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회/ 8장 홍두인(洪頭人)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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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회/ 8장 홍두인(洪頭人) (7)
2011-03-12 조회 6527    프린트스크랩

 

 

김산은 서울로 올라오는 도중이기에 박형사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났다. 시간이 조금 남아 영풍문고에서 신간을  뒤적이는 사이 박형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두 사람은 가까운 피자와 커피를 파는 가게로 들어갔다.

"바둑판을 팔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면서요?"

"팔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자료감정을 요청한 사람입니다."

"연락처 아시죠?"

"박형사님 이건 좀 일방적이지 않나요?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는데..."

김산은 정색을 하고 박형사를대했다. 시도 때도 없이  자신들만의 사정을 들어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치 않는 경찰의 행태가 거슬렸다.

"그래서 수상에 협조를 못하겠다는 겁니까?"

"뭐라고요?"

"수사협조를 못하겠다는 거냐 물었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뭐라고요? 김선생. 배웠다는 분이 감정적으로 하시면 됩니까?"

"......?"

김산은 박형사의 대꾸가 어이가 없었다. 더 이상 앉아 있을 이유가 없을 듯했다.

"앞으로 저를 찾지 마세요. 수사협조도 정도껏이지요. 무엇보다 당신들은 기본이 안된 듯합니다. 그럼..."

"이봐요? 김선생...?"

"용건이 있다면 문서로 하세요."

"저저...."

김산은 박형사를 뿌리치고 나왔다. 기분이 영 아니었다.

 

김산은 전철을 이용, 옥수역에서 환승하여 왕십리로 향했다. 한국기원에 볼일이 있었다. 도인이의 원생퇴원 절차를 밟기 위해서였다.

한국기원 건물에는 정관장배 우승기념 걸개가 걸려 있었다. 문도원 이민진 등 프로기사들의 사진이 보기 좋았다. 김산은 4층 총무과에 들러 몇달 밀려 있던 도인이의 원비를 내고 퇴원 절차를 마쳤다.직원은 무덤덤했고 김산은 더 무덤덤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4층에서 5층으로 향하는 복도에 '연구생문제 토의'라는  세미나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바둑발전위원회 주최로 열리고 있는 세미나였다. 김산도 연구생학부모 자격으로 안내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

모든 것은 끝난 일이었다. 그러나 김산은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5층을 향하고 있음을 알았다. 바둑에 재능이 있는 자식에게 쏟았던 지난 10년이 가져다 준 습성이었다.

 

"한국기원은 뭐하는 겁니까? 재능있는 수많은 연구생들을 끌어모아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등골을 모두 빼놓게 하고선 1년에 고작 칠팔 명 입단을 시키는 것은 너무 비인간적 아닙니까?"

김산도 안면이 있는 학부모 한명이 마이크를 잡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인천에서 바둑교실을 하는 사람으로 인상이 불독을 닮아 기억에  남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금년부터는 한두 명 더 늘리는 거 아닙니까?"

토의석에 앉아 있던 산적 같은 인상의  토의자가 발언을 했다.

"그건 언발에 오줌 누기죠.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한두 명 입단을 늘려서는 될 일이 아니라니까요? 프로문을 전면 개방해야 합니다. 다른 방법 없다니까요?"

김산은 더이상의 토론은 무의미함을 느꼈다. 그리고 자리를 떴다. 백년하청이었다. 그것이 김산이 본 한국바둑행정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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