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몸이 꿈틀댔다. 자신의 은밀한 곳에 전도된 괴이한 느낌이 정전기가 일어나듯 순간적인 방류현상을 일으켰다.

“아!”

초하는 그제야 포정지궁(布政之宮)에 대한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포정지궁, 그것은 풍수지리학에서의 명당(明堂)과 일맥상통한다. 이를테면 명당이 포정지궁인데 창은 여덟 개고 사방으로 통했으며 위는 둥글고 아랜 모졌고 그 위치가 남쪽에 있으니 명당이다. 그에 대한 설명이 간단했다.

“명당 가운데 생기가 응집되는 혈이 ‘음혈(陰穴)의 혈’이다. 크기를 논한다면 불과 한두 평에 불과하나 그 생김은 꽃송이(자궁) 같고 안팎에 꽃 받침대와 꽃심이 있다. 그런가하면 계란처럼 내피와 외피가 있고 중심에 노란 자위의 혈토(穴土)가 있다. 혈토는 기름 뿌린 것처럼 광택이 있으며 습기가 적당하고 부드러워 황홀하기 그지없다.”

바로 이 부분에서 벽암이 화두처럼 던진 의문점을 초하는 꿰뚫었다. 즉, 명당의 최고 혈은 ‘음혈의 혈’인데, 그것은 여인의 몸에 깃든 은밀한 부위라는 해석이다. 길흉사가 발생하여 집안이 휘청거릴 때 풍수상 묏자리를 들춰보지만, 우리 몸에 질병이 발생하면  오로지 섹스만이 최고의 치료약이라는 것이다.

비로소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혼란스런 화두가 꼬리를 말아 감았다.

초하는 몸을 좌우로 뒤틀며 살그머니 손을 내뻗었다. 엷은 비단 천 같은 사내의 표피가 손가락 끝에 잡혔다. 희미하게 드러난 첨단 아래쪽으로 손바닥을 오르내리며 약간 힘을 가해 누르자 사내의 입에서 가쁜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창가에서 들리는 건 가을을 재촉하는 빗소리였다. 초하는 잠깐 생각했다. 질환을 치료하는 문제는 누가 주체가 되어도 상관없다. 자신이 주체일 땐 사내의 힘을 받아들여 그것을 다시 상대에게 전도시키는 비법을 쓴다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주체자가 사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당사자의 몸에서 파정되는 에너지를 마지막까지 뽑아내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 한 번도 사내 몸을 접촉해보지 않은 그녀가 직접 움직인다는 게 쑥스러운 노릇이어서 방법을 바꾸었다.

초하가 상대의 옆구리에 힘을 주며 몸을 굴리자 자연스럽게 남성 상위로 유도됐다. 깡마른 듯한 체격이었지만 그녀의 몸은 보기완 달리 풍륭했다.

 ‘복수재접법’은 일단 삼공술(三功術)이란 형태에서 발전한다. 이것은 양기가 단전에서 회음으로 내려가 서서히 미려(尾閭) 쪽으로 밀려가다 협척(夾脊) 옥침(玉枕) 이환(泥丸) 인당(印堂)을 거쳐 전중을 타고 다시 단전까지 되돌아오는 것으로 이러한 양기의 흐름이 등 뒤를 타고 이환까지 올라가는 것을 양화(陽火)라 하며, 이환에서부터 몸 앞부분을 타고 인당 전중 단전으로 내려오는 것을 음부(陰符)라 한다.

이러한 흐름에서 양기를 어느 관문에 멈추게 한 후 은밀히 의념을 보내주는 것이 온양(溫陽)이었다. 이러한 온양의 양기를 어느 한 곳에 멈춰놓고 두 가지 호흡법으로 조정해 나가는데 가끔은 뜨거운 물줄기가 흐르는 듯한 착각이 일어나는데 이것은 전연 걱정할 바가 아니었다.

일우는 깊숙이 숨을 몰아쉬며 초하의 하복부를 강하게 압박하며 단전을 중심축으로 삼아 오른쪽 방향으로 양기를 돌려나가자 뜨겁고 시원한 물줄기가 온몸의 혈맥을 토닥거리며 돌기 시작했다.

초하는 밀려오는 쾌감에 사지를 바동거렸다. 회전하던 양기가 점점 가속화되어 그녀의 몸은 단궁(檀弓)처럼 휘어지거나 좌우로 요동하며 환희의 절정감을 향해 달려갔다. 서로의 몸을 돌고 있는 양기는 마침내 암탉이 날개를 펼쳐 병아리를 감싸듯 일우의 몸을 가일층 뜨겁게 만들었다.

[축기참증(築基參證)]에서는 남녀가 관계를 하지 않은 채 상대방에게 원기를 불어넣거나 되돌려 받는 비법을 복수재접법이라 했다.

사내가 허약하여 여인의 음기를 빼앗아 오는 수법을 단수채기술(單修採氣術)이라 하는데, 극양으로 충만한 양기를 되돌려주는 수법을 복수재접법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단수채기술은 어떤 것인가. 살아있는 모든 것에서 기를 얻어내는 방법이다. 손바닥을 펼쳐 나무라든가 풀, 또는 살아있는 동물에게서 기를 흡취해 오는 것이지만 보통은 여인의 몸을 상대할 때 사용한다. 여인의 두 손바닥을 펼쳐 위로 향하게 하고 장심(掌心)을 합쳐 의념을 보내는데 어느 누구도 기가 흘러들어오는 느낌을 쉬이 감지할 수 있다.

반면에 복수재접법은 고도의 열을 필요로 하여 몸안에 깃든 독소를 밖으로 배출시키는 효과에 탁월했다.

서로의 몸이 겹쳐지자 음양수와 단약 성분이 뒤섞이어 사내의 몸은 불덩어리로 변해 버렸다. 땀으로 미끈거리는 피부에선 종류를 알 수 없는 역한 냄새가 풍겨났다. 몸 안에 퍼진 독성이 땀구멍으로 빠져나온 게 분명했다.

갑자기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삼각지대가 사내의 턱 끝에 밀리며 중심부에 부드러운 혀가 침입했다. 박하향을 머금은 미세한 화약이 터지듯 쾌감이 잔잔하게 일어났다.

“휴우.”

문틈을 빠져나가는 바람소리와 같은 한숨이 초하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부드럽고 매끈한 것이 들어갔다 물러서자 다리가 약간 안쪽으로 오므라졌다. 미혈(媚穴)이라는 성감대였다.

다시 몸을 정상위로 돌린 사내는 두 개의 언덕을 잡고 양쪽으로 몸을 튼 상태에서 자신의 힘을 밀어 넣었다.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초하는 날카롭게 부르짖었다. 그것이 고통이랄 수는 없었다. 묵직하게 하복부를 점령한 이물질은 그녀의 은밀한 곳에 고통을 남기며 미묘하게 움직였다. 쾌감이 온몸을 스치고 눈에 불꽃이 일어났다. 운동은 완만하게 계속되었다. 급기야 민감한 곳을 공격해가는 사내의 힘이 불꽃이 되어 폭발했다.

“아아.”

격정의 불씨는 단순간에 사그라지지 않고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처럼 몇 번이고 계속되었다. 하얀 빛줄기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순간, 사내는 깊은 암흑의 세계로 표류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