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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9)/ 바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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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9)/ 바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8-07-29     프린트스크랩
 

바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선의 군왕 중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에 등 떠밀려 왕이 된 군왕이 몇명 있다. 그중 한명이 인조다. 인조는 반정모리배들의 추종으로 왕이 되었으나 재위기간 두 차례의 대청전쟁으로 최소한의 조선군왕의 자손심도 지키지 못한 초라하고 궁상맞은 신세가 된다.

인조의 집권기간은 대청의 압박과 멸망의 순간에 접어든 명의 지속적 관심(?) 속에 갈피를 못잡던 시대가 지속된다. 인조는 어느날 신하들과 국정을 논의하며 자신의 시대와 비슷했던 선조임금의 사례를 들어 국정타개책을 찾는다. 임진왜란의 참혹한 전란 속에 고군분투하던 선조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본 인조는 선조와 곽재우의 일화를 꺼낸다. 곽재우는 홍의장군이라 말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선조는 의병장으로 영남에서 떨치고 일어난 곽재우(郭再祐1552-1617)에게 병법을 묻는다. 곽재우는 초야에 사는 천민으로 자신은  제승방략을 모른다 말한다. 다만 적을 마주한 순간이 오면 때를 고려하고, 따르는 병졸의 사기를 고려하여 차등을 두지 않고, 두루 의견을 듣는것이 병법의 상책임은 알고 있다 말한다. 능력이 안되는 사람을 장수로 쓰지 않고 신상필벌을 잘 쓴다면 병졸들은 즐겁게 따르고 전쟁은 승리할 수 있다 말한 것이다. (주.1)

선조는 조선의 군왕들 중 바둑을 가장 좋아한 왕 중 한명이다. 선조는 곧잘 국사를 바둑과 연관지어 말하곤 했다. 인조가 예를 들어 말한 곽재우와의 대담에도 바둑이 등장한다. 선조는 곽재우를 평하며 군대를 움직이고 전개하는 것 중 (바둑의) 포치(布置)가 능한 사람이다,고 했다.

곽재우는 초야에서 이름없이 살다가 불식간에 임진왜란을 맞아 고향인 경상도에서 의병을 모아 질풍노도로 진격하는 일본군의 후방을 유격전으로 교란하여 일본군의 진격속도를 늦추고 전라도 방면의 전개를 막아내는 큰 전공을 세운다. 곽재우는 초야에서 시문과 활쏘기 그리고 바둑으로 소일하며 살던 한촌필부다. 그런 사람이 국가위기에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것도 아름답지만 병법에도 밝아 전공까지 세우며 선비의 도를 다한 것은 멋지다.

곽재우는 전문적으로 습득하지 못한 병법을 바둑론으로 대체하는 임기응변을 보여준다. 곽재우가 바둑을 병법으로 이해하고 활용한 장면이 여러 곳에 보인다.


- 국가의 성패는 바둑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비록 진 바둑도 한번쯤은 이길 수 있던 형세가 없지 않을 것이며 이긴 판이라도 늘 질 수 있던 형세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나라의 형세가 패한 바둑판의 모양이기는 하나 (잘 살펴보면) 어찌 이길만한 수가 없겠나이까?

평상시의 수로는 오늘의 위급한 국가형세를 구하지 못합니다. 보통이 아닌 고단수(은혜와 위력)로 붕당을 제거하고 탐관오리들을 타파한 후에야 모든 신하들과 나라의 일을 의논할 수 있을 겁니다. 이후로는 남쪽의 일본도 북쪽의 여진도 근심할 일이 없다고 봅니다.(주.2)


이 기록은 대제학 '권유'가 지은 곽재우의 신도비에 있는 기록이다. 광해군일기에도 들어 있다. 곽재우는 전란이 한참인 선조임금에게 급박한 상소를 올린 적도 있다.

바둑을 잘두는 사람은 진 판을 바꾸어 이긴 판으로 만들고 바둑을 잘 못두는 사람은 이긴 판을 타고 앉아서 진 판을 만듭니다. 하여 나라의 형편이 이미 기운 바둑판의 모양이지만 어찌 이길 수 있는 한수가 없겠나이까. 곽재우는 이 글을 남기고 난이 끝난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끝내 조정의 부름을 거절하고 은거한다.

곽재우는 전쟁의 중심을 정식 무인도 아닌 의병의 신분으로 뚫고 다니며 의기소침한 군왕과 조정을 위로하고 아직 바둑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끝나지 않은 바둑의 승패는 하늘도 모른다. 과연 하늘은 조선의 바둑판을 들어 엎지 않았다.

 

(주.1) 승정원일기(인조16년 3월9일)

(臣聞故同知(郭再祐), 糾義於壬辰之亂, 斬獲甚多, 宣廟屢賜引見下問行軍用兵之法, 再祐對曰, 田野賤臣, 豈能知制勝方略哉? 只有一規焉, 雖非臨陣對敵之時, 居閑處常, 每令軍中, 無間貴賤, 各陳其意見, 採用其長策, 故至微極陋之下卒, 或有能料其將校之所不能料者, 必賞其人而用其策, 人人樂從長, 是以能有以濟事也)

(주.2) 곽재우신도비명.

(公上疏辭謝 困上中與三策 其一主勝之道 二兵勝之謀 三僅保之計 其言甚偉 非衆臣所能道也.

不言國家成敗 若奕碁 雖敗局未嘗無勝勢. 雖勝局 未嘗無敗勢 惟今之勢 雖敗局然豈無可勝之

勢哉. 平常之政恐不救今日危急之勢 心用非常不惻之恩威 然後可以去朋黨 革貪暴 使大小臣

得協心圖王事 而南北寇不足憂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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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바모 |  2008-07-29 오전 10:01: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지금이 임난, 구한말인 것 가토요. 내우외환이 심상치 않아서...  
李靑 홍의장군의 후손,
선비만석 |  2008-07-29 오후 6:21: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으음........곽재우에 대한 기록을 더 자세히....올려주면 고맙겠습니다....  
유프라테 |  2008-07-29 오후 10:29:5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일제강점기에 이어 분단과 전쟁.휴전.....평화로운것 같지만, 후손을 위해 이루어야할 일들이 너무 많은 시대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  
水童 |  2008-07-30 오후 11:55:5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 어려웠던 시대에 국난을 극복했던 많은 장수들은 난이 끝난후 다들 숙청 당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또 병자호란을 맞고요 .하지만 바둑은 한판이 끝나면 다시 복기를 하고 자기의 잘못을 누의치며 다시는 그런 실수를 안하리라고 생각하면 다음 판을 준비합니다...그래서 전 바둑이 좋습니다...  
후지산 |  2008-07-31 오전 10:59: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었습니다. 무더위에 건강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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