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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傳 2회] 피 바다를 부른 바둑-언참(言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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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傳 2회] 피 바다를 부른 바둑-언참(言讖)
2007-07-23     프린트스크랩
 

학들(鶴野)이 질펀하게 길을 만나
이름난 고을들 바둑판 처럼 펼쳐 있어
모두 크고 풍요하거늘

먼곳에서 사모하여 조빙을 닦고

여러 장수들이 떨쳐 국토가 이웃합니다.



태조의 문신 '권근' 은 명나라를 다녀 오며 명나라의 견문기를 실록에 기록하여 조선의 미래(?)를 암시한다. 태조 이성계는 초창기 명과의 밀접 했던 관계를 갑자기 바꾸어 대명 선전 포고를 하고 정도전을 총사령관으로 한 군대를 구성, 출동 직전에 까지 간다.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명의 간섭에 자존심이 상한것이 이유였다. 태조는 원과 명의 교체기의 국제 정세를 잘 이용하여 정권을 잡고 새로운 나라를 세운 사람이다. 특히 그는 명과의 친교를 중요시 했고 대명 정벌군을 중도에서 회군시킨 장본이기도 하다. 그런 인물이 갑자기 노선을 바꾼것은 아이러니다.


태조의 대명 항전의 의지를 꺾은 사람이 이방원이다. 방원은 태조의 다섯째 아들이자 태조 전력의 5할이라 할 정도로 실력자였다. 방원은 태조가 위화도에서 내 걸었던 회군 명분과 같은 이유로 반명(反明)에 나서는 태조와 정도전 남은 등의 진로를 막아선다.


방원은 명의 사신을 자청하고 험악했던 양국 관계를 진정시키고 곧바로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정도전 남은 심효생 등의 유신과 두 이복동생인 방번 방석을 살해하여 단숨에 태조의 카리스마를 넘어선다. 방원이 살아있는 태조의 권위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반명에 나선 조선의 의지를 꺾은 것에 대한 명의 지원(?)이 가장 큰 힘이었다. 그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방원은 이성계의 많은 아들들 중 과거에 급제한 유일한 인물로 문무에 능했고 대세를 읽는 감각까지 있었다. 방원의 준동에 태조는 아예 왕위를 방원이 아닌 둘째 정종에게 물려 주고 퇴위를 해 버린다.
조선의 정국은 다시 안개속이다. 태조, 방원, 그리고 신왕 정종을 따르는 세력이 이합집산을 하면서 방원의 형인 방간이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다. 방간은 방원 세력의 일각이었으나 동생 방원의 지나친 권력욕에 자신의 안위를 걱정했고, 방간의 주변에 포진하고 있던 박포(朴包) 같은 담대한 인물들이 거들고 나선다.


1400년 겨울비가 오는 밤이었다. 방간의 집에 찾아온 박포는 자연스럽게 바둑을 둔다. 비가 거칠게 내렸다. 한겨울에 어울리지 않는 비다. 먼저 방간이 바둑을 두는데 겨울비가 웬 말인가 하고 묻는다. 방간의 물음에 박포가 기다렸다는 듯 언무언(言無言)으로 답을 한다. 언참(言讖)을 한 것이다. 박포의 해몽이 비상하다. 겨울비가 길을 무너트리고 그 속에서 바둑을 두는 것은 시장에서 전쟁을 할 징조라는 것이다.


(去年冬至, 抵芳幹第爲博戲, 是日適有雨, 告之曰: ‘時令不和, 宜愼之。’ 至今年正月二十三日初昏, 天氣赤於西北, 明日又至芳幹第告曰: ‘天有妖氣, 宜愼處之。’ 芳幹曰: ‘何以處之?’ 苞曰: ‘不典兵謹出入, 整衣冠重行止, 如前朝諸王之例, 斯乃上策. 태종실록)



방간의 질문은 일상적인 것일 수 있으나 대꾸를 한 박포의 대답은 복심을 담아낸 것이다. 어차피 일을 낼 것이면 선수를 치자는 방도까지 나간다. 방간은 박포의 손을 잡고 결의를 다진다. 박포의 언참은 주역 산지박(山地剝)이다. 박괘는 다가오는 위기를 말한다. 양의 기운이 점차 줄어들어 붕괴 직전의 위기다. 이를 '서괘전'은 사회의 쇠퇴, 개인의 중병, 실각을 노리는 주변의 음모라 말한다.


