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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 데모중에 배운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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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 데모중에 배운 바둑
데모 중에 배운 바둑
1970년 3선개헌. 박정희 대통령의 영구집권으로 가는 전단계의 정치권의 움직임에 국민은 분노했고 학생들은 시대의 선각자로서 반대 투쟁을 계속했다. 나는 그때 서울대 법대 3학년에 재학중이었고 전경들에 의해 포위된 도서관에서 돌료 학우들과 농성을 시작한 것이 바둑과의 인연을 맺게 된 운명적 계기가 되었다. 대학입학 후 간혹 탁구실을 가다가 바둑실(기우회)을 지나칠 때 보면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 바둑판 앞에 꼼짝않고 골똘하는 모습을 보고는 할 일 없이 무슨 재미로 저렇게 앉아 있나 하고 바둑두는 친구들에게 경멸의 시선을 보내곤 했었다. 그런데 포위된 도서관에서 보내는 1주일이 그런 시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말았다.
단식 농성장에는 최소한의 추위를 가리는 이불이나 라면 등 먹을 것 외에는 바둑실의 바둑판이 전부 농성장인 도서실로 옮겨져 있었다. 밖에는 무장한 경찰들이 지키고 안에는 학생들의 농성 장기화에 따른 무료함을 이기기 위해 바둑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나는 그들 틈새에서 구경을 계속하다가 사흘째 되는 날부터 드디어 친구에게 9점을 접히고 '아다리(단수를 그때는 이렇게 일본용어로 더 부르던 시절이었다)'니 축을 배워가며 바둑계에 입문을 하게 되었다.
잦은 농성과 뭐든 열심히 노력하는 성격 덕에 1년 만에 1급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3선개헌과 민주화투쟁이 인연이 된 상황에서 바둑에 입문을 하여서인지 아니면 목표를 설정하고 옳다고 생각하면 저돌적으로 밀고나가는 성격 탓인지, 기풍은 철저히 실전위주의 싸움바둑이다. 프로권투에 비유하면 쉬지 않고
대시하는 저돌적 인파이터인 셈이다.
나처럼 아마5단까지 오는 과정에 바둑전문 서적을 보지않고 오로지실전에 의해서만 기력이 향상된 경우는 드물 것이다. 상대의 급수를 묻고 나보다 2∼3급 높으면 같은 급수라고 말해 맞두었고, 그래서 남들과 달리 거치지 않은 널뛰기 급수가 많았다. 말하자면 9급→6급→3급→1급 식으로 파격적 승급을 하였던 것. 끈질긴 집념과 지기 싫어하는 성격의 영향이 이런 향상을 가능하게 하였다. 한번은 같은 1급인 친구와 호선으로 세 번 연속 질 때마다 한점씩 치수를 고치는 이른바 치수고치기를 시작하였는데, 아뿔사, 여섯 판을 내리지고 말았다. 백을 놓친 것만 해도 자존심이 상하는데 두점을 접히게 됐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 친구에게 봐 달라고 애걸까지 했으나 친구는 단호했다. 끝까지 사정이 통하지 않자 오기가 발동했다. 정신을 가다듬고 총력을 집중해 내리 일곱 판을 이겨 오히려 상대방을 두점으로 내리는 개가를 올린 적이 기억에 남는다.
또 한번은 축제기간 중 법대의 모의국회에서 내가 국회의장역을 맡게 되었는데 바둑을 두다가 그만 시간을 맞추지 못해 친구들에게 집중적인 성토를 당한 경험도 있다.
아무리 바쁘고 경황이 없어도 달리는 차안에서라도 신문을 펼치면 기보는 꼭 훑어보고 정신적 피로를 씻는다. 민주화투쟁 기간중에 뜻하지 않게 뒤늦게 배운 바둑이 이제는 생활에 자연스런 일부가 된 것이다. 정치에는 바둑용어가 많이 차용된다. '혼미한 국면(局面)'이니 '자충수'니 '장고(長考)'니 '묘수' 니 하는 말들은 귀에 익숙하다. 그것은 바둑의 원리가 인생의 원리에서 출발했고 정치가 곧 인간 삶의 질을 지향하는 원리에 기인하기에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우주의 진리와 오묘함이 깃들어 있는 바둑은 나의 좋은 스승이고 반려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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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21 |
｜ 2003-12-16 오후 10:5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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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인제형 기대 많않었는데 정계서 떡수를 많이 두었져?사석 작전인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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