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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傳 1회] 해 뜨기 전이 춥다 -朝鮮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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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傳 1회] 해 뜨기 전이 춥다 -朝鮮의 등장
2007-07-20     프린트스크랩

 

역은 지난날을 들어내어 미래를 살피는 것이라 했다(夫易彰往而察來). 역은 궁하면 통하기 마련이라고도 한다(困窮而通). 역은 안착하려는 곳에 우물이 있으면 그곳에 뿌리를 내리라 한다(井居其 所而遷). 창왕찰래는 역사의 또 다른 표현이다. 반복하는 역사의 순환 속에서 우물이 마르면 나라(邑)를 옮겨(所而遷) 다시 세우는(井居其) 일은 의당 있는 일이었다.


1392년 7월 17일 개경 수창궁에서 있었던 사건이 그것이다. 이성계가 공양왕으로부터 고려의 사직을 이어받아 한 해를 유지하다가 1393년 2월15일 국호를 조선으로 정하고, 3월 19일부터 정식으로 사용한다. 명나라는 조선의 탄생을 축하하며 사신을 보낸다.


-동이의 국호에 다만 조선이 아름답고 전래한 지도 오래인지라 그 명칭을 아름답게 하여 하늘과 땅과 모든 백성들을 번성케 하리이다.


태조와 그의 친위세력은 '조선'과 '화령'이라는 두 가지 국호를 생각했었고 명나라가 조선이 좋겠다하므로 정식 국호가 정해지면서 고려는 역사의 저편으로 퇴장을 한다. 명사(明史)는 조선은 동이에 전래된 지가 오래고 이름이 아름답다고 했다. 조선실록에도 이 기록이 수록되어 있다. 조선은 과연 무슨 뜻일까.

 

朝.

갑골문에 조는 해와 달이 숲속에 함께 있는 모습이다. 해가 뜰 때 (달이 아직 지지 않은) 아침을 나타내는 회의자(會意字)다. '설문'은 조는 아침이다. 幹은 아침이고 舟는 발음이라 한다. 설문은 조를 형성자(形聲字)로 보았으나 이는 설문의 오류다. 허신이 갑골문에 대한 정보가 없던 탓이다. (이효정, 이병관)


鮮.

갑골문에는 보이지 않는다. '금문' '소전'에 魚 羊으로 이루어져 있다. '설문'은 선은 물고기다. 맥국(貊國)에서 난다. 魚는 의미이고 羊은 발음이다 했다.


朝가 아침의 의미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鮮이 생선의 이름이란 것도 맞는 듯하다. '설문'이 말하는 맥국이 '예족' '맥족' 하는 고조선, 부여계의 통칭인 것을 보면 조선이란 말이 고조선의 그것인 이유가 선명해진다. '산해경'에 맥 땅에 머리에 뿔이 난 생선이 산다고 했다. 아마도 바다코끼리나 바다표범은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조선의 의미는 '아침의 나라' 정도로 이해가 된다. 고려와 조선은 많은 부분에서 임무 교대를 한다. 사병과 방대한 토지, 엄청난 노비를 거느리고 있던 고려 귀족사회가 초토화되고, 유교로 무장한 사대부가 그 자리를 메운다. 조선의 사대부가 잘 먹고 잘 사는 부류기는 했으나 고려의 귀족집단과는 차원이 달랐다. 또 하나 귀족집단에 결코 뒤지지 않았던 불교의 와해였다.


고려 귀족집단은 불교와 더불어 백성들의 탐학의 원흉이었다. 조선은 이 두 개의 집단을 초토화시키면서 고려 백성들의 지지를 이끌어낸다. 고려에 대한 백성들의 민심을 잘 이용한 케이스다. 달리 말하면 개혁이겠다. 고려 백성들은 철저하고 무지막지한 조선의 이 두 가지 정책에 신뢰를 보낸다. 고려귀족의 씨를 말리고 중들의 생활이 극락에서 지옥으로 바뀌는 것을 목도한 탓이다.


고려시대 귀족들은 금기서화(琴碁書畵)를 자랑했다. 거문고 바둑 서예 그림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있어야 교양인이란 인식이 있었다. 고려의 바둑은 '윤호'에게 '김종서'로 법통이 이어진다. 사서(史書)라는 장에서 말이다.


