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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차이에 흔들리는 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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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6일 왕위전 통합 예선에서다. 상대는 박승현 4단. 겸손한 그의 태도에 나도 자세를 바로 잡는다. 오랜 만에 정좌(靜坐)하고 마주한 반상.
손을 뻗었다. 흑돌을 하나 잡은 내 오른손을 뻗었다. 아니다. 그 전에 잠시 망설였다. 실전에서 둔 흑3을 우하귀 A에 둘 것인가를 고민했다.
왜 주저했을까. 우하귀 A에 두던지 좌상귀 흑3에 두던지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반상을 대칭으로 본다면 A에 두던 흑3에 두던 흑백의 상대적 위치는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망설였을까. 그건 초반에 상대의 오른쪽 아래에 두면 - 실전의 흑3이 바로 그 자리다 - 실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수를, 그러니까 흑1을 기보처럼 우상귀에 두지 않고 좌상귀에 두면 그것은 결례로 받아들여진다. 그 언젠가 일본의 요다 9단이 첫 착점을 여기 흑3 자리에 둔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상대의 눈 주위가 순간 실룩였던 것이다.
그렇다. 그게 일반적인 정서. 이른 아침, 상대의 오른쪽 소매에 차가운 바람을 휩싸듯 몰아넣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이다. 일상에서도 그럴 법하다.
그러나 그날 나는 두 번 생각한 다음 흑3을 선택했다. 실례가 될지라도 흑3을 두고 싶었다. A와 B의 거리보다 흑3과 C의 거리가 더욱 멀기 때문이었다. 간격은 같지 않은가? 그렇다. 흑3과 C, A와 B의 간격은 똑같이 10줄이다.
그러나 시각은 다르게 인식한다.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바둑판은 가로가 약 42cm, 세로가 약 45cm로 세로가 더 길다.
쭉 뻗어가는 길을 향해 눈길은 나아가고 싶다. 뿐이랴. 수법의 측면에서 보면 흑3에서 C로 걸치는 것이나 A에서 B로 걸치는 것이나, 그 어느 것이나 백2에 대해 날카롭게 전투를 걸어가는 수법이지만, 창(槍)의 길이는 다르다. 흑3에서 C로 걸치는 것이 더욱 실감을 안겨 준다.
역사가 흘러 비록 반상에는 추상화된 이름만이 남았을지 몰라도, 고대인들이 겪었던 전투의 관념은 여전히 우리의 몸에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바둑 두는데 별 것을 다 생각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도 그리 생각한다. 그러나 대국 초반엔 느낌이 전혀 다르게 전해져왔다. 여러분은 다르신가? 대국을 끝낸 박4단은 내 얘기를 듣고서 고개 끄덕이며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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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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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는 시야각이 기울어서 실제보다 짧아 보이며, A-B가 더 길어보이는 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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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과연... 우리의 일반인들은 거기까지는 못 보았으며 그곳까지 생가한 문사범님은 과연 기사(?)가 아닌 문인으로 나가심이 어떠할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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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