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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여화 4회/ 삼인행(三人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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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여화 4회/ 삼인행(三人行) (4)
2007-08-20     프린트스크랩
 

추월이가 나간 후 박한조는 생각에 잠겼다. 사사가 자신의 집에 온 지 벌써 얼마인가. 아이가 영특해 친자식처럼 대해 주었다. 여름에 시원하라고 끼고 자는 죽부인(竹夫人)도 그 자식에게 건네지 못하거늘 추월이와 옳지 못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마음에 언제나 무거운 돌덩이를 놓아두는 듯했다.

 

자신이 젊었을 적 삼인행(三人行)이란 놀이판에 빠져 주어온 딸자식이 소향이었다. 이제 그 아이가 장성하여 혼례를 치렀는데 첫날밤에 흉변이 일어났으니 이게 어찌 남의 일인가.

 

새신랑을 살해한 범인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종년과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부터 떳떳치 못했다. 안채로 들어가 아내를 만나 이런 저런 얘길 나눌까 싶다가 다른 날로 미루며 입맛을 다셨다. 오늘 하룻밤만 추월이의 응석을 받아주고 모범적인 사대부가의 가장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목침을 괴고 단잠에 떨어졌다 일어나니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각이었다.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간단히 몇 숟가락 뜨고 가볍게 양치를 끝냈다. 이윽고 술시 어림이 되어 추월이의 방을 찾아들었다.

 

“어서 오세요, 나으리. 오늘은 시간이 어찌 안 가는지 하루 종일 일도 않고 문밖만 바라보았답니다. 나으리를 보니 이제야 속이 풀린 듯싶습니다.”

 

“여기 좀 앉게. 내 할 얘기 있네.”

 

“뭔데요, 나으리?”

 

“그동안 자네와 정분을 나누었네만 집안이 어수선해 별로 말을 하지 못했네. 이젠 마음 정리가 됐고 집안 분위기도 예전으로 돌아왔으니 자네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보네. 그 동안 자네가 나나 여러 사람 눈을 속이고 여기까지 이르렀네. 특히 사사는 내 일을 수족처럼 믿고 처리해주네. 나는 그의 상전으로 자네와 깨끗지 못한 짓을 저지르고 있으니 이것은 백번 생각해도 옳은 일이 아니네. 해서  이젠 우리 관계도 정리를 해야될 듯싶네. 자네들이 원한다면 어디 다른 곳이라도 물색해 살 길을 마련해 주겠네. 알겠는가?”

 

“나으리, 그렇다고 없는 정이 붙고, 있는 정이 떼어지겠습니까? 쇤네는 죽으나 사나 나으리만 생각할 뿐입니다.”

 

“어허, 그래도 그렇지 않네. 자네와 나는 사는 구역이 다르네. 우리 관계가 밖에 알려지면 자네와 난 남사스러워 밖에 나가질 못해. 아시겠는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시기로 하고, 오늘밤은 그냥 쉬시면  됩니다. 쇤네가 금방 미혼향(迷魂香)을 피우겠습니다.”

 

추월이는 낡은 문갑 안에서 꺼낸 노란 색깔의 초를 촛대에 꽂고, 예전에 썼던 ‘콘돔’이라는 물건을 건네주었다. 약간 머쓱한 표정으로 받아든 박한조는 돌아선 채 그것을 자신의 양물에 끼우고 옷가지를 벗어던진 채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언제나 그렇듯 추월이는 불이었다. 몸도 마음도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그러나 그 뜨거움은 자신의 얼굴뿐만이 아니라 하복부에서 더 타올랐다.

 

“나으리, 몸이 이상해요. 몸이 뜨거워 견딜 수가 없어요. 몸이 불덩어리에 타버리는 것 같아요.”

 

“나 역시 그렇다! 나 역···시···.”

 

겨우 일각(一刻;15분)이 지났을까 싶은 시각인데 두 사람의 얼굴은 벌겋게 익은 채 눈이 동그랗게 치뜨였다. 그것은 늪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이었다. 헤어나려 몸을 움직인 것은 마음뿐, 온몸이 굳어져가고 있다는 점에 절망했다.

서로 상대방으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 생각했지만 더 이상은 지탱할 수 없었던지 사내가 추월이의 배 위에서 옆으로 나뒹굴었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허우적거리다가 추월이도 눈을 하얗게 뒤집어 뜬 채 절명하고 말았다.

 


다섯째 날 - 누구나 할 말은 있다


다음날 아침 돌아온 사사는 방안 정경에 질겁하도록 놀랐다. 그는 소리쳐 집안사람을 방안으로 불러들였다. 모시던 상전 박한조와 종년 추월이가 벌거벗고 죽은 현장은 사람들을 혼겁시키고도 남았다. 즉시 경위원에 신고한 탓에 장순검 일행이 모두 출동해 금역(禁域)을 설치하고 검안(檢案)에 들어갔다.

