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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여화 3회/ 삼인행(三人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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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여화 3회/ 삼인행(三人行) (3)
2007-08-18     프린트스크랩
 

셋째 날 - 비강(鼻腔)에 생긴 부종


경위원으로 옮겨진 새신랑의 사체는 곧 파시(破視)에 들어갔다. 직접적인 사인은 인물(刃物;날붙이)이 흉부를 관통한 것이지만 상흔이 한 일(一)자라는 점이었다. 만약 신랑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던 때 침입자의 흉기가 닥쳤다면 칼날은 앞에서 찌르거나 뒤에서 찌르건 곤(丨) 자형의 상처를 내야 마땅했다.
상흔이 이상하다는 보고를 받은 사온서 이창배 주부는 장율하의 청을 받아들였다.


“자식은 목숨이 끊어졌네. 평소의 행동이 어떠했을지라도 악행의 그림자든 선행의 대가든 무엇이든 밝혀내는 게 좋겠지. 장순검의 뜻이 거기 있다면 그리하게.”

 

선선했다. 여느 부모들처럼 유교의 숨막히는 문자를 나열하지 않았다.
파시에 들어가 살피니 식도를 통한 위장이나 다른 기관엔 전연 기미가 없었다.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한 그의 뇌리에 한 생각이 스쳐갔다. 그것은 구로다 경무사(警務使)가 어떤 사건을 검안했을 때의 내용이었는데 당시 그는 의학의 신기술을 도입한 일본 의료계의 거장 야마다(山田) 박사가 조선을 방문했을 때, 명월관에서 들려줬던 얘기 한 토막이었다.


“사람의 정신을 여우처럼 홀려 정신과 몸을 밑바닥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마약(痲藥)이란 물건이 있네. 조선에선 이것을 만드는 원료를 집집마다 키우고 있네만 그 속성이 뭔지는 모르지. 양귀비 꽃 말이네. 조선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뱃속이 거북하거나 고통이 따를 때엔 이 양귀비꽃 줄기를 삶아 마시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왔네. 그러다가 점점 꽃의 마성(麻性)에 취해 자신이 어떤 독성에 중독되어 간다는 것을 모르게 되었지.
한번은 부산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는데 흉기가 발견되지 않아. 몸을 파시(破視)했는데 야마다는 오장육부가 어찌 변했는가보다 죽은 자의 비강(鼻腔)을 살폈다네.”

 

사체를 검안할 때 근간이 되는 증수무원록(增修無寃錄)에는 ‘비강’을 특별히 나타내진 않았다. 검안서에는 비량(鼻梁;콧마루), 비준(鼻准;콧망울), 비규(鼻窺;콧구멍)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이었다.

야마다가 살핀 비강은 코의 등 쪽에 있는 코 안의 빈 곳이다. 공기속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곳으로 마약과 같은 물질을 흡입하면 이곳에 긴 코딱지 같은 것들은 점점 딴딴해져 코를 후비기에 적당한 덩어리로 변했다. 그것들이 달라붙은 속살은 금방 면역성을 잃기 때문에 사체라 해도 핏발이 보였다. 즉, 죽은 자의 사인은 지나치게 마약을 흡입해 오행의 장기가 균형을 잃어버린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점을 생각했는지 장율하는 곧 사체의 비강을 살폈다. 그 결과 자신의 의혹을 해소시켜줄 실마리를 찾아내 당시 경무사가 작성한 10여년 전의 시장을 찾아 펼쳤다. 초검관은 세상을 떠난 좌포청 종사관이었고, 사체를 검안할 때 야마다를 따라 온 경무사가 시장(屍帳)을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내가 죽은 자의 몸을 살펴보니 외부로 나타난 사인(死因)이 분명치 않아 내의원의 손을 빌려 주검을 파시하였다. 죽은 자의 몸에는 일체의 내상이 없었는 바, 코를 절개하였더니 비강에 돌덩이와 같은 불순물이 엉켜있는 것으로 보아 독극에 중독된 것이 분명했다. 비록 네 가지가 없다 했어도 조금도 외로워하지 않고 세상의 거친 풍랑을 거쳐 온 것은 그렇다 해도 하루아침에 목숨이 끊어질 줄 어찌 알았겠는가. 죽은 자는 평소 금지된 약물에 취해 종일 잠 자기를 즐거워하였으나 그러나 아직도 알 수 없는 것은 죽은 자가 무슨 이유로 금지된 약물을 사용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이후 야마다가 이 사건에서 손을 뗐는지 어쨌는지는 사건 정황이 분명하지 않지만 가정사(家政事)로 규정했다. 그의 부인과 일년 넘도록 별거해온 것도 그러했지만 소문엔 이후 부인이 딸을 낳아 누군가에 주었다는 얘기가 있었고, 다른 소문엔 죽은 자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는 말도 떠돌았다.

