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락정의 주인 염파는 무슨 생각에선지 중원의 성의학서(性醫學書) 가운데 유달리 <현녀경(玄女經)>을 들척거렸다.

“태자마마께선 중원에서 유행하는 여러 책들이 한결같이 사내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으로만 알고 있으나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신국(神國)에 들어 온 여러 모양의 책은 순서대로 보아야지 아무 것이나 보았다간 나중에 낭패를 봅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사내 나이 열여섯, 여인의 나이 열넷에 이르면 방사에 관한 책을 봅니다만 그 나이에 적합한 건 초보 수준인 <소녀경(素女經)>입니다.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세상의 때에 물들지 않은 하얀 여인이 보는 책입니다. 이것을 익히면 세련된 기교를 부릴 수 있는 <현녀경(玄女經)>을 봅니다. 어느 정도 세상의 때가 묻어 어느 정도 검은 빛이 난다고 할까요. 이 경지를 벗어나면 태자마마가 궁금히 여기는 ‘솥(鼎)’이나 ‘환정보뇌(還精補腦)’의 방법 등을 쓸 수 있는 <채녀경(采女經)>을 익힙니다.”

“셋 중에 <채녀경>을 먼저 익히면 안 되겠습니까?”

“안 되지요. 그렇게 하면 큰 낭패를 불러들입니다. 이제 수영을 배우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잡다한 걸 가르치면 요란만 떨 뿐 실익이 없습니다. 특히 방사는 그렇습니다. 계란이 스무 하룻날 만에 부화하듯 필요없는 것 같지만 하나 하나 날(日)을 보내면서 익혀두어야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탁기(濁氣)만 해도 그랬다. <현녀경>엔 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 서로의 정(情)을 입술로써 점을 찍듯 확인해 나간다. 그만큼 우리의 몸엔 알려지지 않은 비밀들이 고스란히 숨어 있는데 사랑은 접문(接吻)으로부터 시작된다. 남녀가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되면 좀더 상대를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이럴 때 필요한 게 접문(接吻)이다.

요즘 말로 ‘키스’라는 것인데 접문을 나누면 새로운 에너지가 발생한다. 중원의 <선경(仙經)>엔 ‘키스를 하는 것은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라고 했다. 혀 밑에는 화지(華池)라는 샘이 있는데 이곳에는 남녀가 사랑을 나누면 무언가 솟아나온다. 입침(唾液)이다.

그런데 입침은 서로가 상대의 것을 빨아먹어야 효능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상대의 신체기능에서 추출된 에센스기 때문이다.  <소녀경>이나 <현녀경> 등은 입침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흥미로운 건 변동현이라는 일흔이 넘은 노파가 선술을 익히던 도인을 찾아가 자신의 신세를 하소연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나는 변동현이란 노파인데 뜻한 바 있어 도인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나이 열여섯에 시집을 가 일흔이 넘은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만 어찌된 셈인지 마음이 희락을 얻지 못하고 이렇듯 늙어버렸습니다. 도인님, 제가 다시 젊어질 수 있는 비방은 없겠습니까?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좋은 방법을 세상에 알려 젊은 남녀가 후회없는 세상을 살아가도록 가르침을 베풀겠습니다.”

도인이 보기에도 여간 안스러웠던 모양이다. 자신을 찾아온 그날부터 내리 3년간을 되풀이 하여 옹알거렸으니 아무래도 방책을 일러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도인은 그녀에게 ‘옥영(玉英)’을 내주었다. 그것은 떡이라는 것이었는데 일종의 스프와 비슷했다. 그걸 먹고 변동현 노파는 이십대의 처녀로 탈바꿈했다.

훗날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것은 남녀의 정액을 한 곳에 모은 결정체였다. 여기에 또 하나가 첨가되었다. 바로 입침(唾液)이다. 입침이 과연 그런 효능이 있는가? 물론이다. <현녀경>엔 입침과  뇌수(腦髓)의 노화현상이 성기능에 장애를 준다고 설명한다.

입침은 이하선(耳下腺)에서 분비된 중요한 호르몬이다. 이를테면 이하선 및 악하선(顎下腺)에서는 인체의 경조직(硬組織) 및 간엽성조직의 발육과 영양에 필요한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다. 이러한 호르몬이 타액선(唾液腺)을 타고 입안으로 들어오는 도중에 체내로 흡수된다고 현대의학은 증명한다.

이러한 호르몬을 파로틴(Parotin)이라 한다. 노인의 피부 위축이나 탄력성의 감퇴, 할미꽃처럼 등이 굽는 증세 등은 모두 파로틴의 분비 장애로 인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럴 때는 파로틴을 주사하면 피로가 회복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피부는 싱그럽고 탄력있게 젊음이 회복되어 혈관은 탄력성을 찾고 연골도 부드러움을 찾아 통증이 사라지고 굽었던 허리가 펴진다. 어디 그뿐인가. 근육병과 내장하수증까지도 치료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하선과 악하선에서 분비돼 입안으로 들어오는 도중 체내로 흡수돼 버리는 파로틴 용액은 여인들을 흥분시켜 그것을 입안에 모으게 하고 고스란히 사내가 자신의 몸에 따 담을 때 회춘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염파(炎巴)는 상대가 미더워하지 않은 빛을 보이자 <황제내경>이란 의서를 들먹이며 설명하는 걸 아끼지 않았다.

“태자마마, <황제내경>에 의하면 뇌(腦) · 수(髓) · 골(骨) · 맥(脈) · 담(膽) · 여자포(女子胞)는 땅 기운에 이룩된 것이어서 음성이라 했나이다.”

이 말을 좀 더 쉽게 풀이하자면 뇌하수체(腦下垂體)는 콩알크기만하여 뇌 아래쪽에 매달려 있는데 터키안장이라는 뼈 움파리 속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다. 간뇌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시몬즈’ 병에 걸리면 이 하수체의 활동이 저하된다. 그렇게 되면 내분비 호르몬선이 모조리 붕괴돼 여러 가지 병적 증상이 촉발되는데 성기위축도 당연히 따른다. 즉 성욕을 비롯하여 발기력부전, 노화 등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놓고 보면 여인의 입침은 사내를 살리는 활력소였다.

▲환정보뇌(還精補腦) ; 남자가 사정을 한 후 빼앗긴 힘을 뇌속으로 불러들이는 일

▲여자포(女子胞) ; 자궁

▲옥영(玉英) ; <선경(仙經)>에는 떡으로만 표현돼 있으나 이것은 남녀의 정액과 타액을 합한 물질이다.

▲녹송석 부엉이는 잠을 자지 않고 사랑하는 이를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