박포의 언참은 '박괘'의 징조를 딛고 일어서면 일양래복(一陽來復)이 오니 먼저 파괴를 하자고 한다. 파괴 다음은 건설이다. 방간은 박포, 강인부, 민원공, 이성기 등을 참모로 하고   자신의 아들 이맹공을 주장으로 선제공격에 나선다. 실록은 3백여 명의 방간군이 동대문(개성)을 거쳐 도성에 입성을 했고 이를 방원 부대가 가조가(可祚街)에서 막아서며 시가전이 벌어졌다고 기록 한다.


전쟁은 방원군의 승리로 끝난다. 이천우, 조영무, 이숙번, 권희달 등 범같은 방원의 무장들을 감당하기에는 이맹공, 박포의 능력이 역부족이었다. 결국 박포 등 수십 명이 참수되고 방간 부자의 유배로 난은 끝난다. 이것이 2차 왕자의 난이다.
그러나 실록 곳곳에 산재한 방간의 난은, 방간의 선공이라기보다는 방원측의 주도면밀한 대비가 있었던 것을 말해준다. 방간의 모의 과정을 방원측이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 증거다.


훗날 방원의 공신이 된 '이애'는 방간의 집에 초대되어 비상한(?) 제안을 받는다. 이애는 방간의 처와 친척간이다. 방간이 아내의 친척임을 믿고 포섭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애는 놀랍게도, 방간의 처가 바둑을 두고 있는 방간과 박포의 옆에서 일을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그르치게 된다는 소리를 듣는다. 방간이 마음이 불안하여 바둑도 되지 않는다며 바둑판을 쓸어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애에게 거사에 참여 하라는 단도직입의 제안을 한다.


(來一日過芳幹第, 見房內兵器羅列, 且其辭色, 若有不豫者, 來心以爲怪。 其妻謂芳幹曰: ‘如此者, 自古必敗。’ 若有沮止之狀。 芳幹與門客朴苞對碁, 忽抛其玉子而起曰: ‘心不平, 不敢爲戲。’ 乃進來曰: ‘君儒生, 通達古今, 請聞吾一言。 近聞, 靖安君謀我父子, 吾不忍束手就死, 欲先發, 君意何如? 세종실록)



이애는 방원에게 직접 이 사건을 보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일은 방원의 귀에 들어가 이방원의 결정적인 승기가 된다. 이애는 이 사건으로 단숨에 방원의 공신이 된다. 잘 먹고 잘 살았던 이애의 일생이 그것을 말해 준다.
이로부터 이방원은 승승장구한다. 조사의의 난이 있기는 했으나 역전의 용사 이천우와 조영무 등이 있어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이방원의 친위 무장 중에서 이방원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이천우에게는 인간 말종(?)인 아들이 있었다. 이방원과 이천우는 인간 말종을 자식으로 둔 동병상린의 아픔도 있었다. 두 말종들은 바둑을 미친 듯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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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여정 |  2007-07-23 오후 2:05:00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재밌습니다. 역사공부도 되겠네요. 좋은 글 올려주시는 이청님께 감사~  
건달파 |  2007-07-24 오후 4:3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로7년차 회원인데요.홈페이지 볼거리가 풍부해져서 정말 만족입니다. 베팅기능들을 다양화 시키다 보니 대국실 개편에 올드바둑팬들의 원성을 많이 산 걸로 아는데요. 홈페이지에서라도 유익한 바둑 기사와 칼럼들로 채워나간다면 1등바둑 싸이트 자리는 만고 불변임다.  
폭풍999 |  2007-07-25 오후 5:4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폭풍999도 바둑을 미친듯이 좋아하는..전주 이가인디... 뜨끔하군요...  
나무등지고 |  2007-08-07 오후 5:36: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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