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44회/ 용과 바둑 두는 노인
Home > 컬럼 > 바둑의노래
44회/ 용과 바둑 두는 노인
2010-07-26 조회 5374    프린트스크랩

 

지남규는 포천 서(徐) 사건으로 오랜동안 바둑친구였던 김(金)을 잃는다. 지남규의 바둑친구는 박초시로 바뀌었지만 기력이 충분치 못한 사람인지라 지남규의 바둑 상대로는 아쉬웠던 듯하다. 지남규가 한양길에 나서기 전 다시 한판 둔 바둑에서 박초시가 느닷없이 바둑 두는 용을 거론한다.

 

7월21일. 맑음.
박초시가 와 바둑을 두었다. 박초시가 두물머리 용노인을 아느냐 묻고는 웃었다. 용노인은 전설이다.
두물머리 하류에 바둑 좋아하는 선비가 살았다. 매일밤 한 노인이 찾아와 바둑을 두었다. 두 사람은 일년 이상을 그렇게 바둑을 두었다. 그러던 어느날 노인이 말했다. 나는 강에 사는 용이라고. 아직 때가 아니어서 승천을 하지 못하고 있노라고. 그러면서 노인은 선비에게 기보(碁譜) 한권을 주었다. 노인은 말했다. 이 '기보'의 주인이 바둑 세상에서 최고가 되겠지만  반대로 잃는 것도 있을 거라고.

 (與朴對局 朴何問兩水龍老人 一笑也 龍老人 傳談耶 兩水下有一士人 每夜來老人與之對局 歲數 老人忽言 我及水中龍也 限時當不昇天 然依老人 今有一碁譜以遺士 老人曰 碁譜主人 六甲善碁耶 反有傷實也)


7월22일. 비 조금.

상개와 한양길에 나섰다. 마침 배편이 있어 송파나루까지 편하게 갔다. 주막에서 하루 자고 한양으로 들어갔다. 9냥을 도중 경비로 썼다.


국내에는 곳곳에 용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그 중 바둑과 용이 결합된 전설도 몇 건이 발견된다. 황윤석(黃胤錫, 1729-1791)이 '이재난고'에 기록한 백마강 노인이 그런 경우다. 백마강은 충남 부여읍을 우회하는 금강을 말하는데 이 지역은 황윤석의 기록 외에도 여러 건의 바둑 전설이 전하는 곳이다. 홍윤성의 기국암과 동국여지승람에 전하는 부여 북쪽 10리 기국암 전설 등이 백제의 마지막 고도(古都)라는 지역의 이미지와 어울려 신비스러움을 전한다.

박초시가 운운한 용전설은 바둑고수를 꿈꾸는 사람들의 바람이 온전하게 살아있어 주목된다. 황윤석이 기록한 내용에는 바둑이 전하기는 하나 초점은 바둑이 아니다. 그러나 박초시가 운운한 대목에는 바둑인의 정곡을 찌를 정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혹간은 기력과 자신의 영혼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바둑인이 있을 법하다. 최고의 경지를 꿈꾸는 예인이라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지남규 스토리는 아주 간단간단한 상인의 일상이지만 간혹 이런 내용을 전하고 있어 필자를 흥분시킨다. 필자는 며칠전 70년동안 일기를 썼다는 할머니의 기사를 보고 놀랐다. 충청도 어느 시골에 사는 할머니가 열살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해 80살이 되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라는 할머니의 70년 일기가 궁금해진다. 역사는 거창한 위인들이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역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가장 평범한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 황윤석.

본관 평해(). 자 영수(叟), 호 이재(頤). 1759년(영조 35) 사마시에 합격하고, 1766년 유일()로 천거되어 벼슬이 익찬()에 이르렀다. 순조 때 도내() 사림()에서 그의 사당을 세웠다. 문집 《이재유고(頤稿)》의 제25권 및 잡저()에 수록된 《화음방언자의해()》와 제26권에 있는 《자모변()》은 국어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 페이스북
  • 구글+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트위터
이전 다음 목록
┃꼬릿글 쓰기
youngpan |  2010-07-26 오전 12:22:02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그 기보가 아깝구랴..  
靈山靈 도사님은 잠이 없으시군요 ㅎㅎ
은행정 |  2010-07-26 오전 1:02:31  [동감2]  이 의견에 한마디
작가님의 노고에 비해 읽는 사람도 아울러 댓글을 다는 사람도...손가락 안팎이다...늘 그 것이 마음에 걸린다만...글쓰는 님의 성품을 볼작시면 일체 그런 잡류에 개의치 않는 아주 난 사람이다...내 마음에 쏙 든다...유행가 가사처럼...암튼 세상은 이런 사람이 있어 엮어진다...우리네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고...그래도 그 지나가는 것이 조금은 미안스러워 감사의 마음으로 댓글을 단다...감사!  
백발도사 |  2010-07-26 오전 1:17:16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고 있습니다. 바둑 역사에 많은 정열을 쏟는 작가님께 감사합니다.  
棧道 |  2010-07-26 오전 6:18:47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오늘을 안살고 내일을 살겠다는 그런 마음.
은행정님 댓글 좋습니다.  
棧道 기술을 전수해주면 악마에게 영혼도 팔겠다? 그런 사람 잇을겁니다 아마.
하이디77 |  2010-07-26 오전 10:14:59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그런겁니다. 이런 기록들이 바둑의 저변을 더욱 다지고 넓혀줄 겁니다. ^^*
잔재미도 있습니다. ㅎㅎㅎ  
靈山靈 |  2010-07-26 오전 10:46:01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서해안 해수욕장 장사는 말아먹음^^;; 할일이 없어 요 며칠은 멍멍탕국으로 ~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