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 오제본기(五帝本紀)에,
‘곡(嚳)’은 제후인 진봉씨(陳鋒氏) 딸을 얻어 방훈(放勛)을 낳았다. 또 제후인 주자씨 딸을 얻어 지(摯)를 얻었다. 곡이 붕어하자 지가 대신하여 즉위하였는데 덕이 미약하고 공적이 두드러지지 못했다. 그가 붕어하자 아우 방훈이 즉위하였는데 이가 곧 요(堯)다. 즉, 요 임금의 아버지가 ‘곡’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를 유끼꼬는 성경에서 찾고 있었다.

<노아의 아들 셈과 함께 야벳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홍수 후에 그들이 아들을 낳았으며 야벳의 아들은 고멜과 마곡과 마대와 야완과 두발과 메섹과 다라스요. 고멜의 아들은 야스그나스와 리밧과 도갈마요. 야완의 아들은 엘리사와 달시스와 깃딤과 도다님이라. 이들로부터 여러 나라 백성으로 나뉘어서 각기 방언과 종족과 나라대로 바닷가의 땅에 머물렀더라. 함의 아들은 구스와 미스라임과 붓과 가나안이오(창10:1-6)>

물론 이뿐만 아니었다. <서전(書傳)> 요전(堯傳)에는 순(舜)에 관한 얘기도 나온다.

순의 아버지 고수(瞽叟)는 눈먼 장님이었는데 순의 어머니가 죽자 다시 아내를 맞아들여 상(象)을 낳았다. 상은 오만했다. 고수는 후처가 낳은 상을 사랑하여 언제나 순을 죽이려 했다. 그럴 때마다 순은 피신하여 아버지에게 오명을 남기지 않게 하였는데, 작은 과실이 있을 때마다 자진하여 죄를 감수했다. 부친과 계모와 아이에게 순종하면서 날마다 독실하게 행동 삼가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유끼꼬는 여기에서 한마디 남겼다.

‘여기에 나오는 고수가 함의 아들 구스 그 사람이다.’

다시 말해 뜬구름 잡는 식의 기록이 아니라 역사가 사마천의 지적처럼 정작 믿을 바 있는 기록은 요순으로 시작되어 중국 역사의 시발점으로 내놓은 것이다. 유끼꼬가 남긴 기록은 여기에서 끝나 있었다.

탁원제는 팔짱을 낀 채 창밖으로 불어가는 바람의 흔적을 지켜보았다. 흩날리는 낙엽들과 길거리의 오물들이 휘이 불어오는 바람에 쓸려가고 있었다. 역사란 그런 것인가. 그는 사학도(史學徒)답게 해묵은 역사의 연표를 펼쳐들었다.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한 연대가 B.C. 2333년이다. 연표에 기록된 것으로 보면 이때가 중국의 요(堯) 임금 25년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것만으로 본다면 한국과 중국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라를 열었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녀서인지 탁원제 역시 창세기에 관해서는 부분적으로 욀 수 있을 만큼 알았다. 셈의 아들 엘람과 앗수르 중에서 엘람은 아무래도 성직자적인 분위기였을 것이다. 특히 앗수르는 행정 · 군사를 담당한 기마민족이었기 때문에 그 흐름이 고구려와 신라까지 이어진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들은 야벳 가문의 일부와 구스 가문의 일부를 데리고 아라랏 산을 넘어 중앙아시아 · 시베리아 · 몽골을 거쳐 만주 땅으로 향하는 대장정의 길에 오른 것이다. 그 과정에 ‘우스’라는 지명이 생겨났을 것이다. 우스란 게 뭔가? ‘천사가 인도해준 땅’ 즉, ‘약속의 땅’이다.

머나먼 메소포타미아에서 만주근방까지 오면서 곳곳에 우스라는 명칭이 붙었다. 우스토브, 우스벤스키, 우스베키스탄 등이 그것이다. 긴 여행에 힘이 들 때면 ‘이곳이 우스다!’고 부르짖으며 주저앉았다가 해가 뜰 때면 다시 마음을 다져 먹고 이동했을 것이다.

이렇듯 셈족과 일부 야벳과 구스 족은 시베리아를 거쳐 남쪽으로 내려왔다. 그곳에서 아라랏 산 근처와 비슷한 곳에 정착했는데 수많은 기러기와 오리가 내려앉은 땅을 보고 강 이름을 ‘아리라’라 지었다. 또한 그 주위의 넓은 강변을 ‘아사달’ 즉, 우스달이라는 ‘약속의 땅’이라 명한 것이다. 그곳이 하얼빈 지역으로 아침의 나라 고조선(古朝鮮)이었다.

그렇다면 아사달에 정착한 한국인의 조상들은 어떤 신앙을 가졌으며 어떻게 살았을까. 셈족의 장자들은 땅에 충만하라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아사달의 넓은 들판과 한반도에 퍼져나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았다. 그들은 오직 한 분뿐인 하나님만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

<규원사화> 단군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써 있음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은 오직 한 신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 계시며 천지를 창조하고 전 세계를 주관하고 수없이 많은 사물을 만드시니 넓고 넓게 둘러싸므로 들어있지 않는 것이 없고 아주 밝고 밝아 작은 티끌 하나 새지 않도록 하시었다.>

위의 글을 보면 하나님은 유일신이요, 창조의 신이요, 빛과 같이 밝은 신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그 내용이 유대인의 야훼 하나님과 정의가 같은가이다. 고대 한국인들이 하나님을 섬겼다는 사실이 고조선 역사를 배울 때 <삼일신고(三一神誥)>라는 책에 나타나 있다는 점에 탁원제는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