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꼬는 그 점에 대해 의혹을 나타냈다.

“수비학의 응용?”

“그건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말씀드리기로 하고, 제가 관심을 가진 건 유끼꼬 씨가 곳곳을 찍은 여섯 개의 사진과 그것을 싼 종입니다. 사진현상소라면 비닐봉투만을 사용했을 것입니다만, 그 전에 유끼꼬 씨는 사진들을 자신이 보낸 기보 용지로 싸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바둑에 관한 그녀의 식견입니다.

1918년(대정7년) 일본에서 발행된 <기도(碁道)>란 잡지에 실린 ‘조선의 변기(變碁)’에 대해 공감한다는 글을 썼거든요. 기사를 쓴 샤미세이(社未生)는 조선에서 망명한 김옥균(金玉均)의 설을 이용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제시했어요.

그 중 바둑의 발상에 관한 것이 있는데, 바둑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고대 천축국(天竺國 ; 인도의 고대 명칭)에서 발명돼 중국등지로 전해졌다는 주장이었어요.”

그에 대한 근거로 당시 천축국은 골패나 주사위 등의 게임 문화가 중국보다 앞선 것이 그 이유였다고 했다. 이것은 중국이 바둑의 발상지라는 사실을 가위질해 버린다.

후한시대 허신(許愼)이 지은 <설문>에는 ‘순 임금의 아들 상균이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바둑을 가르쳤다’고 했으며, 진(晉)나라 때 장화(張華)는 ‘요 임금이 바둑을 만들어 그 아들 단주를 가르쳤다는 말은 믿을 수 없다’고 목청을 돋우었다. 어디 그뿐인가. 당나라 학사 피일휴(皮日休)는 <원혁(原奕)>이란 글에서 ‘요 임금이 바둑을 만들어 그 아들을 가르쳤다는 건 믿을 수 없으며 바둑은 훨씬 후대인 전국시대에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그는 후대로 몰아붙였을까. 당시의 바둑은 <예경(禮經)>에 쓰인 것처럼 종횡이 각각 17로(路)로 합계가 289로였으며 흑백의 돌은 각각 150매였다. 오늘날과 같은 19로(路)의 바둑은 진나라 이후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글에서 눈에 확 트이는 것은 중국인의 시조였다.

<연전에 중국인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미라가 발견되어 탄소측정을 해본 결과 대륙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쇼킹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내 잠잠해진 것은 유골의 주인은 동양인의 뼈대가 아니라 서양인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시조로 내세운 분의 미라가 동양인이 아닌 서양 사람의 골격을 지녔다는 놀라운 내용이었다. 그 기사엔 ‘요순(堯舜)에 대하여’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었다.

글의 첫머리엔 주장하는 대목이 있었다. 히스토리(history)를 우리는 ‘역사’라 하지만 라틴어로는 ‘연구’라는 뜻이다. 일본이 한 개의 역사가 아니라 자기네는 몇 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떠드는 것처럼 그들은 필요에 따라 내용이나 연대를 늘리거나 좁히는 작업에 능란한 재주가 있다. 그러나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과거를 성찰해 현재를 실천하고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중국이나 일본이 한국 곁에 있지만 그들은 조금씩 달라져 가고 있다.

힘으로 몰아붙이는 중국과 입으로는 사과하고 어떤 일에 대해 냉정해야 함을 주장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어떤 조치도 일본은 취하지 않는다. 이런 것으로 보면 일본은 한 시대를 동반하여 믿음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얘기가 장황하게 이어지지만 유끼꼬 씨가 주장하는 것은 성경(聖經)의 기록입니다.”

유끼꼬는 구약성경을 제시했다. 창세기 11장 9절엔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바벨탑 사건’이 있다.

<그러므로 그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이는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케 하였음이라.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더라.>

바벨탑 사건이 터지면서 한국인들도 말이 갈리며 극동(Far Fast) 지역으로 온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탁원제 역시 동감하는 자세를 취했다.

“구스의 아들 니므롯이 무력으로 메소포타미아를 장악하고 우상을 숭배하고 많은 민족을 압제했었죠. 그래서 장자권자(長子權者)였지만 장자권 수호에 실패한 셈의 첫째 아들 엘람 가문과 둘째 아들 앗수르 가문은 니므롯의 통치에 시달리다 바벨탑 사건이 터지자 동방으로 이주했어요. 그런 이유로 그들의 이름은 이때부터 성경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거든요.”

그렇다면 동방(東方)은 어떤 곳인가. 빛 되신 하나님을 상징하는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좀 더 하나님께 가까이 갈 수 있는 땅(極東)이다.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약속하실 때 무지개가 나타난 점을 들어 몽골 사람들이 한국을 ‘쏠롱고스’라고 하는 건 ‘무지개의 나라’라는 뜻이다. 이것은 셈족이 하나님의 땅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말이었다. 유끼꼬는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성경을 옮겨놓았다.

<셈은 에벨 온 자손의 조상이요 야벳의 형이라 그에게도 자녀가 출생하였으니(창10:21)>

셈족 자손 중 가장 유명했던 사람이 에벨이었던 모양이다. 셈이 여러 아들을 낳았는데 성경에는 셈의 아들 아르박삿과 그 후 5백년을 거쳐 데라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으로 이어지는 족보가 나와 있다. 이것을 눈여겨보면 성경에선 장자권자가 가장 중요한데 어찌된 셈인지 맏아들 엘람과 둘째아들 앗수르 가문이 사라져버렸다. 무슨 이유일까.

다른 게 아니다. 아우에게 능욕당한 정통 장자권자들이 바벨탑 사건이 터지자 이번에야 말로 신앙적으로 살아보자는 각성으로 동방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성경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오로지 셋째아들 가문만 남아 예수그리스도가 나오는 히브리인의 조상이 된 것이다.

유끼꼬가 달아놓은 주(註)에 의하면, 히브리인은 ‘에벨’이란 이름에서 왔는데 구약성경엔 에벨이라 되어 있지만 신약성경엔 ‘헤버’라 한다. ‘헤버’는 ‘헤벌’로서 이것이 히브리라는 말이다.

셈의 정통 장자권자들이 빛을 찾아 동방으로 떠날 때 노아는 그들을 축복했다. ‘셈의 장막에 거하면 복을 받으리라’는 것이 그 말이다. 그래서 야벳의 일부 후예들이 따라 나섰는데 이들은 중국인의 조상이 되었다. 또한 함의 맏아들 구스 가문의 일부도 따라나섰는데 인도인의 조상이 되었다.

유끼꼬가 붉은 사인펜으로 밑줄을 그은 것은 <중국 고대의 미라>란 제목의 스크랩된 신문기사였다. 그들의 골격은 놀랍게도 동양인이 아니라 백인(Cocasian)의 두개골로 밝혀졌다. 기록에 의하면 미라에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는데 그것 역시 금발이었다. 이런 것으로 보면 검은 머리의 몽골리안을 따라오던 이들이 몽골리안을 아내로 받아들여 동양적으로 바뀐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인들의 언어는 영어에 가깝고 의자를 좋아하는 입식(立式) 생활에 익숙해 야벳의 자손이라는 것을 중국의 역사서 사마천의 <사기> 서전 요전(書傳 堯傳)에 증거를 남겼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