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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상검 6회/ 1장 하수(河水)에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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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상검 6회/ 1장 하수(河水)에서 (6)
2008-12-10 조회 5200    프린트스크랩
 


바둑은 요원했다. 삼경이 지나면서 바둑의 착수는 아예 한 시진에 서너 수가 진행될 정도로 장고에 장고가 거듭되었다. 대원군은 바둑을 두고 있는 옆방으로 이동인을 불렀다. 방안에는 별다른 장식 없이 서안(書案)과 지필묵만이 가지런한 지극히 검소한 모습이었다.


"앉게. 시간은 유수하니."


대원군이 말을 한 후 서안 앞에 앉아 붓을 들었다. 벼루는 바싹 말라 있었다. 이동인은 옆에 앉아 연적의 물을 벼루에 붓고는 먹을 갈았다. 문자향서기권(文字香書氣券)으로 유명한 '석파(대원군의 호)'가 붓을 들었을 때 옆에서 먹을 간다 해서 흉이 될 것이 없었다.


"좋군!"


대원군이 붓에 먹을 듬뿍 담가 종이 위에 일필휘지를 했다. 운필은 강하고 삐침과 파임은 비상하는 듯했고 종(縱)과 횡(橫)은 적당했다. 대원군이 쓴 글자는 넉 자였다.


천원지방(天圓地方).


"무엇인가?"


대원군이 입을 열었다. 종이 위의 글자는 금방이라도 먹물을 털며 하늘로 춤을 추며 날아오를 듯 생동했다.


"바둑을 말하시는지요?"


"바둑?"


"하늘은 둥글고 땅이 모났다는 것은 바둑판을 일컫는 것 아닌지요? 곤에 직방대라 한 말 말입니다."


이동인이 주역 곤괘에 나오는 직방대(直方大)를 말했다.


"임자와 온 바둑 친구 일본인이지?"


"바둑에 조선인 일본인이 따로 있는지요?"


"이실직고를 하는 겐가?"


대원군이 천원지방을 치우고 다른 종이를 집어다 난 한 폭을 치며 말했다.


"합하, 천원지방에는 신분이 따로 없는 줄로 아옵니다. 박회(바둑)가 꾸며질 때 사람을 가리자는 약조도 없었고요."


이동인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상대는 대원군이었다. 그는 군왕도 함부로 옥음(玉音)을 내지 못하는 당대의 세도(勢道)였다.


'오늘 승부는 임자가 이긴 듯하이. 임자 내 청을 하나 들어 주게나?"


대원군이 치던 난을 걷어치우며 이동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어법은 직선적이고 간단했다.


"합하. 청이라니요. 하문하시지요."


'내 서찰을 한통 써 줄 테니 주상에게 전하시게 그리할 수 있겠나?"


"합하?"


이동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대원군의 청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위험한 것이었다.

 

image

 

구한말의 풍운이 기록된 임오일기. 대전 송준길문중의 문적으로 임오군란의 생생한 모습이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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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  2008-12-10 오전 7:50:4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천원지방이 저런 의미가 있었군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났다? 바둑판의 모습을 저리도 표현하다니?  
내사랑숙이 |  2008-12-10 오후 4:25: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음 이젠 볼수 있넹~~~~이청선상니미 글을 못봐서 심통이 났었는뎅....  
李靑 아주메 아무곳이나 돌아다닌뎅. 빛나리 알면 혼나실려고.
한개1EA |  2008-12-11 오전 8:48:4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드디어 청룡도 2부가 시작됐나보네요.
즐감하고 갑니다.
건강하시지요..  
달선공팔 |  2008-12-22 오전 12:28: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합하, 천원지방에는 신분이 따로 없는 줄로 아옵니다. 박회(바둑)가 꾸며질 때 사람을 가리자는 약조도 없었고요.>

예나 지금이나 게약이란 조심해야 하네요^^  
AKARI 증거란 그리 무서운게지요^^
AKARI 아니..기록이..그래서 글도 그림도 무서운게지요..사진도..^^;
달선공팔 넹^^
선비만석 |  2008-12-29 오후 3:47: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엥? 여기도..................  
당근돼지 |  2008-12-30 오후 3:29: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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