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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여화 5회/ 삼인행(三人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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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여화 5회/ 삼인행(三人行) (5)
2007-08-21     프린트스크랩
 

“이제 너와 나 사이의 장애물이 되는 년놈들이 모두 사라진 것 같구나. 혼례를 치른 첫날 밤 서방이 비명횡사했으니 딸년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겠느냐. 허나 그것이 그년의 업보니 누구에게 원망할 수 있으랴.”

 

최씨의 눈가에 찬바람이 떠돌며 냉랭한 미소가 입가에 수놓아졌다.

 

“사사야, 내 방에 출입한 지 얼마나 됐느냐?”

 

“일년 넘었습니다.”

 

“그 동안 주인어른이 널 어찌 대했는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네 계집을 안으려는 얄량한 선심이라는 걸 아느냐? 모를 것이다. 사람 마음속을 어찌 알겠느냐. 구불구불 미로처럼 얽히어 있는 그 길에 도끼날보다 섬뜩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빠져드니 참으로  어리석단 말이다. 그래, 주인어른이 네게 구해오라고 한 물건은 구했느냐?”

 

“예에, 마님.”

 

“향나무에 담긴 상자에서 그것을 꺼내라. 그리고 저 위에 예쁘장하게 생긴 병을 내려 안에 든 술을 여기 부어라.”

 

“무슨 술입니까?”

 

“미인주다. 음기가 성한 나이 열여섯의 처녀가 밤새 생쌀을 씹어 뱉어내 그것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여인의 음력을 기를 수 있는 둘도 없는 비주(秘酒)다. 내가 젊은 너를 상대하려면 이런 것은 마셔야 할 게야.”

 

여인의 눈은 향갑에서 빠져나온 옥합으로 된 잔으로 달렸다. 너무 아름다웠다. 어린아이 살결 같은 색깔에 잔의 테두리엔 푸른빛이 감돌았다. 세도(細刀)를 이용해 깎은 것으로 뵈는 조각품은 두 마리의 새가 날아오르는 모습이었고, 그것이 전설의 새 비익조(比翼鳥)임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최씨는 정겨운 눈길로 사사를 바라보았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다. 그것을 입밖에 낼 때는 비밀이 아니겠지. 우리 주인은 집안의 모든 재산이 내 수중에 들어와 있는 걸 모른다. 나중에 경위원 순검들은 나를 의심하며 무언가를 캐내려 들겠지만 티끌하나 찾을 수 없어 절망하겠지.
사사야, 이걸 보아라! 언제나 눈을 뜨고 잔다는 물고기 자물쇠다. 그 동안 네가 심부름을 해온 용인 땅 배나무골 이좌수가 내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내가 그곳에 재산을 숨겨놓았으니 나를 어찌 대하는지를 보고 너에게 이 자물쇠를 줄 것이다. 알겠느냐?”

 

“예에.”

 

사사의 대답 소리를 들으며 최씨는 미인주를 입안에 털어넣었다. 달콤한 액체가 넘어가는가 싶더니 순간, 목젖이 타는 고통이 엄습해왔다. 그 바람에 최씨는 잔을 떨어뜨리며 목을 움켜잡았다. 사사는 잔을 꺼낸 향나무 상자에 봉투 하나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급히 내용물을 뽑아들었다.

 

<이 옥합은 천하에 들도 없는 보물이기는 하나 가만 두면 사기(邪氣)가 틈타 사람을 미혹시키므로 쓰지 않을 때엔 복어의 알을 깨뜨려 그것으로 잔을 닦는다. 그러므로 누구든 이 잔에 술을 따라 마시려면 몇 번이고 복어의 독을 씻어내야 한다.>

 

“아니?”

 

사사가 고개를 드는 것과 옥합이 깨어지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안방마님 최씨가 목을 부여잡은 채 피를 넘기고 있었고 그녀의 손은 문갑을 가리켰다.

 

“첫···번째 서랍···에···.”

 

최씨가 가리킨 곳엔 아주 못생긴 토끼 한 마리가 조각돼 있었다. 최씨는  그것을 가리키며 절명했다.

 


여섯째 날 - 토끼의 비밀


경위원을 찾아온 것은 쇠돌 아범이라 부르는 쉰을 다섯 해 전에 넘긴 노인이었다. 생전에 크고 작은 고생을 무던히 한 탓에 쇠돌 아범은 이미 중늙은이를 벗어난 모습이었다. 그는 순찰을 나간 장순검이 돌아올 때까지 두어 시각은 좋이 기다렸다. 누군가 그에게 다가가 먹을 걸 권해도 들은 체 만 체였고 세상풍파를 잊은 듯 눈을 감은 모습이 평화로웠다.

