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히히히, 그러니께 고 싹통머리 없는 풍뎅이 같은 이가(李哥) 놈의 똥구멍에서 김 빠진 소리가 났겄구만잉. 낯짝은 쪼만하고 말소리는 참새 새끼마냥 조근조근거리니 누가 사내라고 생각했겄어? 으히히히, 허여멀쑥한 낯짝만 보고 돌대가릴 굴렸으니 이가의 단단해진 아랫도리가 헛물만 켰구만잉.”

사내들이 낄낄거리는 것은 명례방(명동)에서 포목점을 하는 이창배(李昌培)의 소문이 바람을 타면서였다. 간밤에 한 잔 술을 마시다 보니 곁시중을 드는 일본인 계집애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말이며 행동이 워낙 나긋나긋해 잠자리에 끌어당겼는데, 이게 왠일인가. 은근짭짤한 구멍(?)은 나오질 않고 물컹한 막대기만  잡히지 않는가.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온 유곽이, 게이샤인지 뭔지의 전용이라는 말에 몽롱한 정신이 가라앉기도 전인데, 소문은 서울 장안을 한 바퀴 돌고 마포 나루에 당도해 강을 건널 차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야그만 들으면 배꼽 옆에 붙은 창자가 꼬여 숨을 쉬지 못하겄구만잉. 두어 달 전엔가 첩실(妾室)로 받아들인 기집이 사내 물건까지 달았다는 것두 조선 땅 강아지들까지 아는 얘긴디. 으히히히히, 이가가 그때 자빠지더니 이번엔 아예 뒤집어졌구만잉!”

잡소리 주절대던 배가(裵哥)가 느적느적 걸어가 강가로 몸을 튼 채 시원하게 오줌줄기 뽑아내며 꺼억 꺽 트림을 뽑다 넉장을 쳤다.

“오메, 저게 뭣이여!”

물속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건, 껍질 벗긴 백 돼지(白豚)를 물속에 처박은 듯한 사내의 사체였다. 흙탕물과 낙엽 부유물이 뒤엉킨 주변은 합수(合水) 처리장마냥 혼탁했다. 중등이 부러진 나뭇가지며 통나무들이 예 저기 떠다니는 것으로 보아 이틀 전부터 날씨가 얼마나 사나웠는지를 짐작케 했다.

사체는 곳곳에 멍이 들고 걸친 옷가지가 찢기어진 채 너덜거렸다. 어찌 보면 물짐승이 떠밀려온 것으로 착각할 만큼 퉁퉁 물에 불어 흉측하기 그지없었다.

첫째 날 - 소쩍새는 밤에 우는가

현장에 도착한 장율하는 강둑으로 올린 사체에 대한 시장(屍帳)을 작성했다. 굳이 따라온 다인(多仁)이 시형도(屍形圖)를 펼쳐 멍 자국과 치사의 원인이 될만한 곳에 관주를 치고 검험에 들어가자 초임 순검들은 금줄을 치고 잡인이 가까이 오는 것을 차단시켰다.

물에 던져진 시체는 살빛이 문드러져 허옇게 되고 입을 벌리고 눈은 감았으며 복부가 팽창한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구타당한 후 물에 던져진 경우는 살빛이 희지 않고 누런 빛을 띤다. 당연히 눈은 감은 채이고 입은 다물었으며 양손 손가락은 구부리고 있는 게 특색이다.

주위를 돌아본 후, 언제나 현장에 나설 때 던지는 장율하의 물음이 떨어졌다.

“사내는 포태(胞胎) 원리에 따라 태어나면 엎드린다. 길짐승도  마찬가지다. 허면, 죽은 후엔 어떠냐?”

“죽은 후라도 마찬가집니다.”

이것은 물에 빠진 주검을 검안할 때 기본적으로 묻고 답하는 틀이다. 물에 빠진 경우, 남자는 엎드리고 여자는 위를 향해 눕는다. 강이나 하천 · 웅덩이나 늪에서 발견하면 시체가 어느 지점에 떠 있는가를 알려야 한다. 저수지인지 작은 연못인지도 알리는 게 시장의 기록에선 빼놓을 수 없는 순서다. 이런 장소는 부수적으로 따르는 것이 ‘누구의 소관인지’ ‘지명은 무엇인지’를 조사해야 한다.

그것을 모를 리 없다고 보았음인지 장율하의 물음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죽은 자의 시형(屍形)은 어떠냐?”

“두 손과 두 다리가 앞을 향해 있고, 입은 다물었으며 눈은 뜬 상탭니다. 양손 주먹을 쥐었고, 복부는 두드리면 팽창해 소리가 납니다. 발바닥은 쪼글쪼글 주름 잡힌 상태고, 상투는 흩어지지 않고 단단합니다. 손톱을 비롯해 발톱 틈이나 신발 안에 모래와 진흙이 있고, 입과 코 안에 물거품과 약간은 맑은 빛 핏자국과 긁힌 흔적이 있습니다.”

“허면?”

“살았을 때 물에 빠진 증겁니다!”

“잘 보았다. 하면, 물에 빠뜨린 경우는 어떠냐?”

“당연히 손은 벌린 채이고 눈은 약간 떴으며, 복부는 팽창합니다. 그러나 투신한 경우는 손은 주먹을 쥐고, 눈은 감았으며, 복부도 팽창합니다.”

“그렇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손으로 눌러 빠져 죽은 경우는 몸에 상처가 없고, 얼굴빛은 붉기 마련이다. 이것은 거꾸로 넘어뜨려 물에 빠지자 눌러 죽인 경우다. 하면, 묻겠다. 물에 빠진 후 오래 있다 죽으면 어떤 모습이냐?”

“사체의 안색은 약간 붉고 입과 코에선 진흙 물거품이 나옵니다. 이때 복부를 살피는데 팽창해 있으면 이것은 물에 빠진 후 오랜 후에 죽은 것으로 봅니다”

“바로 보았다. 이번엔 다인의 검안(檢案)이 확실하다. 초검 순검은 사체를 경위원으로 옮겨 신원파악에 들어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