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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국수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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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열고 탁자들을 옆으로 치운다. 사람들도 한 옆으로 몰리면서 대화는 좁아지나 불평은 없다. 탁자 하나에 바둑판 하나 놓고 의자는 두 개 마주시킨다. 초시계와 기록용지, 검은 볼펜과 붉은 볼펜이 옆 탁자에 추가된다.
두 사람이 마주 앉고, 소년은 옆에 앉는다. 사람들의 이목이 하나로 쏠린다. 장소는 좁다. 그래도 조금 전 어수선한 탁자들 사이의 공간보다는 훨씬 넓고, 웅성거림은 탁자로 가로막혀 소곤거림으로 변한다. 조용히 합시다. 누군가 말한다. 자, 이제 조용히 해 주십시오. 진행자도 한 마디 한다.
선배가 백돌을 듬뿍 잡고 상대는 흑돌 하나 반상 위에 올린다. 돌통을 서로 바꾼 후 목례를 하고 묵상. 첫수 착점. 옆자리 소년은 숫자 1을 기록용지에 써두고, 백이 둔 2에는 숫자를 감싸안듯 붉게 동그라미 그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국자의 머리는 반상 앞으로 숙여지고, 다시 여기저기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떠도는 담배연기가 주변의 어수선함을 빨아들인다. 몇몇 사람들은 방밖에 나가서 가볍게 얘기한다. 누가 좋아 보여? 흑이 이긴 거 같은데? 하변에서 끊어야 되는 거 아냐? 진행자가 밖으로 나와 주의를 준다. 거 좀 조용히 하십시오. 안에서도 들립니다.
제한시간이 소진되면서 초읽기가 들리고 떨리는 손길을 멈추면서 패자가 결정된다. 축하와 아쉬움이 두 사람을 둘러싼다. 검토. 고개를 젓는 패자. 누가 이겼어? 뒤늦게 대국장으로 올라온 사람들이 묻는 소리. 여전히 목소리는 좁고도 낮다. 소년은 검붉은 색으로 뒤덮힌 종이 두 장을 진행자에게 건네주고 사라진다.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서로를 찾고 삼삼오오 술자리를 찾아서 내려간다. 야, 그 수가 패착 아냐? 잘 두데. 소리들은 흩어지고 밖은 어둡다.
관철동 한국기원 4층에서는 아마국수전 결승전을 그렇게 치렀다.
12월 12일 서중휘 아마 7단이 제38기 아마국수전을 우승했다. 홍익동 한국기원 4층 특별대국실. 사방이 꽉 막힌 두평 방. 시간은 각자 30분.
나는 가보지 않았다. 기보만 보았다. 흑2가 대단한 묘수. 다음 백A 흑B 이하 흑H까지 연결해서 승부를 결정했다. 흑2를 F에 단수하면 백A 흑2 백D로 대마가 잡힌다. 흑2에 대해 백D는 흑H로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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