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를 경위원으로 옮긴 후 영초를 발라 몸을 닦아내자 문양 하나가 나타났다. 팔뚝에 엉성하게 그려진 새 한 마리였다. 정문원과 자리를 같이한 탁일환 순검은 한 눈에 소쩍새라고 단정했다.

“요즘 사람들은 단발령(斷髮令)이 취소돼 좋은 일이라도 생긴 듯 춤을 춥니다만, 학식깨나 있는 사람들은 왜놈들을 손가락질하며 소쩍새라 귓속질이에요. 첨엔 뜻을 몰라 어리둥절했습니다만, 남의 나라 들어와 주인 행세하는 꼴이 영락없이 소쩍새와 다름없다는 비아냥입니다. 그런 새를 이 젊은이가 무슨 연유로 팔에 그리고 다녔는질 모르겠습니다.”

장율하는 무슨 말을 하는가 싶어 어리둥절했다. 탁일환은 자신이 뱉은 말 주변을 얼른 정리했다.

“장안에 그런 패거리가 일곱이나 있답니다, 다른 새 둥지를 파고드는 일종의 도둑괭이 같은 놈들이죠. 그 놈들이 팔에 이런 문신을 하고 소쩍새 행세를 한다는 건 벌써 세 해가 됩니다. 장안에 떠다니는 소문엔, 외로움을 타는 젊은 과부댁이나 행세깨나 하는 부녀자들을 찾아다니며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말이 오래 전에 퍼졌습니다. 죽은 자도 그들 중 한사람으로 봅니다만.”

일곱 마리 소쩍새. 이른바 칠 공자(七公子)로 통하는 사내들의  신상명세는 다음날 오후 늦게 밝혀졌다. 일곱 사내는 그런 대로 집안이 넉넉한 편이었지만 개중에 두 사람만은 중류 가정의 사람들로, 그 둘 중 한 사람인 장순호(張淳鎬)가 사체의 임자였다.

둘째 날 - 전족의 이름은 ‘삼촌금련(三寸金蓮)’

장순호는 얘기꾼이었다. 행세깨나 하는 집안에 발을 들이고 분위기를 즐기며 은근 짭짤한 얘기를 풀어헤치는 게 장기였다. 나이 지긋한 여인들은 생각 밖으로 그런 쪽에 귓바퀴를 돌리는 쪽이어서 상당수의 고객을 확보한 상태였다.

집안엔 치매 걸린 예순이 넘은 노모와 혼인한 지 일 년이 다 되도록 아이를 갖지 못한 아내, 그리고 서너 달 전 시집에서 쫓겨 온 누이동생이 별당(別堂)에 머물러 있었다. 주변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장순호가 얘기를 꺼내면 엮어가는 솜씨가 좌충우돌이라 솜 덩어리에 물이 빨리듯 그의 구변에 사람들은 몰입했다.

행세깨나 하는 젊은이들이 그를 홀대 못한 데엔 그런 점이 작용했다. 해서, 흔히 떠다니는 말로 ‘음란서생’이니 ‘염담선생’이니 하는 삼류용어를 쓰지 않고 점잖은 궁중 용어로 ‘책사(冊肆;얘기꾼)’라 붙여 주었다.

그의 얘기엔 일종의 ‘격’이 있었다.

물고기가 애꿎게 물이 없어 말라 죽어도 반드시 그 뒤쪽엔 하늘의 도우심으로 사랑하는 여인에게 전하는 ‘연정의 글’이 고기 뱃속에서 나오고, 남녀가 눈이 맞아 걸치고 있는 옷가지를 홀딱 벗고 이층을 쌓아도, 그 옛날 중국의 당(唐)나라 때 ‘귀신같은 탐정’으로 이름 높이던 적인걸(狄仁杰)이란 관리의 문장을 빌어, ‘꼬리자루로 난간을 친다’라느니 ‘죄의 늪에 빠졌다’ 또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물결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은근슬쩍 사내 쪽으로 책임을 돌려 여인의 바람기를 내비치는 게 그런 것들이었다.

그렇다보니 가끔은 그의 얘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도 생겨났다.

바로 전족(纏足)과 버선의 상관관계였다. 전족은 발이 자라지 못하도록 중국인들의 풍속에 여인의 발을 조여매는 습관인데, 나중엔 전족하는 걸 워낙 중요시 여겨 그렇지 않았을 땐 아무리 미모가 뛰어나도 하찮은 잡초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의 어느 소설가가 중국 여인들을 표현하기를,

“우리들이 발가벗은 프랑스 여자나 미국 여자를 우연히 보게 됐다면 그녀들은 급히 사타구니를 가릴 것이다. 그러나 아랍 여자는 얼굴을 가릴 것이며, 그리스 여자는 유방을, 시리아 여자는 무릎을 가릴 것이다. 사모아 여자는 배꼽을 가릴 것이지만 중국 여자는 발을 가린다.”

그의 얘기는 이어진다. 예로부터 중국의 문인들은 ‘전족’을 가리켜 삼촌금련(三寸金蓮)이니 초생달(新月)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금련이라 불렀던 이유는 궁정 춘화로 이름 높은 남조(南朝,420-589)의 황제가 반비(潘妃)를 황금으로 만든 연꽃 위를 걸어가게 한 데서 유래합니다. 그러므로 후대에 와서 여인이 사뿐사뿐 걸어가는 것을 금련보(金蓮步)라 하였고, 나중엔 전족한 발을 ‘삼촌금련’이라 부른 겁니다.”

그런가하면 ‘초생달’이란 말은 남당의 이후주가 춤을 잘 추는 귀여운 무희의 발을 베로 감아 연꽃 위를 춤추며 걷게 한 데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중국인이 발이 작은 여인에게 깊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장순호의 해박한 지식은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중국 역사의 대표적 미인으로는 전한(前漢, 기원전202년) 성제(成帝) 때의 대표적 미인 비연(飛燕;물 찬 제비)이란 여인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비연이란 여인은 허리가 가냘픈 미인인데다 워낙 발이 작아 마치 손바닥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고 기록으로 전합니다.

육조시대(六朝時代,222-589) 쓰인 [비연외전(飛燕外傳)]에 의하면, 성제가 만년에 정력이 감퇴돼 기력이 쇠할 때 비연의 전족한 발을 보고 갑자기 기력이 솟구쳐 젊은이 못지않은 용력이 차올랐다는 것입니다.

중국 고대의 방중술은 수당(隋唐) 시대에 이르러 집대성됐는데 중국인들이 발이 작은 여인을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성의학서에 전하는 다음과 같은 기록 때문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