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수 천주서는 망설이는 빛이 없이 당시의 상황을 찬찬히 그려냈다.
“최노인의 딸은 우리 부자를 바라보더니 한걸음 물러나는 빛을 보였어요. 자신이 낸 문제는 쉽지 않으니 바둑 선생에게 물어서 풀어보는 것도 괜찮다 하지 않겠소. 처녀의 기력이 높아서라기보다 우리가 곤혹스러워 하는 빛을 보였기에 양보하는 자세를 취한 것이에요.
해서, 최처녀의 마음 씀에 감사하며 문제를 푸는 것은 뒷전으로 미루고 조촐한 잔칫상으로 최씨 부녀를 환영하는 자릴 마련했어요. 이날 저녁 최씨 처녀는 자신이 출제할 문제들을 슬며시 내 아들놈에게 들려줬답니다. 그것은 그 처녀가 내 아들을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에 취한 행동이었어요.
그것을 모를 리 없는 나는 각 문제들을 ‘오로관'에 머문다는 임씨 성을 쓰는 젊은이를 불러 해답을 구했던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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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문제는 차질 없이 풀어나갔다. 그것은 다음의 <정해도1>에서 보듯 백1로 집어넣는 수가 해결의 출발점이다. 이에 흑은 A에 이을 수 없다.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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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도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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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도2> 흑2로 따내면 백3으로 몰고
백3의 단수에 흑4로 이으면
백5, 흑6의 끊음을 기다려 백7의 붙임이 날카로운 수다.
흑8의 이음과 백9를 교환하고 난 이후의 수상전은-
백15에서 보는 것처럼 백승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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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도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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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고 <실패도1>에서 보는 것처럼 백1 이하로 몰아떨구기를 노리는 것은 안 된다.
이하 흑10까지면 백이 죽는다.
이때 주의할 것은 흑10의 수로 다음처럼 두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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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도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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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도> 무심코 흑1로 단수치다가는 백2의 먹여침 한방에 사단이 난다. 백4면 연단수에 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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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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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도2> 백1로 아래로 젖히는 것도 실패다.
흑2로 잇고 백3 먹여치는 수가 현혹하는 수이나(흑a를 기대한 수이나), 가만히 흑4로 잇는 수가 좋다. 백은 위쪽 주력부대 여섯 점이 잡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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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도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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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은 최씨 처녀가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음을 알았는지 이주 쉬운 문제를 출제했어요. 그것이 이 문젭니다.”
천주서는 바둑판 위의 돌들을 한쪽으로 쓸며 하나의 도형을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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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강
斯文亂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