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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회/ 조선건달 생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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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회/ 조선건달 생활사
2010-08-11 조회 5720    프린트스크랩

 

 

지남규의 방랑도 가을 바람과 함께 끝난다. 오랜 바둑 친구 김(金)과의 갑작스런 파탄(?)이 불러온 지남규의 인간적인 번뇌와 갈등은 한양 나들이를 끝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모양이다.

 

7월28일. 맑음.
집안과 상점을 청소했다. 여름비에 무너진 밭둑을 보수하고 쌀 땔감 마른반찬 담배 등으로 70냥을 썼다. 장사 이문이 30냥이다.

7월29일. 맑음.
장사 이문이 30냥이다. 동리 장씨 환갑에 부조 5냥을 했다. 땅주름꾼이 왔다 갔다. 저녁에 상개가 와 왈짜들의 생활을 말해 배를 잡고 웃었다. 참으로 별난 족속들이다.

 

지남규는 김과의 인간관계의 파탄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데 시간과 경비(?) 그리고 인간적 고뇌를 아낌 없이 소비한다. 땅주름(부동산중개인)이 왕래할 정도로 지남규의 경제적 타격은 크다. 6천평의 땅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 증거다. 지남규가 생활이 비교적 안정된 듯 보이지만 당시 한양주변의 중인층에게 6천평의 땅은 큰 재산일 터이다.

조선의 전답은 멱(結) 짐(負) 뭇(束)이라는 크기를 나타내는 표시가 있었다. 멱은 편의상 결로 썼다. 어쨌든 지남규가 상처를 치유하는 데 '상개'가 일정한 역할을 한다. 상개는 유머를 아는 왈짜였던 모양이다. 상개가 왈짜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말하자 지남규는 배를 잡고 웃는다.

지남규가 상개에게 들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추측은 가능하다. 다소 작위적인 비교기는 하지만 '어유야담'에 왈짜들이 사는 모습이 나온다. 한양에 안세헌(安世憲)이란 이름난 왈짜가 있었던 모양이다. 안세헌이 아우(?)들을 붙잡고 '건달교육'을 시키는 장면이다.


모자는 삐딱하게 쓰고 다리는 짝다리를 집어야 하능겨. 바지 허리띠 느슨하게 하는 거 잊지 말고 (그려. 아 그건 아니라니께)  (아가야) 너는 좌측발이 아니고 (아가) 너는 우측발이 잘못 되었다니께. (아따 그래불지) 어슬렁 어슬렁 걸으랑께. 어깨와 등짝을 수구리 수구리하고. (그려. 그려불시).

(仄邇冠緩邇 衣後 於是 李生張生 奉行之女敎  世憲曰 呹 李誤在足失 張錯右步失 改邇 奔趨失 改邇肩 背失) -어유야담 안세헌조.


어유야담은 한양 왈짜 안세헌이 동생들을 지도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희극적이다. 조선중기의 일인데 오늘날의 건달들의 생활(?)과 별로 다르지 않다. 사람 사는 모습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조선의 왈짜들은 '여름에 가죽신을 신고 겨울에 나막신을 신는다'는 모토로 세상에 반항했다. 낮에는 자고 밤에 노는 것이 그들의 일과였다. 몸에 문신과 칼자국을 내고 죽은 시체를 포대기에 싸들고 다니며 온갖 행패를 놓고 잔돈푼을 갈취하던 자들이 그들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개성을 로망으로 삼아 바스라지는 인생들이 있기 마련이다. 만물이 모여 만사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사에 어떻게 명품만 있으랴. 명품이 있기에 허접도 있는 법. 다만 그 허접을 깨닫고 반성하는 자와 죽는 날까지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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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촌마사 |  2010-08-11 오후 2:09: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귀한글 잘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棧道 |  2010-08-11 오후 2:14: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우야담?
별게 다 써 있는 모양이군요. 엣날에도 저 부류들은 저리 놀았군요.  
왁캔아두 |  2010-08-11 오후 3:17:4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마지막 문장이 압권이로고...  
은행정 |  2010-08-11 오후 6:47:2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늘 잘 읽고 있습니다...감사!  
스파티필름 |  2013-12-09 오후 4:21: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나두 그짝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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