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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기객/ 글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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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기객/ 글을 시작하며
2007-11-08     프린트스크랩
 


나는 오랫동안 무게를 짐작할 수 없는 쇳덩이를 마음에 품고 강산을 떠돌았었다. 점법과 풍수를 익혔던 재간으로 밑천이라곤 바둑과 장기를 둔다는 그것만으로 정하지 않은 목적지를 향해 흘러갔었다. 어떤 이는 내가 도가(道家)의 벼랑 끝인 도통을 위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했고, 간살대는 위인들은 신선이 되기 위한 몸부림이라 여겼다.


내가 들어도 당치않은 핑계와 여러 추정들은 근거 없는 풍문처럼 연날리기를 계속했고, 가끔은 힘없이 떨어진 자리에서 소문의 싹은 돋고 있었다. 그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사는 것에 진절머리 나도록 열심이었던 내가 이십대의 황금기를 그렇게 태운 것은 제갈량의 심서(心書)나 태을신수(太乙神數)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느날 제갈량의 병략을 읽다 짙은 의문에 사로잡혔다. 신출귀몰한 그의 행장을 놓고 [삼국지]라는 얘기책엔 방외고인(方外古人)으로 평가하며, [삼국지]라는 얘기책이 그를 위해 있는 것처럼 미화했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화근을 제거하는 육임(六壬)이나, 비록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스스로의 목숨을 십년만 늘리고자 북두의 일곱 성군에게 마흔 아홉 명 중음(中陰)의 사자를 내세워 염원했던 태을신수(太乙神數)나 자연과학적인 혜안으로 동남풍을 빌려 쓰고 팔진법(八陣法)을 펼친 무궁한 기문둔갑(奇門遁甲)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나의 이십대의 의문은 이 글을 쓰면서 조금씩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자연의 정원에서 만난 신선 같은 기박(碁博)의 고수들이나, 수십 통의 술을 마셔도 도무지 취기를 볼 수 없었던 진흙 속에 사는 니취(泥醉)와 같은 도인들, 그리고 자신의 얘기보다 이 땅의 서러운 기객(棋客)들 사연에 눈시울을 적셨던 기억이 있다.


육임(六壬)이 아니면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사람다루는 문제와, 기문(奇門)을 알지 못하면 또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방법을 찾을 수 없고, 오행(五行)과 마방진(魔方陣)의 세계에 빠져야 삶의 한 가운데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지나친 허식(虛飾)일까.


이제는 뭔가를 얘기하고 싶다,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아득한 공간을 떠도는 하늘 저 멀리의 이름 모를 성좌처럼, 안으로만 감춰둔 밀어를 빛살처럼 토해내고 싶다.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 연재 글을 쓰려할 때, 몇 가닥으로 큰 단락을 나눌 것인가의 문제가 다가왔다. 그것을 ‘몇 부’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구분 잡자면 아마 12부쯤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선 <제1부 마인(魔人)> 외엔 다른 것은 입도 뻥긋 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연재 글이 재미없으면 미지의 목적지까지 가는 게 꿈속의 일이기 때문이다.


내 글에 대해 어느 평론가는, ‘꿈속에서 꿈을 꾸는 글이며 생선의 뼈처럼 씹어야 감칠맛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기 때문에 나의 독자는 당연히 생선의 뼈처럼 씹어야 하고 글 속에 그림자처럼 숨어 있는 비단 무늬의 바코드를 찾아내거나 그것이 나타나길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나의 스타일이기 때문에 읽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자위해 본다.


사설을 접어 뒷포켓에 넣고 사이버오로의 바둑 두는 얘기꾼들을 나의 방주에 태워 미지의 세계로 떠나보려 한다.

이 소설은 2007년 10월호부터 월간『바둑』지에 ‘묘(猫)’라는 제목으로 앞질러 연재하고 있다. 바둑잡지는 청소년들도 적잖이 구독하므로 성애 표현 수위를 조절해 달라는 편집부의 요청에 따라 부득불 원문을 들어낸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사이버오로의 연재는 정회원만 볼 수 있는 데다 18세 이하 청소년은 볼 수 없도록 막아놓았다고 하니 안심하고 원본을 다 살려 싣는다.


-이천칠년십일월초닷새  汝雪霞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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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등지고 |  2007-11-13 오후 12:04:09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월바는 통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제 제대로 여설하님의 호수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이팅~  
꾹리가아 |  2008-01-30 오전 11:58:0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러기 때문에 나의 독자는 당연히 생선의 뼈처럼 씹어야 하고...>

허거걱!!! 생선의 뼈처럼?  
toronto2 |  2008-08-08 오전 2:49: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을 시작하며라는 서언이 가슴에 와 닿는군요
이제 잔뜩 기대을 가지고 출항할까합니다  
AKARI |  2008-12-26 오후 7:55: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첫 인사 올립니다....
방주의 맨끄터머리에 대롱대롱 매달리더라도..
한번 그배 타보고 싶습니다^^
꿉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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