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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상검 10회/ 1장 하수(河水)에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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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상검 10회/ 1장 하수(河水)에서 (10)
2008-12-16 조회 5450    프린트스크랩

 

이동인이 내시를 따라 간곳은 '건청궁'이었다. 이동인은 평소의 장소가 아닌 것을 알고 놀랐다. 내시가 설명을 했다.


"오늘은 전하께서 건청궁으로 들라하셨습니다. 욍비께서도 계실 겁니다."


"왕비마마도요?"


"왕비께서도 일본에 관심이 많으셔 이참모의 고견을 듣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내시는 이동인이 건청궁 앞에 도착해서야 사정을 말해주었다. 건청궁은 민비가 거처하는 궁으로 조용하고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전하?"


"앉거라."


국왕의 안전에 인사를 한 이동인에게 왕은 좌정을 명했다. 민비는 왕의 옆자리에 발도 들이지 않고 앉아있었다. 아직 내외(內外)의 법도가 살아있는 조선이었으나 민비는 그런 것에 매달리는 여자가 아니었다.


"황송하옵니다."


"그래 지난번 하던 얘기를 계속해 보거라. 너는 조선이 살 수 있는 법을 말한 바 있지?"


국왕이 이동인을 채근했다. 이동인은 왕에게 여러번 조선의 지향(指向)이란 주제로 서양문물에 대한 강론을 펼친 바 있었다.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말을 물으시는지요?"


"오냐. 일본을 왜? 배워야 되느냐?"


왕은 현실주의자였다. 왕은 공허한 이상과 두꺼운 도덕론의 비현실성과 지리멸렬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왕은 뜬구름 같은 이상과 도덕보다는 하루하루 당면하는 현실이 벅차고 시급했다.


"실리를 취하고 공리를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일본이옵니다. 일본은 일찍이 이 마음으로 유신을 단행하여 서양에 견줄만한 나라가 되었나이다."


이동인은 일본에서 이토나 유키치 같은 엘리트들과의 교분으로 일본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호호,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이로군. 마마 안 그렇사옵니까?"


민비가 이동인의 말이 재미있다는 듯 웃음소리까지 내며 국왕의 동조를 구했다.


"하하, 중전 내 말이 그 말이오. 요즘 서안을 가득 메우는 상소가 하나같이 양이배척인데 그 말이 번거롭기 이를 데 없소이다."


국왕은 최익현을 중심으로 한 이만손, 황재현, 홍서중 등 위정척사파의 집요하고도 끈질긴 상소논쟁에 넌더리를 내고 있는 중이었다. 간혹 '곽기략' 같은 유생이 나와 '기계나 농수(農樹), 의학 등 백성들의 삶과 나라에 도움이 되는 양법(良法)까지 양이로 몰아 배척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는 상소도 있었으나 그것은 위정척사파의 극성에 비하며 조족지혈이었다.


"마마, 일본의 좋은 것을 받아들여 조선에 유리하게 하면 족하다는 말 아닌지요? 마마, 저 자의 말은 결국 동도서기로군요?"


민비가 왕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활달하고 거침없는 여자였다. 민비는 에둘러 돌아가는 성격이 아니었다. 조정 안에는 그런 민비를 따르는 일단의 파당이 있었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있는 김옥균의 생가지. 묘비석을 연상케 하는 표지석이 서 있다. 공주시 문화예술과장은 필자에게 김옥균의 유물이 남아 있다면 생가지복원을 기안하고 싶다는 의견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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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선공팔 |  2008-12-22 오전 12:43: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있는 김옥균의 생가지>

믕...언제 한번 들러보아야것네요.  
달선공팔 |  2008-12-22 오전 12:45: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왕은 현실주의자였다. 왕은 공허한 이상과 두꺼운 도덕론의 비현실성과 지리멸렬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왕은 뜬구름 같은 이상과 도덕보다는 하루하루 당면하는 현실이 벅차고 시급했다.>

공허한 이상과 두꺼운 도덕론의 비현실성이라...


 
AKARI |  2008-12-23 오전 9:44:1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상과 현실이 적절히 조화가 되어야 제일 좋죠..
일단은 검은고양이나 흰고양이나 쥐만 잘 잡음 되구요...

일본인들은 무서운게...그럼서도..자신들의 전통은 철저히 지킨다는것.
코와이~ㄷㄷㄷ  
선비만석 |  2008-12-29 오후 3:45:3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에혀 한꺼번에 읽다보니 글을 거꾸로...ㅎㅎㅎㅎㅎㅎ  
당근돼지 |  2008-12-30 오후 3:43: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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