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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과 小林光一[8] : 휠체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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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이 밝았다. 조치훈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전치 3개월의 중상이었다.
하찮은 우연이 아니라면, 혹은 별도로 하나의 우연이 첨가된 것이라면, 조치훈이라고 하는 바둑인은 이세상으로부터 모습을 감췄을지도 모른다.
만신창이!
바둑을 두는데 필요한 두뇌와 오른손이 무사했다는 것은 행여라도 바둑을 둘줄 아는 신의 가호였을까? 아니면 무슨일이 있더라도 기성전을 치르고 싶어하는 조치훈의 단호한 결의에 신이 감응 했던 것일까?.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두뇌와 오른손이 무사했고 이것이라면 바둑을 둘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조치훈 9단의 강렬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휠체어 시리즈가 실현되는 것이다.
고바야시가 조치훈을 병문안했던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서로 웃음을 주고받고, 마치 얼음이 녹는 듯한 온화한 분위기를 빚어내고 있다. 그 때까지 치열하게 다퉈왔던 분위기와는 무엇인가가 변해 있는 듯하다.
조치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희생자는 내가 아니라 고바야시이다. 부상당한 사람을 상대로 대국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반상에서 대등하게 싸워주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결과를 미리 이야기하면 조치훈이 2 : 4로 패했다. 고바야시는 4관왕(기성, 명인, 십단, 천원)에 올랐다. 그러나 제2국, 제3국은 조치훈의 명국. 특히 제2국은 백차례의 명국으로 '이것이 전치 3개월 중상을 입은 사람의 바둑인가?'라는 평판을 받았던 대국이다.
아래 기보감상에서 소개하는 바둑이 제2국이며, 흑35부터 백46까지를 장면도(오른쪽 그림)로 옮긴다. '백8의 젖힘이 적극적. 이수로 백12에 느는 것은 흑 '가'가 준엄해서 백2, 4 두점이 헛수가 되어 버린다. 흑9로 '가'라면 손을 빼고 2점은 버린다. 백12를 손빼고 백2, 4, 10의 석점을 버리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바둑이 결정났다고 할 수 있다. '흑1로 나왔던 것이 의외로 별 것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 국후 고바야시의 감상이다.
'반상에서 대등하게 싸워주었다.'라고 조치훈이 인정하고 있듯이 이때의 고바야시의 태도와 행동은 조치훈을 사고를 당한 환자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평소와 같은 승부사로 대하는 것이었다. 고바야시의 말을 옮겨 보자.
'조치훈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평소보다 강했다. 이는 이쪽이 불리하므로 대등한 조건으로 싸우고 싶다라고 하는 신청인 것이다.'
여기서 어떤 동정은 찾을 수 없다. 조치훈을 상처입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라이벌로, 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고바야시는 명인전 때보다 지금의 조치훈을 강하게 여기고 있었다.
'확실히 그 당시 나는 강했다.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패했고, 그것이 내 한계였는지도 모른다.' 조치훈의 이야기.
상처투성이인 상태로 왜 싸운 것일까? 외야석의 목소리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여기 린하이펑(林海峰)의 감상은 조치훈의 목숨을 건 투쟁에 하나의 답을 제시해 준다.
'나도 치훈도 똑같다. 둘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무슨일이 있더라도 둔다.'
"머나먼 타국에서 일본에 와서 생활한다는, 예를 들어 말하자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역으로 고바야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나는 아마 상대가 몸이 완쾌되고 나서 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를 경계로 라이벌 고바야시에 대한 공감이 생겨난다. 그때까지는 솔직히 말해 오로지 라이벌이라는 감정이 강했고, 서로가 상대를 경원하고 있었다. 고바야시는 이길만 해서 이겼으며 조치훈은 휠체어에서 대국을 하며 그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조치훈은 무관, 고바야시는 4관왕이 되었다. 시대는 확실히 변했다. 고바야시 시대의 막이 올랐고 조치훈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류승필 사이버 오로 컨텐츠 팀장 / spryoo@baduk.or.kr)
●..조치훈은 패배했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다음은 투철한 승부사의 면모를 보여주는 조치훈의 글이다.
-휠체어 대국의 희생자는 내가 아니라 그였던 것입니다.서툰동정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그는(고바야시고이치) 투철한 승부자세로 나를 상대해 주었습니다.
-사고로 인해 졌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무사한 상황에서 졌다면 아마 다른꼴이 되었을 겁니다. (중략) 그때의 사고가 나를 재무장시킨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 관련기보는 제10기 일본기성전 도전2국, 휠체어 대국 시리즈의 2번째 판이다. 이 판과 3번째판을 조치훈 9단은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기적적으로 이기는 투혼을 발휘했으나 결국 승부에서 패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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