호가 아닐 터이다.

지남규는 말한다. 참으로 사연 많은 세상이라고( 眞 俗多事耶). 그곳이 바로 강호이고 풍파는 아닐까 묻는다.

맞는 말이다. 지남규와 김(金) 그리고 포천 서와 상개, 을동 그리고 박초시와 형리 등이 엮어내는 지남규스토리는 다사다난(多事多難)하다. 다사다난이 있기에 19세기말 한강가를 살던 한 장사치의 일기에도 사람냄새 물씬나는 고뇌와 재미도 있는 것이다.

필자는 올 여름 내내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냈다. 사는 곳이 벽촌이어서 도서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허나 글 한줄 구하는데 장소는 사치다.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바다의 낙조가 서쪽 하늘을 물들인다. 살만해서 이러는 건 아니다. 더구나 공부를 탐해 이러는 것도 아니다.

사람사는 세상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비슷비슷 한 듯하다. 그것을 지남규가 말해 준다. 참으로 사는 것도 여러가지라고, 어찌 이리도 사람 사는 세상에 사연이 많으냐고?  필자도 그 사연으로 두어 가는 바둑판에 바둑돌 하나를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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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마 |  2010-08-15 오전 12:37: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갈수록 문채가 나시는 듯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棧道 |  2010-08-15 오전 6:32: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멋 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  
棧道 |  2010-08-15 오전 6:34: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광복 축하 박두진님의 시 청산도입니다. 태극기를 답시다.  
여현 |  2010-08-15 오전 9:44: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가슴에 뭉클하게 와 닿는 내용이군요. _()_  
철권미나 |  2010-08-15 오전 10:05: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사시는 곳이..어디인가요?  
해유신선 |  2010-08-15 오후 7:52:2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읽고 저도 바둑돌 하나 놓습니다. 1의1에....  
靈山靈 |  2010-08-16 오후 2:40: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흐 써 놓은거 누가 올리는가 보네염^^;; 요즘 광주에 계신걸로 ~  
AKARI |  2010-08-21 오후 10:51:4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뭉클~합니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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