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뭘 가르쳐요?”

“글씨, 낸들 알 수 있나. 어린 기집을 놓고 귀신 다루는 법을 가르쳤을 리는 만무고···. 그도 아니면 나이든 무당이 꽹과리 두들기며 개구락지처럼 팔짝팔짝 널뛰는 춤사위를 가르쳤을 리도 없잖은가. 아니야, 아니야!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닐세. 거 뭐다, 무당이라면 날이 시퍼런 작두 위에서 춤을 추는 사위가 있다던디. 그런 걸 가르쳤겠지 뭐.”

“그래서 이름까지 ‘묘화’인가?”

“글씨···.”

“무당이 데리고 있다가 이월루(二月樓)라는 ‘기생 양성소’로 보냈는데 이후로는 세상이 아는 얘기들 뿐이지 뭐. 그곳에서 열넷의 나이까지 지냈응께 장안 기방에 흘러다닌 얘기는 이 댁 별당 아씨가 세상에 둘도 없는 몸이라느니 사내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몸으로 태어났다는 말이 떠돌았다우. 그런 소문이야 당사자가 입을 꾸욱 다물고 있으니 아무리 장안 소문을 팔방으로 아는 나지만 내막까지야 자세히 알겠수.”

“근디 어떻게 이 댁으로 오게 됐수?”

“나이가 찼으니 왔겠지요 뭐. 세상 남정네들은 하룻밤 데리고 놀 계집이라면 얼굴이 반반한 것을 찾지만, 평생을 옆구리에 끼고 살 여편네로는 몸뗑이와 맴이 함께 건강한 화용월색이길 바라지 않던가요. 해서 그 기생 양성소에서 이팔의 꽃다운 시절 다 넘기고 스물다섯이 되어서야 이부자 댁 후실로 시집 온 것은 결코 이상스러운 일이 아니지요.”

입심 좋은 방물장수 아낙은 주위에 사람이 늘어나자 넋두리처럼 얘길 이어나갔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일은 초야를 치른 다음날 아침, 묘화의 주먹쥔 손이 펴졌다지 뭐유. 내가 직접 본 게 아니니 그렇다 아니 그렇다할 계젠 못 되지만, 그런 말이 이부자에게서 나왔으니 세상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할 것 아니겄수.

헌디, 주먹 쥔 손이 펴지자 그 안에서 말랑말랑한 것이 나왔다고 합디다. 그게 뭔진 모르지만 그 말을 들은 이월루의 기생어미 봉화댁이 사흘간이나 술을 퍼 마시고 울었다고 합디다.”

“울어요? 왜 울어요?”

“아까워서겠지요. 지년이 데리고 있었으면 아니 할 말로 장안 한량들에게 삼태기로 돈을 긁어모았을 것인디, 구두쇠 이부자에게 헐값으로 넘겼으니 을메나 배가 아팠겄수.”

“어이, 어이. 그건 그렇고. 이댁 별당 아씨 손이 펴지자 안에서 뭔가 나왔다는디 그게 뭐유?”

“글씨···. 자세힌 모르지 뭐. 한량들이 술 마시며 나누는 얘긴 그게 ‘명림(鳴琳)’이라고 하더구만.”

“명림? 그게 뭔데?”

“천하에 둘도 없는 기집에겐 하늘이 신험을 보이는데 그런 물건을 손에 쥐고 태어난다는 거야. 중국에서는 월나라 서시가 그랬고 당나라 때 양귀비가 그런 걸 가지고 태어났는디. 우리 조선에선 아즉까지 고런 물건을 지니고 태어난 인사가 없다네.

다만, 성종 임금때 계비(둘째 부인)로 궁에 들어간 윤씨가 묘한 물건을 지니고 태어났는디 억울하게 사약을 받고 죽었지 뭐.”

“성종의 계비라면 연산군의 생모가 아닌가. 그로인해 나중에 지 에미의 억울한 한을 풀어준다고 염병하게 사람들을 쥑였지 않은가. 에이구 썩을 놈!”

서너 살짜리 앵앵거리는 아들놈을 둔 아낙의 물음이 방물장수의 방향을 잃은 답변을 바로잡았다.

“그럼, 억울하게 죽은 윤씨도 ‘명림’인가 뭔가 하는 걸 쥐고 나왔는감?”

“그건 아니야. 그 여편네는 ‘옥구(玉鉤)’를 쥐고 나왔대. 이건 갈고리 모양으로 생겼는디 사내와 이층 쌓는 짓거리를 할 때엔 고걸 기집의 은밀한 곳에 집어넣는다네. 그러면 세상에 둘도 없는 즐거움을 준다지 뭔가. 어떤 사내가 혼인한 다음날부터 제 여편네를 밖에 내보내지 않고 밤낮으로 끼고 그 짓거리만 하자 시 한 수를 써서 그 사내에게 줬다지 뭔가.”

굽이굽이 유수경으로 뚫린 길(曲曲通幽境)

봉우리 사이 갈라진 작은 협곡(兩峰隔小溪)

물은 있어도 고기를 기를 수 없고(有水魚難養)

숲은 없어도 새는 절로 사네(無林鳥自棲)

아, 예쁘장한 사방 한 치의 좁은 땅이여(可憐方寸地)

그 얼마나 많은 남성이 미혹 당했는가(多少世人美)

시구를 읊조린 것은 정문원이었다. 물론 그것은 마음속으로 웅얼거림이라 다른 사람들은 들을 수 없었다. 방물장수 아낙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글씨, 별당 아씨의 손에서 뭐가 나왔다는 걸 아는 순간부터 이부자는 한시도 별당 곁에서 떠나지 않았네. 여기저길 쫓아다니며 알아 본 결과, 별당의 손엔 ‘명림’인가 ‘옥구’인가 하는 물건이 나온 게 분명하답디다. 생긴 것은 알 같기도 하고 갈고리 형상이라는디 고걸 가지고 태어난 기집에게 사내들은 홀딱 빠진 답디다.”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든 데다 순검 차림의 복색을 한 정문원을 뒤늦게 발견한 탓인지 방물장수 아낙은 서둘러 그 자리를 피하며 한소릴 떨구었다.

“이월루에 가면 묘화에 대해 알 수 있을 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