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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상검 4회/ 1장 하수(河水)에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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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상검 4회/ 1장 하수(河水)에서 (4)
2008-12-08 조회 5288    프린트스크랩

 


바둑은 삼경이 지나면서도 반쯤 진행이 되고 있었다. 바둑은 반상에서 모든 치석(置石)을 거둔 일본식 바둑이었다. 장안(?)에는 일본식 바둑이 한참 유행하고 있었다. 개항이후 조선에는 제물포 원산포 부산포를 중심으로 한양까지 일본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었다. 초창기 일본인들과 조선인들의 관계는 험악했다. 언어와 풍습이 다른 것은 둘째 치고 조선이 갖고 있던 일본에 대한 혐오가 대단했다.


일본은 조선에 들어와 있는 일본인들의 조선 정착을 위해 바둑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일본에 프로바둑이 생긴 이후 곧바로 조선에 프로기사들을 파견할 정도였다. 이유는 조선의 국민적 도략이 바둑임을 간파한 문화적 접근이었다. 당시 조선은 두 가지 방식의 바둑을 두고 있었다. 흑과 백을 대각선으로 치석(고정)을 하고 두는 중국식 바둑과 흑백을 8점씩 치석하고 두는 조선식(순장식) 바둑이었다.


일본은 일찍이 반상에서 모든 치석을 치워버린 바둑을 두고 있었다. 일본식 바둑은 조선식이나 중국식에 비해 포석 단계부터 어떤 제약이 없는 자유스런 것이어 포석과 귀 변 등의 정석 들이 발전할 수 있었다. 일본식 바둑이 조선에 들어와 조선바둑보다 강한 것이 알려지면서 조일간의 바둑 교류는 활발하게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나 좀 보세."


바둑판 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이영하가 이동인에게 눈짓을 했다. 이동인은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늦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았으나 마당 한쪽의 감나무 가지는 가을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참모, 일이 잘못되는 거 아닌가?"


이동인은 환속한 승려였지만 지금은 어엿한 관원이었다. 이동인은 고종의 발탁으로 사상의학으로 유명한 '이제마'와 같은 날 군영의 참모관으로 임용된 바 있다. 이동인을 고종에게 소개한 인물은 '민영익'으로 알려져 있다. 민영익은 민비의 측근으로 일본통인 이동인을 주목하고 고종에게 소개했던 듯하다.


"아직은 초반 아닌지요?"


이동인은 이영하의 경망스러움을 아는지라 별일 아니라는 듯 대꾸를 했다. 이영하는 귀가 엷은 인물로 큰돈을 벌수 있다는 말에 일본돈 천 원을 판돈으로 댄 위인이다. 일본돈 천 원은 거금이다. 조선이 일본에서 들려오는 차관이 만 원 단위이던 시절이다.


"우리가 불리해 보이는데..."


"하하, 대감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거 아닌지요. 아마 합하께서도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실 듯합니다."


"합하께서도? 하긴 합하도 요즘 돈줄이 마르셨을 터이니 그러실 테지. 험."


이영하는 헛기침을 한 후 다시 방안으로 들어갔다. 한때는 대원군의 밑에서 한성판윤, 포도대장, 금위대장 등을 역임하며 대원군의 충복 노릇을 하던 사람이다. 이영하는 대원군이 실각하자 곧바로 민비에 붙어 도성의 방어를 책임지는 군영대장직을 맡을 정도로 영악하고 교활한 인물이기도 했다. 도박판의 상대가 대원군이란 걸 알고도 판돈을 대는 배포까지 갖춘 사람이기도 했다.


"꼭 이겨야겠군."


이동인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만약 이영하의 돈을 잃기라도 한다면 무서운 해코지를 감당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운현궁의 모습.

구한말 조선의 고수들이 모여 조선바둑의 영화를 누린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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嶺山嶺 |  2008-12-08 오전 11:55: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었습니다. 대원군 이동인 관심 갖어 보겠습니다.  
嶺山嶺 |  2008-12-08 오전 11:55:4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람의 화원 재미있게 보았는데 신윤복이 진짜 여자인가요? 남자라는 증거도 없다고 하더군요?  
AKARI 확실히는 몰라도 여자를 사랑하는 (이해하는)남자(혹은 여자)임에는 틀림없을듯요^^
후지산 |  2008-12-08 오후 4:40: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눈 내린 운현궁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즐독했습니다.  
내사랑숙이 |  2008-12-10 오후 4:26: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동인이 바둑을 잘두었남요? 스님으로 전 알고 있었는디....  
달선공팔 |  2008-12-22 오전 12:13:5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엄청난 내기 바둑과 운치 있는 운현궁의 사진이라...^^  
AKARI ^^
당근돼지 |  2008-12-30 오후 3:24: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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