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 최고의 독설가(?) 마샤오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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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 최고의 독설가(?) 마샤오춘 (2)
2008-03-21     프린트스크랩



독설가(毒舌家).

사전적인 뜻은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스러운 말을 잘하는 사람'이지만 여기서는 ‘남을 해칠 의사가 있는 건 아니고 그저 말을 독하게 하는 사람' 정도로 규정하자. 이런 뜻에서, 바둑계 최고의 독설가는 누구일까?

먼저 일본의 가지와라(梶原武雄, 아래 일러스트) 9단이 생각난다. 정작 자신은 타이틀 하나 따지 못했으면서도 쟁쟁한 프로들의 바둑을 가차 없이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잘근잘근 씹어댔던 해설가.

 

일례로 1983년 조치훈 본인방과 도전자 린하이펑(林海峯) 9단이 둔 38기 본인방전 도전7번기 6국 해설을 보면 백(린하이펑)의 6수째 착점을 패착으로 단정하기도 하며, 조치훈의 흑19, 37을 악수라 혹평하며 “조치훈도 버젓한 일류기사가 됐으니 과격한 말은 할 수 없으나, 옛날이라면 짐을 꾸려서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호되게 꾸짖고 싶은 장면이다”며 과격한 말을 하고 있다.

이 정도는 약과다. 조금만 눈에 안 차는 수가 나오면 “이런 엉뚱한 수를 두고도 본인방(本因坊)이라니 이상하다”는 둥 “돌이 운다. 눈물, 눈물이다. 그러나 못 느끼는 녀석에게는 관계가 없다. 느끼지 못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본인방이 되거나 명인이 되거나 하기 때문에…” 따위의 독설을 퍼붓기 예사였다. 대선배의 난도질(?)에 프로기사들은 곤혹스러웠을 것이나 이처럼 독특한 그의 해설은 팬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

일러스트/ 손종수

가지와라 9단이 독설가로 유명하기는 했어도 그의 독설은 어디까지나 작품(기보)에 한한 비평이었기에 팬이나 프로기사들은 색다른 즐거움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바둑계 최고의 전방위 독설가는 마샤오춘 9단이라 생각한다. 마샤오춘 9단의 독설은 반상 반외를 가리지 않았으므로. 사실 개 코를 벌름거리듯 늘 냄새를 맡고 다니는 기자들에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주는 마샤오춘 9단 같은 사람은 최고의 취재원이다. 시시콜콜한 일화는 아래 만화를 참조하시고, 숙적 이창호 9단에 관한 한두 가지 말만 소개하고 넘어가겠다.
          

제2회 삼성화재배 준결승. 지려야 질 수 없는 필승국면에서 귀신에 홀린 듯 반집패를 당한 이때의 바둑을 마샤오춘 9단은 가장 뼈아픈 한판으로 꼽는다. [사진/월간바둑]


1990년대 중반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이창호라는, 그의 표현대로라면 ‘도저히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바둑귀신'에 딱 걸려 1995년 딱 1년만 반짝 천하를 지배했던 마샤오춘 9단. 그의 이창호에 대한 평은 이러했다.

“그의 바둑 수의 전체 점수는 두루 높다. 보통 기사는 100점짜리 묘수 한수를 두더라도 다른 수들은 대개 60~70점에 불과하다. 전체 평균점수는 그리 높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창호가 두는 수들은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점수이다. 모든 수가 70~80점 정도 된다. 다만 그것이 일정하고 꾸준하기 때문에 그의 전체 평균점수는 높고, 따라서 바둑을 이기는 것이다. (기복이 없다는 얘기.) 이창호를 이기기 위해선 전체 점수에서 그를 추월해야 한다. 그가 강한 부분에서 그보다 떨어지면 안되고, 그가 약한 부분에서는 반드시 그를 능가해야 한다. 이것은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 2005년 7월에 중국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이세돌 9단의 바둑에 대해 논평하다가 대놓고 이창호 9단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쏟아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 바둑계는 두 사람의 천재가 있다. 하나는 나이고, 또 하나는 이세돌이다. 그러나 이 말의 전제조건에는 모두가 우리 두 사람을 비정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한 데 이어 "이전에 모두가 이창호를 주시하였는데 사실 이창호 바둑에 무슨 연구할 게 있는가? 그는 어쨌든 항상 변화가 없는 것으로서 모든 변화에 대응한다”며 이창호 바둑을 평가절하(?)했다.  

이에 대해 이창호 9단은 웃으면서 “재밌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혀 기분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천재가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고….”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마샤오춘 9단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구설수에 오를 때마다 그가 하는 변명이 있다 한다. "나는 그냥 한번 한 소리다. 누가 그들이 이렇게 진지할 줄 알았나?"

마샤오춘 9단은 2005년 8월부터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그가 감독으로 나선 이후 중국은 이전보다 눈에 띄게 성적이 좋아졌다. “21개월의 임기 내에 적어도 한번은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큰소리쳤는데, 갈망하던 올해 농심신라면배도 우승했고 2006, 2007년 삼성화재배(뤄시허, 창하오)나 2006년 LG배(구리), 2007년 춘란배(구리)를 석권했으므로 이미 그 목표를 훨씬 웃도는 성과를 올렸다. 선수시절에 못 잡은 숙적 이창호와 한국바둑을 감독이 되어서 그 한을 풀고 있다고 할까.


아래 만화는 2000년 월간바둑 10월호, 11월호에 연재한 ‘마샤오춘 뎐 2, 3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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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만석 |  2008-03-21 오후 9:06:3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마샤오춘......거참 알듯 모를듯한 기사네요.....  
밤강물 |  2008-03-22 오후 12:43: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음... 천재 맞네! 원래 천재들은 어리숙한데가 많아... 그래서 신은 공평한게지!  
밤강물 |  2008-03-22 오후 12:45: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마구단께서는 바둑감상을 음악감상이나 미술감상처럼 예술적 감상으로 승화시키는 천재가 아닐까?  
체리통 |  2008-03-22 오후 3:03: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마구단.. 이름부터 매력 있지 않은가!  
노을강 마져요^^*
노을강 |  2008-03-25 오전 7:34:0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마사효춘은 생긴게 영.. 섭머시냐도 좀 그렇고요.  
돌부처쎈돌 |  2008-03-26 오전 2:00: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제가 선택한 아이콘과 마샤오춘의 모습이 너무 닮았당^^!
중국바둑에서 마사범의 역할이 지대한 건 사실입죠..  
팔공선달 |  2008-03-27 오후 7:29:5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렇게 악담을 한것 같지 않은데...??/텨 =3=3=3=3  
둘셋돌 |  2008-03-29 오전 5:10: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계에 마구단같은 사람 하나 있어야 잼나지...차세대 독설가의 바톤을 이어받을 자는 마구단이 천재라고 얘기한 세돌이가 아닐런지 ㅋㅋ 장가도 스물몇살에 초속기로 후딱 가버리고,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마구단을 능가할 만큼 개성있어보이던데...아님 말고^^  
술익는향기 |  2008-04-02 오전 8:40:3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일본의 괴물 기성 휴지사와 슈코 선생도 독설로 둘째가라하면 서러워 하실텐디...
바둑계에 천재는 자신과 조훈현 뿐이 없다고 큰소리 치던 독설가...
정선생님의 글 항상 재미나게 읽고있습니다...  
수담장터 |  2008-05-01 오후 5:19: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재미있는 만화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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