 

연이어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나 두 사람의 주검이 발견되자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더구나 주인과 종년이 방사 중 죽음을 당했으니 이런 일이 밖으로 새어나갈 새라 쉬쉬 하던 분위기였다.

 

“사체를 경위원으로 옮겨야겠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사건 현장이므로 어느 누구든 출입을 금하겠습니다. 순검들을 배치했으니 그런 줄 아시되, 다만 이 방의 주인께 한 말씀 묻겠네. 자네가 집에 도착해 방에 들어왔을 때 방안은 어땠는가?”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그럼 방에 들어왔을 때 두 사람의 주검을 발견했단 말인가. 자네가 처음 목격자니 정순검과 시장을 작성해 주게.”

 

사사는 선선히 받아들였다. 그는 정문원이 묻는 것을 착실히 답하며 물러나자 장순검이 다시 말했다.

 

“두 사람이 치정관계에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일단 주검이 발견됐으니 시장을 작성하는 건 정해진 것이나, 우리 순검들이 검안(檢案)한 바에 의하면 일체의 외상이 드러나지 않았으니 이것은 내상에 의한 죽음으로밖에 볼 수 없네. 아무래도 파시(破視)를 해야 사인을 알 수 있을 것 같네.”

 

“당장 묻을 수 없다 하니 그리 하십시오. 계집에 대한 미움보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러니 두 사람의 원이나 없도록 해주십시오.”

 

박한조의 부인도 같은 생각이었다. 사체는 즉시 경위원으로 옮겨져 파시가 행해졌다. 생각했던 대로 독물은 아래쪽(성기)을 침범해 순식간에 몸을 마비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여인의 질구는 검푸르게 변해 있었고 사내의 양경 또한 같은 형상을 띠고 있었다.

 

이날 방안을 점검하던 정문원이 쭈글쭈글해진 고무 제품을 찾아냈다. 이른바 콘돔이라 불리는 것으로 ‘성병’을 예방하기 위해 남자의 양물에 끼우는 물건으로 알려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엔 독이 없었다.

 

“그러니까 두 남녀는 이런 걸 끼고 방사를 했을 것이야. 처음엔 괜찮았기에 다시 한 번 사용했을 것이고. 처음 쓴 것이 두 남녀에게 기쁨을 준 것인데 그것은 콘돔의 안팎에 바른 물질 때문이겠지. 당시엔 촛대에 켜진 것도 미혼향(迷魂香)이 아닌 미초(媚燭)였을 것이네. 그런 물질이 발라진 물건으로 방사를 나누었으니 당연히 즐거움은 배가 됐겠지.

 

처음에 사용한 이 콘돔이야. 한데, 간밤엔 달랐어. 콘돔의 안팎엔 인명을 치상시킬 목적으로 극독을 발랐을 것이며, 이땐 불을 켜는 초는 당연히 미혼향(迷魂香)이었을 것이야. 그래야 서로의 몸에 닥친 독물의 진통을 완화시켰을 테니까.

 

흥미로운 건 범인의 행동이야. 독물이 묻은 콘돔은 수거해 갔지만 어떤 생각에선지 촛대만은 그냥 뒀거든. 깜빡 잊고 버려 둔 것이라면 몰라도 이런 저런 정황을 아는 채 놓아둔 것이라면 그 자를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어쨌거나 수상한 자는 사사야! 그가 집에 돌아온 것은 아침나절이었다고 집안사람이 증언했지만, 그보다 더 빨리 왔어. 간밤에 함께 지낸 다방골 여인도 아침에 나갔다고 증언 했지만서두···.”

 

다시 다방골을 찾아가 그 여인에게 세세한 것을 물으며 유도심문을 해보라고 탁일환에게 말했다. 한 집안에서 세 명이나 비명횡사한 경우 은원에 의한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박한조의 은원관계를 조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였다.

 

이날 밤이 깊어진 시각. 안채엔 두 남녀의 숨가쁜 허우적거림이 이어지고 있었다. 안방마님 최씨와 이 집의 사인(舍人;집사)으로 일했던 사사였다. 부인의 탐욕은 사내의 끝없는 몸놀림으로 이어지고 축시(丑時)의 중간 어림에 이르러서야 끝이 났다. 최씨는 헐떡이는 숨이 웬만큼 가라앉자 조용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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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네 |  2007-08-20 오후 4:53: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매일 신편을 기다리고 있는이들이 저말고도 백여명인가 봅니다. 저 혼자 인줄 알고 부끄러워^^  
yongmi |  2007-08-24 오후 2:1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ㅎㅎㅎㅎㅎㅎㅎ
자기의 생각이 남의 생각일수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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