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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段을 매듭지은 김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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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시간이 꽤 지났다.
김성룡 8단이 우승했다. 제1회 전자랜드배 우승. 김성룡이 누구인가. 만 28세를 넘긴 청년이다. 91년 15살에 입단하고 95년엔 제왕전 준우승.
그 후 10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28살에 정상에 처음 발자국을 디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조훈현은 50이 넘어도 정상에 남아 있지 않느냐고? 일본에서는 후지사와 9단이 67세에도 타이틀을 방어하지 않았느냐고? 그렇긴 하다. 그러나 다르다. 두 기사는 훨씬 일찍 타이틀 대열에 들어섰다.
김8단은 해설을 많이 하는 소위 보급기사. 스스로도 자신을 그리 부른다.
이건 더욱 이해할 수 없다. 해설에 온 힘을 쏟으면서 큰 기전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우승했다. 대체 어디에서 그 힘이 온 것일까. 속기전이라서? 그 점도 도움은 되었으리. 그러나 속기 바둑이란 본래 감각과 수읽기, 그리고 배짱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여전히 실력이 말한다.
나는 그가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는가 한다. 기보를 보자. 흑1은 패착. 백2가 탁견(卓見). C 단점을 노리니 흑은 A B C 세 곳 중의 하나에 두어야 한다. 흑A는 백B 흑C가 백의 선수이니, 백2가 알맞은 자리에 있게 된다.
흑B는 백a 이은 후에 백A 흑C가 교환될 것이니, 흑이 응형(凝形)이라 나쁘다. 실전에서 흑은 C에 이었지만 흑C와 백2의 교환은 명백한 흑의 손해. 우변 백을 넓히는 백2에 비해 흑C는 공배이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백2를 b는 흑c 백a로 흑이 선수로 잇는다.
백(△)과 흑(▲)이 있을 때 백2는 맥점이 된다. 내가 이 맥을 본 것은 이번이 겨우 두 번째. 그 만큼 귀하다.
9단은 타이틀 획득보다 값지다. 하나의 매듭. 바로 그것이다. 프로는 언젠가는 매듭을 하나 지어야 한다. 그게 바로 9단. 비록 시대가 변했다 할지라도 그 뜻은 변하지 않는다. 기사(棋士)란 본래 외로운 수도자의 길을 가야하기에 고독한 상(相)과 멀지 않다. 바둑 두는 행위에 그런 본질이 숨어 있는 것이다.
九段 김성룡. 굳이 단위에 한자를 넣어 부르고 싶다. 지난 400년 동안 바둑의 자화상이 만나는 자리는 九段이란 표현에 응축되어 있었고 우리는 그 표현이 주는 의미를 인정해왔기 때문이다. 숫자의 의미란 각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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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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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t19 |
｜ 2004-12-19 오후 1:19: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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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김사범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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