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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여화 1회/ 1화 삼인행(三人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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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여화 1회/ 1화 삼인행(三人行) (1)
2007-08-16     프린트스크랩
 

                                1화 삼인행(三人行)

 



사내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팔청춘이니 피는 맹렬히 끓어오르고 그 속에 숨겨진 정념의 화약은 작은 것부터 터지며 남녀의 호흡은 먼 길을 달려온 당나귀의 헐떡거림처럼 숨가쁘게 이어졌다.

인간이 최초로 하나님께 죄를 얻어 행했던 원죄(原罪)의 첫걸음인가. 금단의 과일을 먹는 그 맛의 현묘함에 취해 남녀의 움직임은 두어 시각(時刻) 넘도록 이어지고 있었다. 어디서 그런 기술을 배웠는지 신방맞이를 하는 신랑의 기교는 참으로 눈부셨다.

소향(素香)은 그저 죽은 듯 눈을 감고 사내의 흔들림에 몸을 맡겼다. 그러는 데도 사내는 신부를 위해 열심히 움직이며 봉사했다. 그것이 근자에 무성하게 소문 난 선도식 비술이라는 것을, 아무리 규방에 있다지만 모를 리 없었다.

이윽고 사내의 용출하는 힘이 처녀의 깊은 곳에 쏟아지며 길고 긴 환희의 신음을 토해냈을 때, 소향의 아래 부분엔 묵직한 물건이 돌출 되어 뜨거운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얼마나 혼인을 잘 했는지 마음자리가 뿌듯이 차올랐다.

사온서(司醞署)의 말단직원인 봉사(奉事;종8품)를 아비로 둔 소향으로서는 두 단계나 윗전인 이주부(李注簿)의 며느리가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오늘 신방 맞이를 했지만 처음으로 사내를 안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열여섯 때니까 지금으로부터 두 해 전. 그녀는 별당(別堂)에 있을 때 온몸이 후꾼한 연시(戀詩)를 받았었다. 조선시대 궁중에 술과 단술을 공급하는 기관인 사온서의 직장(直長;정7품) 벼슬에 있는 정태환(鄭泰煥)의 아들 정일원(鄭鎰垣)이었다. 훤칠한 키에 용모가 수려해 여느 처녀인들 싫어할 리 없는 기골이었다. 비록 품계는 달랐으나 아버지가 다니는 곳의 상관들 자제다 보니 알게 모르게 집안 출입이 많았었다.

왜 이런 생각이 나는 걸까. 마음 자락 어디에 숨겨놓은 비밀스러운 일이 드러나지 않도록 소향은 깊은 숨을 끊어 쉬며 가만히 새신랑을 돌아보았다. 세 차례나 힘을 쓴 탓인지 신랑은 깊은 잠에 떨어져 코를 곯았다.


살그머니 상체를 일으켜 속적삼을 걸치고 어지러운 마음 자락을 정리했다. 그때는 오늘과 같은 즐거움은 없었다. 낮참 어림에 상대를 은애한다는 서찰을 전하고 한 밤중에 뛰어들었으니 놀란 것보다 호기심이 반작용을 했다. 그때 사내는 흔들리는 불빛 속에 다감한 말을 뱉어냈다.


“세상의 즐거움 속에 남녀 간의 화락을 제일로 칩니다만, 시생의 은밀한 말을 들으시려면 마음을 편히 하는 환단(丸丹)을 드셔야 합니다.”


얼결에 받은 환단은 콩알보다 더 작았다. 그것을 어찌할까 망설이는 데 사내는 작은 호로병을 건네주었다.


“이것은 꿈에 신선나라에 간 저의 부친이 서왕모(西王母)라는 여선인에게 얻어 온 감로수(甘露水)라고 합니다. 환단을 이 물로 마시면 능히 만병이 물러가고 백약을 몸에 두른 듯 생기가 넘쳐난다는 천하에 둘도 없는 명약입니다. 감로수를 마시면세상의 온갖 더러움이 물러갑니다.”


그 나이 또래의 처녀들은 호기심이 많은 편이어서 ‘한 번 마셔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외간 사내를 끌어들여 성분을 알 수 없는 약을 먹는다는 게 마음에 써억 내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권하는 이의 얼굴도 있어 설마 죽기야 하겠느냐는 심정으로 환단을 삼켰는데 소향은 새로운 꿈속에 빠져들었다.


누군가 자신의 몸을 완전히 헤쳐 놓고 있었다. 그것은 칼로 몸을 찢는가 하면 바위 같은 억센 힘으로 숨을 못 쉬도록 전신을 눌러댔다. 지독한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바람처럼 머릿속에 다가온 것은 알 수 없는 세계에 빠졌다는 설레임이었다.

 

왜 그때가 떠오르는지 몰랐다. 그 당시 느꼈던 고통이 뒤범벅된 상황들이 오늘은 새로운 기쁨으로 떠오른 것이다.



첫째 날 - 괴이한 단체 삼인행(三人行)


닭은 두 번 운다. 첫 번째 우는 닭은 날이 밝았음을 알리는 계명축시(鷄鳴丑時)로 시각을 나누면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다.

두 번째 닭은 밤사이 사냥을 나선 호랑이가 단잠을 자기 위해 자신의 거처로 돌아간다는 호명인시(虎鳴寅時)다. 이 시각엔 사내의 힘이 용솟음치므로 대개 남녀 간의 새벽 유희는 이 시각에 일어난다.


