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은 우군칙이 빠져나가 단출했다. 홍경래의 좌우에는 선아와 김밀수가 따랐고 앞뒤로 수십 보 거리를 두고 춘대와 단원들이 정주에서 대정강을 따라 이어진 가산로(嘉山路)를 걷고 있었다.

"자네 정운창을 아나?"

"그게..."

김밀수가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 수줍음이 많은 사내였다.

"선아야 니가 어릴 때 정운창에게 바둑을 배운 적이 있었다고 했느냐?"

홍경래가 이번에는 선아에게 물었다. 지난밤 내내 궁금했던 일이었다.

"네."

"아버지도 바둑을 잘 두었던 모양이구나?"

"잘은 두시지 못했는데 바둑을 엄청 좋아하셨지요."

"그러냐? 선아 너는 바둑을 얼마나 두느냐?"

"그 할아버지에게 석 점을 놓았어요."

"석 점? 호오?"

홍경래는 선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김밀수도 놀랐던지 힐끔 쳐다보는 눈동자가 광채를 띠었다. 4배자 바둑의 석 점 치수는 흑백이 양 대치를 한 상태에서 백이 두 점을 빼내고 흑이 한 귀를 더 차지하는 오늘날의 석 점 바둑과 똑같다.

"여덟, 아홉 살에 당대의 국기와 석 점을 놓고 둔다? 허허, 과연 천재로다."

홍경래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자문자답을 했다. 조선의 고수들을 보면 하나같이 어린 시절에 이미 고수의 대열에 들어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초등학교 시절에 프로에 입단을 해야 바둑인으로 성공을 하듯 조선시대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선의 천재적 바둑 소년들의 모습은 여러 문집에 전한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기에 해당하는 이 소설의 시대에 조선의 바둑기단에는 한대수, 김종귀, 변종섭, 고동, 정박, 변운평, 김한흥, 정운창, 김석신 등 막강 고수군들이 서로 경쟁과 부침을 하며 바둑사를 써나가던 시대다. 이 시대 중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무렵 중국의 바둑계는 시양화, 범서병의 전성기가 끝나고 청말의 양강(兩强) 주소송(周小松)과 진자선 등의 고수들이 태어나던 시기다. 당시 중국은 바둑이 유행하다 못해 아예 기원(碁院)이 도회지 곳곳에 자리잡고 있을 정도였다. 기원에서 고수들이 바둑을 두면 손님들이 돈을 걸고 투전을 하는 것이 당시의 바둑의 풍경이었다.

기호지세(騎虎之勢).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다는 의미의 기세(氣勢)의 대명사 범서병은 절강성에서 태어나 열 살 때 이미 한 고을의 고수가 되었고 스무 살에 중국 제일의 고수가 된 사람이다. 당시 범서병과 쌍벽을 이루던 유일한 상대인 시양하와의 운명의 10연전은 중국 바둑의 전설이 되기도 했었다. 바둑 한판에 걸린 놋돈이 물경 5만 냥. 조선군의 어영청군 2년 예산에 해당하는 엄청난 돈이 한판의 바둑판에 투전으로 걸렸었다.

중국 바둑의 고수군은 황룡사-서성우-양위금-정난여를 거쳐 범서병 시양하 시대를 지나 주소송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시양하는 바둑의 승부에만 집착하지 않고 혁리지소(奕理指所)라는 바둑의 기리와 사고법을 연구한 책을 남기는 등 바둑의 철학에도 조예가 있던 인물이다.

"이보게?"

"... ..."

"자네 언제 선아와 바둑 한판 두어보게?"

"저어?"

"하하, 이사람? 사내가 그리 수줍음을 타 어따 써먹겠나? 자네 말일세. 쌍륙도 잘하나?"

홍경래는 김밀수에게 쌍륙을 물었다. 쌍륙은 바둑과 더불어 조선의 양대 반상게임이었다. 쌍륙은 삼국시대 이래로 고려 조선을 거쳐 바둑과 서열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유행을 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사라진 게임이다. 이유는 미스터리다. 다만 게임 연구의 권위자 일본의 '향천충부'의 게임이론을 비교하여 추리를 해볼 수 있다.

1. 게임은 선행게임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특정한 게임은 선행 이전 시대 게임의 영향을 받아 그 성질을 이어받으며 새롭게 태어난다.

2. 게임은 도박성에 의지한다 해도 항상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멸되던지 새로운 게임이 된다.

3. 게임은 진화한다.

4. 게임은 쉽게 소멸되지 않는다.

5. 다른 문화와 마찬가지로 게임은 처음 발생한 특징(화점)이 다른 게임에 전파되어도 원래의 특징이 화석으로 남는다. 일본의 장기가 그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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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한달 기념 연말 작가 이벤트 당첨자 발표!
신간 [한국바둑사]를 우송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특히 청룡도를 열독해 주시는 애독자들의 조언은
앞으로 소설 집필 방향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애초 공지대로 25일자 연재 말미에 당첨자 발표를 해야 하나
제가 성탄절을 깜빡했습니다.
하루 늦게 발표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

모두 14분의 회원께서 꼬릿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예상보다 적어 모든 분께 저의 졸작 [한국바둑사]를 드리고 싶으나
작가 몫으로 할당된 권수가 10권이라 부득이 약속한 대로 10분께만 드림을 양해 바라오며,
나머지 3분께는 사이버오로 포인트 2백만 점씩을 충전해 드리겠습니다.

[한국바둑사] 10명
당근돼지
소라네
서정이아빠
나무등지고
벗따라
류스01
흰검완성
남도사람
한개1EA
musimhan

이상 10분은 개인정보란의 주소를 다시 한번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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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된 책은 다시 우송하지 않을 생각이오니 정확한 배달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송은 1월 첫 주에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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