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중원에서 쓰던 것이면 무엇이든 선호하고 그대로 따르려 한다. 그것이 대국(大國)에 대한 의리며 도리라 생각한 탓이다. 그렇다 보니 물건의 좋고 나쁨을 선별할 줄 모르고 한번 받아들인 것은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으며 우월감을 갖는다.

불교와 선도가 신라 사회를 물들인 진흥왕 때엔 유학(儒學)이 미미하게나마 버티고 있었기에 구렁텅이로 곤두박질 치던 성의학은 그나마 모양을 갖추고 행세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옥수후정화 같은 뒷문 따기가 제왕들의 놀이로 대접 받았다면 신라의 후예들은 지금 어떤 유락을 즐길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래도 권세를 얻은 자는 모든 걸 제 맘대로 엮을 것이다. 자신의 선조가 저지른 온갖 더러운 패악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그렇게 살지 않은 대다수 선량들을 조롱하며 발길질 할 것이다. 그래서 부유사가(腐儒史家)란 말이 생겨났다. 썩은 유학자다. 우리의 역사는 그들로 인해 더욱 망가지고 찌그러진데다 없는 것까지 사실인양 목에 힘을 주고 있으니 모화사상(慕華思想)은 썩은 유학자가 만들어낸 오물이 아닐 수 없다.

옥수후정화가 그랬다. 중원의 정신 나간 제왕들이 즐기던 것이 사신의 입을 통해 신라왕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질퍽한 파장을 우려해 신하들에게까지 나눠주는 선심을 쓰기에 이르렀다. 그러고 나서 한다는 소리가 그 같은 일은 석실(石室)에서 신선이 내린 가르침이라느니 오래 살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라느니 하며 아무나 그 같은 일은 할 수 없다는 ‘비인외전(非人外傳)’이란 빨간 글씨를 남겼다.

이러한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동륜태자는 중원에서 가져온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신라에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게 자신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면 몇 번이나 확인한 다음 들춰보는 습성이 있었다. 그에게 여러 모양으로 도움을 내리는 선생이 염파였다.

“태자마마, 중원엔 <한궁유조(漢宮遺照)>란 책이 있사온대 궁에 들어온 처녀들을 교육시키는 것이라 하옵니다.”

“그래요? 그걸 지금 구할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태자마마. 그 책은 한(漢)나라 때의 일을 다뤘기 때문에 책이 있다한들 남아났겠습니까. 소인이 보기엔 당시의 일을 춘화(春畵)로 엮어 중신들이 은밀히 보는 것이라 알고 있나이다.”

“나와 미생은 알게 모르게 처녀 사냥을 즐기는 편입니다. 술을 마시거나 여인을 껴안거나 시간만 있으면 잠시도 쉬지 않는데 미생은 자신이 정한 것을 철저히 지키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 사람은 처녀들을 사냥하는 것이나 방사를 치르는 데도 일정한 규율이 있다는 겁니다. 꼭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태자마마. 중원의 의원인 손사막(孫思邈)이란 청년은 꿈에 신선을 만나 남녀가 방사를 치르는 방법이 천 개나 된다는 것을 엮었나이다.”

“그렇게 많습니까?”

“예에, 그래서 <천금방(千金方)>이지요. 세상에 전하는 <옥방비결>에도 그런 내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내와 여인은 만나면 사랑을 하게 되고 나아가 자식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오직 즐거움만을 얻으려는 방사엔 철저히 엄금하는 걸 지켜야 합니다.”

그게 시사(施寫)라 일컫는 성행위의 표준횟수다. 시사란 사정(射精)을 의미한다. 남녀간의 사정은 절대적으로 금하기보다 저마다 신체적 차이가 있기에 스스로가 최선으로 조정하는 걸 뜻한다. 이것은 당사자의 건강이나 신체관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평균치를 놓고 보면 이런 정도다.

나이가 열다섯에 이른 혈기가 왕성한 자는 하루에 두 번 사정해도 무방하나 몸이 약한 경우엔 한번에 머물러야 한다.

나이가 스물인 자는 하루에 두 번, 체질이 약할 때는 한번에 머물러야 한다.

나이가 서른인 자는 왕성한 사람이 하루에 한번, 다소 약질인 자는 이틀에 한번이어야 한다.

나이가 마흔인 자는 강한 사람은 사흘에 한번, 약한 자는 나흘에 한번이어야 한다.

나이가 쉰인 자는 강한 사람은 닷새에 한번, 약한 자는 열흘에 한번이어야 한다.

나이가 예순인 자는 왕성한 자가 10일에 한번, 약한 자는 20일에 한번이어야 한다.

나이가 일흔인 자는 아직 기력이 왕성한 자는 30일에 한번이고, 약한 자는 사정을 해선 안 된다.

그런가 하면 <양생요집(養生要集)>에는 유경(劉京)이라는 도인의 말을 빌어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지적한다. 즉, 봄에는 사흘에 한번 사정하고, 여름과 가을에는 1개월에 2번 사정하는 것이 좋고, 겨울에는 사정해선 안 된다. 겨울은 양기를 저장시키는 때이다. 성의학적인 한방원리로 ‘봄에는 생(生), 여름에는 장(長), 가을에는 수(收), 겨울에는 장(藏)’이다. 겨울철의 한번 사정은 봄날의 100번 사정과 같으니 유의해야 한다.

▲한궁유조(漢宮遺照) ; 한나라 궁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나 거의 내명부의 여인들이 관련돼 있어 춘화(春畵)로 이용한다.

▲천금방(千金方) ; 손사막이 썼다.

▲천하를 떠도는 용을 도자기로 만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