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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14)/ 절의인가 옹고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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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14)/ 절의인가 옹고집인가
2008-11-28     프린트스크랩

  

조선의 군왕만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군왕들 중 가장 치욕스런 일을 당한 사람은 아마 인조일 것이다. 인조는 대청전쟁에서 패한 후 청태종 앞에 세번 절하고 아홉번 이마를 땅에 찧는 의례를 두번씩이나 행한다. 그뿐이 아니다. 인조는 자신의 두 아들과 무려 60만의 조선 백성들을 전쟁의 전리품으로 끌고 한양을 떠나는 청태종을 배웅하며 손을 흔든 골빈(?) 군왕이기도 하다.

인조는 숭명사상이 뼛속까지 박혀 있던 서인의 악다구니 속에서 점증하는 대청의 압박에 대처해 보고자 광해군의 중립적 외교를 보좌했던 '윤희'를 외교참모로 삼아 나름의 방법을 모색해 보지만 끝내 병자호란을 맞아 삼전도의 수모를 감내한다. 인조는 대명숭존에 가장 적극적이던 '윤황'과 '김상헌'에게 막말을 퍼붓는 것으로 울분을 달래보지만 이미 조선과 군왕의 체모는 여지없이 구겨진 뒤였다.

인조는 윤황에게 고상한 소리에 혈안이 되어 난의 패배를 자초한 물건이라 힐난하고 김상헌에게는 대놓고 나를 도둑놈으로 만든 장본인이라 말한다. 청류 김상헌은 후대에 안동김문의 종장이자 노론의 자랑으로 추종된 인물이지만 인조에게 김상헌은 허명을 탐하는 혼자만의 독존에 사로잡힌 옹고집일 뿐이다.

김상헌은 조선의 절의로 추앙된 이유는 무엇보다 원칙을 중요시했고 한번 정한 원칙에 목숨을 건 일관성이었지만 당대의 국난을 극복하는 과정에는 융통성 없는 걸림돌(?)이었을 뿐이다. 당대의 국난을 온몸으로 떠안았던 최명길은 김상헌을 사실적으로 평가한다.

(상헌은 도량이 편협하고 기개가 강직하므로 좋은 곳에 들어가면 천길 낭떠러지에 서 있는 기상이 있고 잘못 들어간 곳에서도 뜻을 굽혀 고칠 생각이 없으니, 식견이 모자라서인 듯합니다.)

최명길이 평가한 김상헌은 한마디로 돌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명길은 풍전등화의 전란 앞에서 아무런 대책없이 무조건 항복불가를 외치는 김상헌을 병자호란이 나기 몇해 전에 이렇게 예언(?)한다. 기개는 끝내(?) 주지만 도무지 요령부득인 인간임을 간파한 것이다. 김상헌은 자신의 업무 중에도 조금도 융통성을 부리지 않은 인물이기도 했다. 최명길은 이런 김상헌을 일정부분 인정하기도 한다.

필자는 김상헌의 문집 속에서 바둑글 한편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안동김문의 자손들은 김상헌을 높게 바라보지만 필자는 김상헌의 바둑시 한편이 그저 반갑다. 조선 오백년 선비사에 가장 꼿꼿한 선비의 대명사도 바둑에는 자유스럽지 않았던 것이 신기하고 놀랍다.


조용하고 은밀한 곳 찾아 만날 날 약조하지는 않았지만

무료함을 달랠 길 없어 바둑판을 내놓았지

천장에 거미줄 어수선한 방안에서

하루종일 얼굴보며 바둑에 열중하네

고목뿌리 서로 엉킨 곳으로 굽이쳐 흐르는 물

눈덮힌 첩첩산중 하늘을 찌르누나

산중에서 은밀하게 만날 수 있었기에

해저무는 다리 위를 지팽이 짚고 건넌다네.

( 邂逅尋幽本不期 / 坐來無事試圍棋 /游絲碧落空虛地 / 盡日相看下子遲

 枯木槎牙亂水回 /雪峯重疊凍崔嵬/ 山中定有幽期在/ 日暮危橋策蹇來.)

참으로 은일한 시다. 산중의 어떤 초막에서 가끔 만나는 친구와 한판 수담을 나누고 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오는 한 노인의 모습이 아스라하다. 붉은 노을이 다리 위로 내린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마도 이 노인의 모습은 김상헌 자신일 것이다. 나라가 망하는 순간에도 항복은 없다를 외치던 사람도 바둑 앞에서는 그저 평범한 애기가(愛碁家)일 뿐이다.

 

(승정원일기 인조)

尙憲 量褊氣剛, 故入得善處, 有壁立千仞之氣象, 其誤入處, 亦無撓改之意, 恐其識見不及也。” 因曰: “ 尙憲 爲宗廟祭官, 六月着黑團領, 終日致齋; 爲內醫提調, 劑御藥時, 則必須具冠帶, 使不得以他事來煩, 然後劑進; 問安時則亦曰: ‘君父有病, 何可退在私室?’ 必須留宿闕門外, 早來問安, 此亦人所不及處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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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  2008-11-30 오후 4:02:0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후지산 |  2008-12-02 오후 12:01: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은일한 시다?
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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