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분과 직선의 차이를 알고 싶다
|
|
|
|
|
이미 잘 알려진 의문인데, 새삼스레 감촉에 잡히는 게 하나 있다.
우리가 두는 바둑판을 생각해보자. 19줄 바깥에 1cm 정도의 빈공간이 있어 테두리가 되는 제1선에 돌을 놓더라도 그 돌은 바둑판 바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1957년 중국 하북성 망도(望都)에서 출토된 한(漢)나라 석제(石製) 바둑판은 17줄. 놀랍게도 테두리가 없는 것이었다. 테두리가 있어야 할 자리는 바로 돌의 끝 부분.
두 경우를 기보로 보자. 상변과 하변은 테두리가 있는 바둑판이다. 좌변과 우변은 테두리가 없는 바둑판으로, 가장자리가 막히지 않고 직선으로 뻗어있음을 알파벳으로 드러냈다. 이 경우 실제 착점할 자리는 17줄로 제한된다.
수(隨)나라 때의 것으로 추정되는 테두리 없는 19줄 청자바둑판이 그 좋은 예가 되겠다. 부장품이긴 하지만 당시의 17줄 바둑판 모형이 아닐까 싶다. 알파벳 자리에 돌을 놓으면 돌이 판 밖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망도 바둑판도 선은 17개이되 실제 사용 가능한 선은 15개 아닐까 추론된다.
일본 나라(奈良)의 정창원(正倉院)에 보관된 목화자단기국(木畵紫檀棊局)은 약간 다르다. 19줄인데, 여기에는 테두리가 다른 선(線)과 달리 매우 두텁게 그려져 있다. 왜 테두리만 굵고 화려하게 그렸을까. 과연 19줄 바둑판의 제1선을 그 화려한 테두리로 장식한 걸까? 그렇더라도 돌을 그 테두리 선에 착점하기란 어렵게 보인다. 테두리 바깥에는 공간이 없다.
제1선, 그러니까 바둑판의 테두리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뭔가 묘한 데가 없지 않다. 안과 밖을 구별하는 인식의 틀, 그것의 반영과 무관치 않다.
나는 추론한다. 인간은 테두리를 만들기 싫어하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말이다. 밭이랑을 만들어 굳이 너와 나를 구별할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구별이야말로 인식의 시작이고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바둑을 창안할 때와 발전시킬 때의 관념은 다르지 않겠는가. 형식과 관념은 서로를 구속하는 법이 아니던가.
테두리 없는 직선(直線)으로 열려진 바둑판과 테두리 있는 선분(線分)으로 마감된 바둑판. 차이는 분명하다. 나는 알고 싶다. 직선으로 교차된 바둑판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
|
|
|
|
|
|
|
|
|
|
|
|
|
|
|
| ┃꼬릿글 쓰기 |
|
 fineltd |
｜ 2005-09-07 오전 12:10:00 [동감0] 
|
|
 이 의견에 한마디 |
저도 알고 싶네요..
|
|
|
|
|
|
.gif){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