-판삼사사 윤호가 죽었다. 임금이 3일간 조회를 폐했다. 윤호의 자는 중문(中文)이고 파평군 윤해의 아들이다. 정직하고 글씨를 잘 썼다. 공민왕 때 벼슬을 시작했는데 바둑을 잘 두어 공민왕의 대적이 되었다. 그러나 잘 이기지 않았다.


윤호는 고려의 문신으로 조선초 벼슬을 하다 공무 중에 죽는다. 태조는 3일간 공무를 폐하고 그를 조문한다. 태조의 신하들은 거의가 윤호와 같은 경우다.

고려의 바둑은 격조와 기품이 있었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는 물론 수많은 문집에 전하는 내용이 그렇다. 특별히 '이규보' 의 동국이상국집에 전하는 글 한 편을 소개한다. 19로 바둑이 특정되어 있기에 선택을 했다.


夜靜紅燈香落地 / 蛇頭兎勢縱橫 / 但聞玉子響紋枰 /

雖饒誰勝山月西向 / 十九條中千萬態 / 世間興廢分明 /

箇中一換畿一生 / 仙柯欲爛回首忽相驚 /


깊은밤 붉은등빛 땅에 어리는데

머리가 뱀인 듯 달리는 토끼인 듯 요동치며

바둑판위 놓이는 소리 요란하다.

누가 이기는지 지는지 달은 서쪽산을 넘어가고

19로(바둑판)의 일은 천변만화지만

세상의 성패는 분명하다.

다만, 인생은 한번뿐이거늘

신선 바둑놀음하다가 서로가 놀라도다.



윤호의 에피소드나 이규보의 글은 바둑 속에 인생을 담아내는 아취(娥趣)가 살아있다. 윗 사람을 위해 바둑을 양보하는 윤호나 바둑판 안에서 한번뿐인 인생을 깨닫고 놀라며 경계 하는 질책은 일찍이 금기서화를 자랑하던 고려의 덕목이었다. 그러나 이 고려의 금기서화는  비극적인 기록으로 막을 내린다. 문종 1년 8월 21일 '김종서'는 새로 편찬한 고려사(세보 46권 지39권 연표 2권 열전 50권 목록 2권)를 바치며 서문에 이렇게 적고 있다.


-새 도끼 자루는 헌 도끼 자루를 보아 법으로 삼고 뒷 수레는 앞 수레를 거울 삼아 경계 한다고 하니 대개 이미 지나간 흥망의 자취는 실로 다가오는 장래의 귀감이므로 이에 편간(사서) 엮어 바치나이다 … 일찍이 거간(巨艮)들이 번갈아 임금 바꾸기를 바둑판의 돌처럼 했고 끝내 무도하여….


김종서는 바둑을 예로 들어 고려의 정권 다툼을 표현하고 있다. 대간들이 임금 바꾸기를 바둑 두듯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종서 자신이 든 예에 해당할 줄은 모른 모양이다. 거간들은 고려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조선에도 있었다. 태종이나 세조 등이 거간이 아니면 무엇이랴.


태조실록에 보이는 바둑 기록은 4건이다. 중국을 다녀온 시문에 한 편 있고 궁안에서 공무를 보지 않고 바둑으로 소일한 관원에 대한 문책 등 사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기록들 속에 바둑판 위에서 모의된 태풍의 눈이 곳곳에 포착된다. 조선 초기 치열했던 내부적 정치적 반란 사건들이 엉뚱하게도 바둑이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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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나루 |  2007-07-20 오전 10:1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나도 1등 할 때까...ㅎㅎ  
사다리 |  2007-07-20 오후 9:55: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증말 조은 칼럼이네여...혀에 휘감기는 당의정 가튼 글은 아닐지 몰러두 찾기 힘든 역사적 사실을 뒤져가며 햇볕을 보게 한 참말루 바둑계로선 값진 글이네유...강추함돠! 바둑계가 증말 필요로 하는 작가 한분을 만났네여...  
시작하고 |  2007-07-21 오전 8:5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감사합니다.  
폭풍999 |  2007-07-21 오후 5:5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공민왕의 기력이 궁금해지네요..^^  
건달파 박종화선생님의 "다정불심"이란 장편소설이 공민왕을 주인공으로 했는데 한국문학사에남는 걸작입니다. 흥선대원군을 소재로한"전야"라는 작품도 휼륭하고요.
낙지대그빡 |  2007-07-22 오전 10:30: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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