야마다가 남긴 시장의 마지막엔 죽은 자가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썼다는 ‘사무삼혹(四無三惑)’이란 글귀가 연약하게 남아 있었다. 건들기만 하면 부러질 것 같은 글씨가 장율하의 시선을 빨아들였다.

‘가만, 야마다가 순검 일을 할 때면 십팔 년여가 되었을 것인데? 아직까지 이런 시장을 남겨놓은 것은 경무사의 집착 때문인가?’

장율하는 답답한 심정을 풀어보려 일단 밖으로 나섰다. 주검을 파시했어도 별다른 증거를 찾은 건 아니었다. 더구나 이주부의 아들은 비강(鼻腔)에 의심이 갈만한 것은 있었다. 다만, 그의 머리를 한사코 흔들게 한 것은 ‘사무삼혹’이었다.

‘네 가지가 없고, 세 가지 의혹이 있다’


그게 뭔지 골돌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가 한순간 벌떡 일어났다. 사무(四無)는 네 가지가 없다는 것으로 ‘부모형제’였다. 아닌 게 아니라 죽은 자의 시장엔 그가 부모형제가 없다고 표시했다.

그렇다면 세 가지 ‘의혹’은 어떤 것인가? 문제는 그것이었다. 혹시 삼인행(三人行)인가? 죽은 자의 시장에 남겨진 ‘사무삼혹’. 장율하는 왠지 그 문자가 이번 사건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다.



넷째 날 - 괴이한 독물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이미 해거름녘에 전해온 사사의 전언(傳言)엔 그날 저녁 옥합잔(玉盒盞)이란 귀물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상대방이 많은 것을 원하므로 그것을 적당한 선에서 조정하면 원하는 것을 내일 아침엔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 단언했다.

‘흠이 없는 옥으로 만든 구슬을 옥벽(玉璧)이라던가. 다시 그것을 깎아 만든 잔이니 집안에 두면 연년세세 평안이 깃든다 했었지.’

크고 작은 우환들. 이젠 지난날의 허물을 덮어버리고 평온하게 살고 싶었다. 젊었을 적에야 혈기를 다스리지 못하고 친구들과 시회를 나누다 월장했지만 지금은 쉰이 눈앞이다. 더 이상 세상의 번거로운 것을 생각지 않아도 좋을 나이요, 관직이 있었다. 비록 팔진미는 아니라 해도 철 따라 맛깔진 음식을 상에 올릴 수 있고, 하루의 적당한 때 귀한 생선이라도 잡히면 입맛을 돋굴 별미로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혼행의 첫날밤 사위가 비명횡사했지만, 그것은 세월이 가면 잊혀질 불편한 기억이었다.

“크흐흠!”

가슴에 얹힌 듯한 무언가를 토출하기라도 하듯 박한조(朴翰祚)는 기침을 뿌리며 가볍게 서안을 두드렸다. 무언가 만족감이 일어났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문밖에서 추월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으리, 쇤네이옵니다.”

“무슨 일이냐?”


“안채에서 탕약을 달여 왔습니다. 환절기엔 무엇보다 건강에 유의해야 될 것이라 마님이 보냈사옵니다.”


‘쓸데없이.’


박한조는 즐거운 미소를 눈가로 흘리며 목청을 돋우었다.


“들어오너라!”


추월이가 방 안에 들자 약그릇을 받아 비운 후 입을 열었다.


“네 서방에게 연락이 왔느냐?”


“내일 오전에 들어온다는 연락입니다. 옥으로 만든 잔을 흥정 중이랍니다.”


박한조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소릴 내놓았다.


“내 술시(戌時) 어림에 들를 것이다. 그리 알고 준비하거라.”


“예에, 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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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mi |  2007-08-24 오후 2:1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사무삼혹....
네가지는 없고 세가지는 의혹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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