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로 돌아온 오포장은 각지에서 돌아온 포교들의 보고를 받았다. 서북지역의 서쪽과 동쪽 양로를 샅샅이 뒤진 기찰인만큼 소정의 성과는 있었다. 그것은 홍경래와 그가 이끌고 있는 홍단에 대한 첩보들이었다.

"호호, 홍가 그 자가 역시 문제군?"

"포장님도 그리 생각하셨는지요?"

장포교가 돼지수염을 한손으로 쓰다듬으며 물었다.

"호호, 안주 박천 가산 영변 어디를 가든지 홍가 홍가하지 뭐야. 아예 떠받들고 있더군."

"맞습니다. 검계인 듯하면서도 딱히 그것도 아닌 듯도 하고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호호, 정체?"

"그 친구 자세한 것은 아직 몰라도 조만간 서북지역의 문제가 될 인물임은 분명합니다."

"호호, 문제가 될 인물이라..."

오포장은 홍경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포교도 오포장과 비슷한 생각인 모양이었다. 장포교는 보다 세밀한 홍경래의 정보를 내어놓았다.

"호호, 나이는 마흔 살, 사 척 오 촌의 키에 얼굴이 하얗고 갸름하다...날카로운 인상이다 뭐 이런 말이지..."

오포장은 홍경래의 신상과 인상착의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관서평란록은 난이 끝난 후 정주성 인근에서 체포한 김귀욱, 김갑현, 김처학 3인의 공초를 기록하고 있다. 그들 3인은 홍경래와 우군칙의 인상착의를 진술한다. 이들 세 사람은 홍경래를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역사적 인물인 홍경래의 모습이 처음(아직까지는)이자 마지막으로 나오는 대목이다.

- 홍경래는 얼굴이 희고 윤택합니다. 턱은 짧고 뾰족하고요. 수염이 길며 바른쪽 눈위에 작은 사마귀가 있습니다요. 키는 4척5촌 정도로 단구이고 나이는 마흔 두세 살 정도로 보입니다.(面白潤澤下顔微尖右眼上小誌 身長四尺五寸中 年四二三)

-우군칙은 얼굴이 검고 뺨이 좁고 길고 강파릅니다. 수염이 드물게 났고 하관이 빠르며 눈발에 핏발이 섯습니다. 5척 단구에 깡마른 몸이구요. 나이는 삼십칠팔 세 정도로 보입니다.(長面鐵色 髮始生 下顔秕 身長五尺)

(관서평란록)

홍경래는 한국역사에 있어 19세기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단일사건으로 평안도 청천강 이북 전체가 초토화되었고 함경도 인구의 절반이 줄 정도로 전무후무한 사건의 중심에 서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역사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그 점이 이상했다. 성호 이익이나 다산 정약용 같은 일개 학자들도 수백 편씩의 연구 논문이 쏟아져 나와 있는데 홍경래에 대한 연구논문은 고작 열 편 정도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홍경래의 연구라는 것마저도 일본학자들의 그것이 전부인 실정이다. 1932년에 나온 소전성오(小田省吾)와 1934년 전천효삼(田川孝三)의 논문 한 편씩에, 1943년 현상윤의 '홍경래와 신미난'이 있고 60년대 이병도가 쓴 정주성도(圖) 분석과 1972년에 나온 정종섭의 '홍경래난의 성격' 정도가 전부라 할 수 있다.

정종섭은 서정일기 진중일기 관서평란록 등의 해제를 통해 난의 준비와 진행 그리고 결과에 대한 검토를 통해 홍경래난의 실체를 어느 정도 보여주었다 할 수 있다. 이 연구 성과물 속에서 파생된 것들이 그동안 홍경래의 상(象)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인용자들은 이 작은 연구의 성과 속에서 홍경래의 장대한 파노라마를 그려보지만 그것들은 하나같이 실패작일 수밖에 없다. 역사적 근거와 이론의 뒷받침이 없이 논문의 오역까지도 보물처럼 가공, 재단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홍경래는 1미터 40에 하관이 짧고 뾰족한 턱에 왼족 눈위에 작은 사마귀가 나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거인(?)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