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요집(養生要集)>에만 나오는 얘긴가. 유경(劉이란 도인이 남긴 기록도 그러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왕실의 서가에 깊숙이 숨겨진 <천금방(千金方)>에도 ‘소녀(素女)의 법’을 내세우고 있었다.

<···나이가 스물인 자는 나흘에 한번 사정하고 서른인 자는 여드레에 한번, 마흔인 자는 열엿새 만에 한번, 쉰인 자는 스무 날에 한번 꼴로 하고 예순인 자는 자신의 정(鼎)을 굳게 닫아 사정해선 안 된다.>

이것이 ‘소녀(素女)의 법’이라는 것인데 나이가 예순인 자도 1개월에 한번은 가능하다고 본다. 현대인들은 운동이나 영양섭취가 예전과 달라 기력이 보기보단 강한 자가 있고 선천적이나 후천적으로 강한 체력이 밑바탕이 되어 의원들까지도 현대인들의 사정(射精) 가능 나이를 78세로 본다. 그러나 이걸 믿고 멋대로 행동하다가는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그렇다면 예순이 넘은 현대인들은 성행위를 금해야 하는가. 그건 옳지 않다. 너무 오랫동안 사정하지 않으면 옹저(癰疽)에 의한 종기가 생기므로 억지로 금욕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동현자(洞玄子)>에서도 사정의 적절한 시기와 중절법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성행위를 통해 사정하고 싶을 때에는 반드시 여성의 쾌감 진행 정도를 지켜보고 있다가 때를 맞춰 동시에 사출시켜 버리는 것이 좋다. 그 순서로는 귀두(龜頭)의 출입 요령이 마치 젖먹이 아이에게 젖꼭지를 물려주듯 해야 하는데, 두 눈은 꼬옥 감은 채 마음을 진정시키고 혀를 아래턱에 붙이고 등을 움츠리며 고개를 앞으로 당긴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콧구멍은 벌리고 어깨를 움츠리는데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쉬면 정기가 저절로 올라오므로 사정량의 조절을 10분의 2나 3 정도로 단축시킬 수 있다.>

이러한 것은 나이 스물이 가까운 동륜태자에겐 콧방귀가 나올 일이었다. 그가 본 성의학서(性醫學書)나 염파의 충고처럼, 사내라면 당연히 정액의 오쇠(五衰)를 신경 써야 하지만 자신이 먹은 음식이나 주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날뛰는 바람에 걱정스러운 일이긴 했다.

이것도 신라 사회에서는 아내인 여자가 관찰해야 할 업무의 하나였다. 염파는 최근에 보명궁에서 미실을 만난다는 태자에 대해 적잖이 걱정하는 투로 분위기를 잡았다.

“태자마마, 사내가 자신의 여인을 취할 때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만, 제가 살았던 가야(伽倻)의 왕궁에서는 상대에게 편지를 보내는 풍류놀음이 제격이었나이다. 그 중 하나가 ‘상문(相聞)’이었지요.”

이것은 자신이 편지를 써서 상대의 마음을 듣는다는 뜻도 된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먼저 사내는 미사여구를 사용해 상대에게 마음을 전한다.

나이 열여섯 쯤 되는 그대, 누구집 딸인가

품위 있고 날씬하여 곱기도 해라

주인이라 부를 사람 없으면

내가 그대 주인 됨이 어떻겠는가

二八誰家女

嬋娟得自然

君無王上點

我爲出頭天

  그러면 답변은 이런 정도에서 떨어진다. 상대방 역시 풍류놀음에 대한 운치있는 답변이다.

나는 이 나라 제일 가는 매화라오

오늘밤 그대 위해 활짝 피어 보이리

이 꽃의 참뜻 알고 싶거든

깊은 밤 달빛 밟고 찾아오소서

九州第一梅

今宵爲君開

慾知花眞意

三更踏月來

이러한 풍류놀이는 동륜태자에겐 전연 관심 밖의 일이었다. 아직은 자신의 몸이 팽팽한데다 눈만 뜨면 주위에 널브러진 게 젊은 미인들이다. 미인들과 끈끈한 시간을 갖자면 무엇보다 자신의 몸이 단단해야 된다는 건 말이 필요없는 현실이다. 자신이 미인들과 방사를 치를 때 몸에 이상이 오면 즉시 치료해 줄 약사(藥師)만 있으면 다른 걱정은 필요없었다. 그래서 서라벌 제일 가는 미인을 찾아 나섰고 모후인 사도왕후의 주선으로 미실을 만나 만리장성을 쌓은 것이다.

사실 동륜태자의 입장에선 껄끄러운 느낌이 없는 건 아니었다. 미실이 지소태후의 아드님 세종 전군을 섬긴 데다 사다함과 연인 사이였으니 자신이 나선 게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인왕동의 풍류남아들이 소문낸 것처럼 비룡(飛龍)이란 음호를 가졌는지는 한번의 방사로 확인해 볼 수 없었으나 ‘물건’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염파는 태자가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짐작하며 한소릴 내놓았다.

“태자마마, 미실 낭주의 몸이 비룡이란 사실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나이다.”

“어떻게요?”

“황천(荒天)에 가시어 하마도인(蝦蟆道人)의 무덤을 찾으시면 됩니다. 그 분을 만나면 여인의 몸을 알아보는 비방을 줄 것입니다. 가실 땐 주목나무 열매를 가져가십시오.”

   ▲비룡(飛龍) : 서열이 두 번째인 여성의 음호

▲원통에 넣은 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