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장은 연변관아에서 암행어사가 서북으로 발행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영변부사도 정확한 내용은 모르는 듯했으나 관찰사로부터 관내에 어사(御使)의 암행이 있다는 첩보를 받은 모양이었다. 관아는 벌집을 쑤셔 놓은 듯했다. 관아의 청소부터 각종 창고의 물품과 장부의 일치, 군기고의 정돈과 환곡의 장부 정리 등으로 전 아전들과 노복들이 난리법석을 떨고 있었다.

"호떡집에 불난 듯하더라니 그 모양이데요?"

"뭐가?"

"안주관아 말이에요?"

가희가 안주로 내려가는 배 위에서 물었다. 청천강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중이었다.

"호호 암행어사라지 않던..?"

"갑자기 웬 어사지요?"

"글쎄다. 작년에 서정랑이 다녀간 걸로 아는데... 연이어 어사를 보내는 것으로 보아 조정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구나."

오포장이 말하는 서정랑(正郞)은 서능보를 말한다. 서능보는 정랑을 거쳐 당상관으로 승차해 있었다.

"우리 일과 관계가 있는 거 아닐까요?"

"호호 글쎄다. 두 가지 방법으로 지역을 기찰을 한다면 정확하기야 하겠지?"

오포장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입맛이 쓴 모양이었다. 벌써 서북으로 온 지 두 달이 되고 있었다. 포청에는 보름에 한번씩 보고를 하게 되어 있었다. 보고서는 밀봉이 되어 각로의 역참을 통해 포도청의 대장 앞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우포청등록은 1859년 7월 26일 기록으로 흥미로운 대목을 전한다. 오포장과 같은 지역 기찰단의 보고서다.

(삼남은 대부분 다른 뜻을 품고 서북은 모이면 난을 생각한다.)

이 기록은 포도청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날의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를 보면 포도청은 양반사대부를 제외한 상천민들의 범죄 대처를 주요 업무로 한다고 되어 있다. 사대부는 양반층의 범죄는 의금부 소관이란 것이다. 실제로 경국대전의 의금부와 포도청의 업무분장은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事實)의 그것은 다르다. 실록과 좌우포청등록의 포도청의 업무범위는 양반상민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다. 한성오부와 경기 일원이란 관할구역마저도 무시하고 있음도 쉽게 알 수 있다. 모반대역이나 모반 등 국체를 위협하는 반국가 범죄는 상민이나 천민들만의 역량으로 실현키 어려운 범죄다. 양반이나 유력층의 주도나 배후 조종이 끼어 있기 마련인 것이다.

더구나 포도청은 국왕의 하문 사건에 적극 대응했다. 국왕의 하문 사건은 대부분 국체에 관한 것이기 십상이다. 포도청은 이런 업무특성상 양반상민의 범죄를 가릴 입장이 아니었다. 딱히 가려지지도 않았다. 의금부는 국가의 중요 사건의 판단과 처벌권을 행사하는 기구다. 의금부 안에는 자체적으로 첩보를 수집하고 분류하여 사건처결에 나설 만한 수행조직도 없었다.

민생에서 나오는 사건은 포도청 그리고 한성오부 팔도 감영의 형청에서 거의 해결했다. 사건은 양반상민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만큼 그들의 범죄상까지도 구별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안주로 다른 조들이 돌아왔을까요?"

"호호, 아직은...무엇인가 물어오는 것이 있어야 할 텐데..."

오포장은 뱃전에서 청천강의 푸른 물길을 바라보며 손을 이마로 가져갔다. 시원한 바람이 불기는 했으나 햇빛은 너무도 눈이 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