소향이 코끝에 어리는 비릿한 내음에 눈을 떴을 때는 두 번째 닭이 목청껏 새벽을 깨울 무렵이었다. 무의식중에 오른손을 새신랑의 가슴 쪽에 옮기던 그녀는 섬뜩한 불안감에 깜짝 눈을 떴다. 손끝에 묻은 것은 물보다 더 끈끈한 액체였다.

피였다. 새신랑은 살아있을 때 칼날을 받아 내막(內膜)이 뚫려 즉사했다. 날카로운 날붙이에 찔려 단숨에 절명한 것이다. 닭이 깨운 신 새벽에 신방에서 들리는 소향의 비명은 끔찍하리만큼 처절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는 것과 함께 혼절해 버렸다.


경위원에서 나온 고참 순검 장율하 곁엔, 언제나 여인이 살해 되는 경우 자리를 함께 한 다모 다인(多仁)과 이제는 고참 순검의 반열에 드는 정문원이 함께 했다. 혼절한 소향은 안방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고 신방엔 사람들 출입을 막는 금줄이 처진 채 사체의 정황부터 살폈다.


정문원이 시장을 펼친 현장엔 장율하가 두어 걸음 떨어진 위치에서 창문 어림을 유심히 살폈다. 대부분 신방은 외방객들이 신방맞이를 구경하느라 여기 저기 구멍을 뚫기 마련이어서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다. 그러나 문 아래쪽 세 치(寸) 어림에 뚫린 구멍 아래쪽엔 무언가 타다 남은 재(灰)가 눈에 띄었고 뚫린 구멍은 어린아이 새끼손가락 굵기였다. 안으로 들어간 장율하가 입을 열었다.


“죽은 자는 누군가?”


“사온서라는 관청의 주부 이창배의 큰아들 이구서(李鳩瑞)라는 잡니다. 키가 훤칠하고 미목이 수려해 인물 났다는 소문이 파다해 장안 처녀들 가슴께나 들끓게 했다는 여담이 있습니다. 이 댁 주인 박한조(朴翰祚)는 모시던 상관에게 혼담이 들어왔으니 이보다 즐거운 일이 어딨겠습니까. 해서, 청혼이 들어오자 무조건 받아들였답니다.”


“좋은 혼처라 여겼겠지. 어쩌면 감지덕지 했을지도 모르고. 헌데 죽임을 당했다, 우발적으로 보기엔 사체에 난 상흔이 평범하지 않아. 인물(刃物;날붙이)의 끝이 뾰족한 걸 보면 이것은 자상(刺傷)이지. 더구나 오늘은 신행을 맞는 첫날이야, 그 첫 날을 노리고 고양이처럼 덤벼들었다면 치정(癡情)에 얽힌 것으로 보아야겠지.”


이렇듯 단언한 것은 바깥문 아래에 뚫린 어린아이 새끼손가락 굵기의 구멍과 아래쪽에 떨어진 잿(灰)가루 때문이었다. 방에 들어오기 위해 무언가를 태워 방안에 밀어 넣었다는 증좌니  비록 말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미혼향(迷魂香)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시장을 든 정문원이 죽은 자의 주변을 열었다.


“이 자는 삼인행(三人行)이란 단체에 몸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깨 문신에 둥근 고리 세 개가 연결되어 있잖습니까. 이게 그들의 신표죠. 들리는 말엔 혼전의 젊은이들이 가입되어 있는데 음력 열닷새가 되면 각기 탈(假面)을 쓰고 정해진 장소에 모인답니다.”


“사내들뿐인가?”


“외방 남자들이 있는 곳에 처녀들이 나온다는 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잖습니까. 그 자들은 이상한 규율이 있답니다. 어느 누구건 자신들이 처녀를 점찍으면 다른 두 사내가 동행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본래는 탈을 쓰고 관계하기 때문에 탈놀이(假面舞)란 명칭으로 불렸으나 얼굴이 익혀지자 탈을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신이 데리고 살 여인도 그런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세 놈은 혼인 했어도 각각 돌아가며 엽색을 즐긴다고 사헌부와 포도청에선 인륜을 파괴한 그들을 일망타진 하려 손을 썼으나 아직 꼬리를 잡지 못하고 있답니다. 신방에 들어온 신랑의 몸에 그런 문신이 있으니 놀랄 일이 아닙니까?”


“그들 법식이라면 이 처자에겐 혼인하기 전 두 사내가 있었다는 얘기잖은가. 그들이 삼인행이란 법식을 지키자면 말일세.”


“그렇긴 합니다만···, 자기 아내가 될 사람에게 다른 놈이 치근대는 걸 원했을까요? 아마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어쨌거나 이들이 삼인행이란 사실을 알았으니 함께 어울리던 사람들을 수소문 해야지요. 그 문제는 탁순검에게 맡기고 소인은 집안사람들 행적부터 살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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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  2007-08-16 오후 2:5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앗싸아....일떵! 시작부터 진하넹...ㅋㅋ 더 진하게 그리셔도 무방....ㅋㅋㅋㅋ  
소라네 |  2007-08-16 오후 4:2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런글을 읽게되어 기쁘고 광영입니다.  
한솔하나솔 |  2007-08-22 오후 12:4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여기까지 읽으면 죽은 남편과 같이 움직인 3인행중 ,,두명중 한명이 범인인것처럼 냄새를 피우는데 ,,아마도 범인은 죽은 남편을 사모한 다른 여인일검니덩^  
나무등지고 |  2007-08-23 오후 4:16: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건 당연히 스승입니다. 삼인행에 필유아사이니..  
yongmi |  2007-08-24 오후 1:5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삼인행이라~~~
예나 지금이라 성이란 자기 자신이 잘 지켜야되는데...
여자한명을 놓고 그것두 자기 신부을 나아닌 다른 두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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