 

“장순검님은 돌아오셨습니까?”

 

“조금 더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묻기를 네 번이나 했을 때야 장순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안쪽 조용한 방으로 이끌어갔을 때 노인은 나무로 깎은 토끼 조각품을 탁상 위에 올려놓았다. 조각품은 목에 걸 수 있도록 둥근 고리가 달려 있었다.

 

“이것은 주인 나으리(박한조)가 밖에서 낳은 자식을 집에 데려왔을 때 옷가지와 함께 있던 물건입니다. 나으리께선 마님한테 아이를 키우라고 했지만 한 번도 귀여워 해준 적이 없었습니다. 어느 때인가 소인과 유모가 이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 걸 보시고 웬 거냐고 물었습니다만, 그저 길바닥에서 주은 것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 이런 목걸이를 하고 있는 사내를 봤지 뭡니까?”

 

“사사라는 젊은입니까?”

 

“그걸 어떻게?”

 

“다방골 유곽에 갔더니 함께 잔 유곽의 계집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토끼 목걸이를 한 젊은이가 신새벽에 나갔다 왔는데 그런 말을 하더랍니다. 누가 물어도 자신이 아침에 나갔다고 얘길하면 뒷날 한밑천 떼어주겠다고요. 물론 사사는 그 여인을 잘 알기에 그런 부탁을 했을 것입니다만, 유곽의 계집은 보장이 안 된 믿음으로 경위원에 끌려가 곤욕을 치르려 들진 않겠지요.

 

그 젊은이의 행색을 물었더니 토끼 목걸이를 하고 있고, 그가 박한조라는 사온서 봉사의 집에 머물고 있는 사인이랍니다. 한데 사사라는 젊은이가 하는 말이, 자기에게 누이가 하나 있는데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른답니다. 누이에게도 이런 목걸이가 있다 하는데 도무지 찾을 길 없으니 이젠 버려야 할 때가 된 것으로 생각해 그 계집에게 준 겁니다. 하면, 횡액을 당한 새신랑에게 시집 간 주인댁 아가씨가 사사의 누이 아닙니까?”

 

장율하는 이런 물음을 던지고 급히 경위원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쇠돌 아범은 나직이 한숨을 몰아쉬었다.

 

“사사가 이런 목걸일 가지고 있는 걸 보고 두 사람이 남매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 주인댁 아가씨도 사사가 토끼 목걸이를 지니고 있다는 말에 얼마나 놀라워하는지 보기가 참으로 측은했습니다.”

 

장율하는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일행들을 채근했다. 서둘러 박한조 집으로 달려가자 옥합에 든 독극물을 마신 최씨 부인이 쓰러져 있고 사사의 방엔 칠이 벗겨진 상 위에 절절한 사연이 쓰여 있었다.

 

<사람이 살아있다 해서 살아있는 것이 아니고 죽어 있다 해서 죽은 게 아닌 모양입니다. 애증이란 게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드는가 하면 색욕이란 벌레는 틈만 나면 사람의 이지를 갉아대니 결국 인연이란 것도 부질없는 것인가 봅니다.

 

내가 태어나 잃어버린 누이를 찾아 헤맨 지 여러 해인데, 차마 일어나선 안 될 일들이 일어나고 말았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한다 해도 그것이 용서될 수 있겠습니까. 그저 모든 것은 운명으로 돌릴 수밖에요.

 

나는 이제 내가 지닌 업보를 마음에 품고 저세상으로 갈까 합니다. 죄 많은 이 몸의 더러운 살 점 하나라도 한강의 물고기들에게 나눠주어 한 많은 세상의 죄 값을 대신하려 합니다. 어느 때인가 나의 주검이 떠오르거든 양지바른 곳에 묻어준다면 내 죽어 저승에 가서라도 어찌 잊겠습니까.>

 

이후 사사의 소식은 끊어졌다. 한강에 그의 시신이 떠올랐는가를 살폈지만 그의 몸은 떠오르지 않고, 간혹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엔 어떤 이가 마포 나루에서 봤다고도 하고 한양의 시구문 밖에서 봤다지만 믿을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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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네 |  2007-08-21 오후 2:1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니! 5편에서 끝나고 다른연재가 오르는 것 인지요? 매일 기다리던..  
운영자55 넵...한 사건씩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1화는 5편으로 끝나고 내일부터는 2화가 시작됩니다. 2화에는 1억 포인트 번개 이벤트가 마련되었습니다.
참:*이슬 |  2007-08-22 오전 2:5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담편 많이 기대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yongmi |  2007-08-24 오후 2:24: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미인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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