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은 독맥과 임맥이 전자석(電磁石)을 띤 관계로 남녀의 성행위는 환희의 스파크 현상을 일으킨다. 서로의 몸이 정상적으로 운행치 못한 상태에서 색사가 이루어지면 당연히 합선이 되어 서로의 몸이 타들어간다. 여성의 몸을 전기의 콘센트로 생각하면 사내의 심벌은 플러그다. 가끔은 그런 패턴을 볼 수 있는데, 콘센트의 구멍이 크고 플러그가 작다면 어떤 형상이 일어날까. 접선(接線)이 통하지 않으니 전기가 통할 리 없다.

남녀의 성행위가 그렇다. 색사에도 이런 경우라면 흥미를 못 느낄 건 당연하다. 남녀의 화합이 맞지 않다 보니 열이 날 듯 말 듯 하다가 사그라진다. 여인의 힘이 강할 경우 잠시 동안은 전력공급이 원활하나 얼마 후엔 접촉선(接觸線)에 이상 징후가 오고 급기야 원체(元體)가 제 기능을 잃는다.

부부화합을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이것처럼 어려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부부가 남남으로 만나 태어날 때 모습으로 잠자리를 하며 사랑을 나누지만, 은근하고 끈끈하게 사랑을 나누고 싶은 심정이 한조각 꿈처럼 깨이고 나면 마음자리에 고약하게 앉은 것은 설명할 수 없는 아쉬움이다.

아마 옥진궁주는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선대왕을 색공(色供)할 때 복병이 찾아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복병? 그것은 사내에게 달갑지 않게 나타나는 ‘조루(早漏)’다. 지금의 진흥왕이 이제껏 후비(后妃)들의 눈치만 살피는 병골인 것을 본다면 그의 아비 법흥왕 역시 단단한 사내는 아니었다. 왕궁에 널려있는 수많은 꽃들 중에 자신의 마음에 든다고 아무나 잠자리에 부를 수 없는 게 신라 왕실이었다.

왕족과 귀족 집안의 자녀를 받아들여야 왕실의 권위가 선다는 것은 역대 제왕들을 치마폭으로 감싼 진골정통이나 대원신통의 후예들이 칼칼한 어조로 주장하는 일 중의 하나였다. 제왕이라도 민간의 여인을 왕실로 데려오는 것은 극히 적었고, 만약 그런 일이 있을 때엔 왕궁을 좌지우지하는 두 혈통으로부터 왕따 취급을 받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일년 사시절은 항상 봄만 있을 수 없다. 폭염이 쏟아지는 한여름도 있고 가랑잎 떨어지는 가을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은 계절이어도 항상 자연스럽게 맞이하며 어려움을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왕실이 ‘조루(早漏)’로 고생이 심하다 보니 증세를 치료하든지 아니면 허약한 군왕의 옥경(玉莖)이 앵돌아지지 않도록 잘 구슬려 잠자리로 이끌어야 한다. 이것은 제왕들을 상대한 여인으로서 확연히 알 수 있는 일이다. 미실은 이곳 영흥사의 환합전에 들어왔을 때 할머니가 왜 69의 소상을 굳이 만들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옥진할머니도 제왕들을 색공하며 이상한 점을 느끼셨겠지. 사내는 제가 해야 될 일을 못할 때 엉뚱한 핑계를 대거나 어설픈 짓을 하기 마련이거든. 말이야 바른 말이지, 선대왕이 지소태후의 욕구를 채워줬다면 어떻게 이사부(異斯夫) 장군과 사통할 생각을 했겠어. 단단한 사내라고 믿은 탓에 그의 씨를 받았고 세종 전군에게 보위를 물려주려는 생각을 한 게야. 내가 가만있으면 왕후가 될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건 어림없는 몽상이지. 지소태후는 지난날의 은원을 잊지 못하고 대원신통(大元神統)을 미워하는 마음이 지금도 여전하거든.’

굳이 밝히지 않았어도 상황은 충분히 짐작되었다. 자신을 궁으로 불러 귀당비장 사다함(斯多含)에게 던져준 것은 나중에 속 시원히 쫓아내려는 한 편의 연극을 꾸밀 계획이었을 것이다.

옥진궁주는 세상을 뜨기 전 손녀딸을 위해 마련한 방책이 왕실을 조롱하는 69의 체위였다. 훗날 돈황의 석실에서 발견된 <천금방(千金方)>이란 두루마리엔 당(唐)나라 때 <장한가(長恨歌)>를 쓴 백락천의 아우 백행간의 시 <천지음양교환대락부(天地陰陽交歡大樂賦)>가 등장한다. 거기엔 황제의 잠자리를 나타낸 내용이 있는데 상투를 풀지않은 황제가 벌거벗은 여인의 몸 위로 올라가면 문밖에 있던 네 명의 지밀내시(至密內侍)가 들어와 황제의 양쪽 손과 두 다리를 잡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왜 그런 행위로 색사를 진행시키는 것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황제의 기력이 약해 허리 사용을 금하거나 조루 증세가 심해 부득이 마련한 처방이었을 것이다.

미실이 이곳에 온 것은 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마련한 비방이 무엇인지를 헤아려보고자 함인데 정황의 그림자는 비추는데 확실한 실체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다. 여전히 그녀는 자신의 마음 속에 살아있는 할머니의 잔영(殘影)과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지만 소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실 낭주는 무슨 생각이 그리 깊습니까?”

보다 못해 사다함이 입을 열었을 때야 퍼뜩 정신이 들어 돌아보았다.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세종 전군에게 갔을 때 크게 상심하고 전쟁터로 떠난 사다함이 있었다. 얼마나 마음이 상했던지 얼굴은 수척했지만 전쟁터의 햇빛과 바람을 맞아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마음에 그리던 님을 만났으니 이젠 거칠 게 없었다. 하루가 가고 또 날이 저물 때까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하늘이 도와 이렇게 공을 만났으니 당신을 살리는 비방을 사용하고 싶어요.”

미실은 가만히 손을 내밀어 사다함의 손을 잡아끌었다. 미실이 말한 ‘사내를 살리는 비방’. 그게 어떤 것일까?

▲ 색공(色供) ; 여인이 제왕을 위해 색으로 봉사하는 것

▲ 옥경(玉莖) ; 사내의 심벌

▲ 말무늬 검은 호신용으로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