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동에 자리한 취락정은 행세깨나 하는 풍류가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2층에 있는 네 개의 객실은 예약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4실은 매란국죽(梅蘭菊竹)이란 이름이 쓰인 방으로 매화 · 난초 · 국화 · 대나무를 뜻해서인지 각 방의 주련(柱聯)엔 어울리는 글귀가 기둥을 타고 휘갈겨 있었다. 특히 이 네 곳은 외부인의 출입이 엄금되어 세상 사람들은 취락정 2층을 들어가면 혼을 빼앗긴다는 뜻으로 미혼각(迷魂閣)이라 칭했다.
이곳에 닻을 내린 풍류가가 있었다. 이름이 미생(美生)으로 궁에 들어간 미실(美室)이란 누이의 후광을 그런 대로 받아온 귀공자였다. 소문에 의하면 그의 심벌은 온(溫)과 양(陽)이 합해진 형상이니 어찌된 게 그와 하룻밤 잠자리를 하고 나면 아예 그의 품을 파고들며 돌아갈 생각을 않고 있었다.
요즘 같으면야 당장 고발할 물건들이 지천으로 깔린 상태지만 당시의 신라는 모권중심(母權中心)이다 보니 여인이 사내를 끌어들이는 일이 다반사인데다 또 자식까지 갖게 되면 그걸 빌미로 마복자(摩腹子)까지 삼을 수 있어 바람의 후광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미실과는 한 살 터울인 미생은 동륜태자와도 절친한 사이여서 그들이 취락정에 나타나면 이곳 주인 염파(炎巴)는 가야에서 데려온 미인들을 술자리에 내놓았다. 이런 때가 오면 미생의 진면목이 아낌없이 드러난다. 그는 가야의 멸망을 고이유지(古已有之)라고 풀어놓는다. 이 말은 ‘어제는 오늘의 옛날’이란 뜻이다. 그는 가희(嘉姬)라는 미인에게 엉뚱한 것을 물었다.
“너는 침소봉대(針小棒大)를 아느냐?”
“알지요.”
“말해 보거라.”
“바늘처럼 조그맣던 것이 잠자리에 들어가면 몽둥이처럼 커지는 걸 말하지요.”
가희는 한 수 더 떴다. 이것은 일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게 아니고 석가(釋迦) 님에게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석가모니가 수도를 위해 출가하기 전 왕궁에 수많은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였다. 시녀들은 모이기만 하면 수군거렸다.
“우리가 궁에 들어온 지 십팔 년이 다 돼 가는데 아직까지 왕자님의 그것을 본 일이 없으니 왕자님은 남녀의 재미를 모르신 게 아닐까?”
이 말을 들은 석가는 어느날 일부러 그것을 내놓고 잠을 자는 척했다. 시녀들이 가슴을 두근거리며 남몰래 몰려들어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처음엔 어린아이 고추같던 것이 순식간에 말의 그것 같이 커지더라는 것이다. 물론 이 얘기는 흘러든 풍문이 아니고 <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에 나오는 ‘마음장상(馬陰藏相)’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석가모니의 물건이 작지 않았음을 나타낸 말이다. 미생이 이런 자리엔 가만있지 않는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천축(天竺)의 성전(性典)에 <카마수트라>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을 보면 사내의 물건은 길이에 따라 토끼형 · 소형 · 말형 등의 세 가지가 있고 여인의 것은 크기와 깊이에 따라 암노루형(牝鹿型) · 암말형(牝馬型) · 암코끼리형(牝象型)으로 구분되고 그 배합에 따라 여섯 가지의 성관계가 생기는데 그 중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말형과 암말형의 교접’이지.”
그러니까 이러한 부연설명은 석가모니가 말과 같았다고 했으니 이상적인 거물이었던 모양으로 그 때문에 출가한 다음에도 ‘무리가자’라는 처녀에게 아이를 갖게 했을 정도로 수행에 고통이 따랐다.
이런 정도 얘길 하게 되면 분위기는 어느 틈에 완화되어 본격적인 염담(艶談)으로 빠져든다. 요즘말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중원에는 기승전결(起承轉結)이란 시작법이 있지. 이것을 성관계에 활용하면 사내가 세우면(起) 여인은 이를 받아들이고(承), 구르며(轉), 맺는(結) 것이지. 요즘 서라벌 여인의 첫 경험은 열여섯 살이면 늦다고 봐야겠지. 중원의 풍습을 보면 성년이 되는 햇수는 열일곱 살이 고비라고 생각한 적이 많지만 실제론 열네 살의 홍상미판(鴻上未判)을 최고로 치니까.”
중원의 춘추전국시대엔 하희(夏姬)라는 미인이 ‘소녀채전지술(素女採戰之術)’을 사용했다. 이것은 사내의 정기를 빨아들이는 비술로 그녀가 세 해 동안 두 사내를 자신의 물건으로 상대를 조이고 빨아들여 죽였다는 악명이 전한다. 그런가 하면 한(漢)나라 때의 미녀 비연(飛燕)은 어릴 때부터 행기술(行氣術)을 익혔다. 이것은 스스로의 물건에 수축력을 갖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얘기가 다소 장황해지자 동륜태자가 물었었다.
“자네의 누이는 무엇에 뛰어나기에 왕실에 들어왔는가. 나는 자네를 볼 때마다 그것이 궁금하이.”
“그렇습니까. 미실 ‘누이는 사내 죽이는 비방’을 지니고 있습니다. 당장에 그걸 쓰진 않지만 사내가 밉고 끝을 내야 될 때가 되면 결국은 그걸 쓰지요.”
“흐음, 사내를 죽이는 비방이라···. 그것 희한한 기술일세.”
▲카마수트라 ; 인도의 성전(性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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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