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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볶음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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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남 맥주집에서다. 낙지 얘기가 나왔다. 요즘 낙지는 말야, 냉동 낙지를 쓰는 집이 드물지. 그런데 말야. 무교동 낙지볶음을 보면, 냉동낙지를 써야 맛이야. 왜냐? 냉동낙지는 조리과정에서 물기가 일정한 비율로 결정되거든. 그러나 싱싱하다는 낙지는 물기가 많아서 양념의 맛이 고루 배이지가 않아. 뿐이야? 질겨. 요컨대 맛이 한결 같지 못하단 말야.
음, 그래? 그거 그럴 듯하네. 그러면 바둑도 그렇겠군. 그래. 요즘은 짧아지는 제한시간 때문에 단속적인 싸움바둑이 주류를 이끌지. 그래서 그런지 폭넓은 구도(構圖)를 보여주는 대국은 찾기 힘들어. 관전하는 사람들도 맘이 급하지. 시대의 조류라고 하기에는 우리가 잃어버리는 게 너무 많지 않아?
그럴 것이다. 명국을 감상하려는 사람은 물론이고 공부하려는 사람도 그래서 하나 주의할 것이 있다. 최근의 이름난 기사들이 자연히 주목을 끌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최근의 기사들이 지난 수십 년 전보다 더 나은 바둑을 보여주느냐? 지난 50년 전보다 더 나은 바둑을 보여주느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의 바둑이 과거를 안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돌아보면 50년 전 바둑도 오늘의 바둑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싱싱한 재료가 곧 맛있는 음식을 준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처럼, 바둑에서도 유의할 점이 하나 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평가가 이루어진 바둑. 평가가 취합되어 너와 나의 공감대가 이뤄진 바둑. 공감대의 내용이 잘 드러나서 배울 점과 버릴 점에 대해서 이해가 가능한 바둑. 그런 바둑을 공부하고 관전하며 감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상만사 그렇지 않은가. 눈앞에 보이는 현상이 전부 같지만, 그 뒤안에는 깊은 저류(底流)가 흐르고 있다. 바로 그런 저력이 깔린 바둑을 봐야만 안목이 넓어질 수 있다. 물론 오늘의 바둑과 어제의 바둑에 실력의 차이는 없다.
자, 저 기보를 보자. 흑1 이하의 삭감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시는지? 삭감일까? 일몰(日沒)을 관조한다고나 할까? 넉넉하다고 할까, 구름이 돌연 하늘 끝까지 밀려간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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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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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사카다 에이오 백 후지사와 슈코의 바둑이군요. 후지사와 9단이 두터움이 무엇인지 보여준 바둑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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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