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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의 시간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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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내리던 지난 일요일 밤 9시 10분 경. 나는 감탄하고 감탄했다. 아쉽고 아쉬웠다.
그 시간 바둑TV에서는 제1기 한국바둑리그가 방영되고 있었다. 대국자는 이창호 9단(흑)과 박영훈 9단. 정말이지 감탄했다. 두 기사 모두 40초 초읽기에 몰린 상태. 그런 와중에 만난 빗소리와 반상의 리듬. 화음(和音)이란 이런 거구나. 바둑을 직업으로 가졌음을 행복으로 생각했다.
백1로 내려선 장면. 흑이 난처한 듯하다. a에 잇자니 백4 흑b로 백이 깨끗하고, b 잇는 것은 참지 못할 굴복이다. 어떻게 두어야 하나. 해설자도 관전자도 막연한 앞길에 답답해하던 순간이다.
그러나 흑2에 이어 흑4가 완결점. 이로써 흑은 승부를 결정했다. 정말이지 절묘한 흑2 응수타진에 흑4 빈3각 급소다. A와 B를 맞본다. 이제 와서 백a 흑b를 교환해도 흑c 백d가 남는다. 백a 흑b의 교환이 앞서 있었다면 흑2는 없고 단지 흑c 백2로 결정될 곳. 이젠 흑2 백3 교환이 있기에 흑이 두 집을 이득 본다. 백3 아닌 c는 어떨까? 그건 흑a 백3까지 흑이 선수로 연결한다.
참으로 놀랍다. 단순히 수를 찾으라고 문제로 주어진다면 프로는 누구라도 흑2 흑4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실전에서, 그것도 초읽기의 가쁜 호흡 속에서 찾아라 하면 그건 풀밭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바 없다.
이상이 내 즐긴 바다. 그런데 말이다. 옛 사람들에게 초읽기는 없었다. 밤을 새워서라도 오늘은 이 바둑 끝내자, 그런 다짐은 있었어도 초읽기는 없었다. 물론 그건 시간을 재는 기술의 혁신이 가져다 준 사회적 차이.
그러나 분명한 건, 달리 규정된 시간은 우리의 인식과 감정을 다른 차원으로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저 흑2 흑4를 감상하면서, 옛 사람들의 감정을 내 알 수 없음을 알았고 옛 사람 또한 나의 감정을 갖지 못함을 알았다.
반상에 시간은 각인되어 남는다 했지만 그 또한 제한된 이해. 옛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바둑을 가졌으리. 시간의 인식이 다른데 어찌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으랴. 저 흑2 흑4가 찾은 비밀스런 틈새를 시간이 넉넉했던 옛 사람은 어떤 감상으로 받아들였을까. 그 점 짐작할 길 없음을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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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님의 솔직한 감상이 참 좋습니다.항상 깨끗한 느낌...감사합니다.함께할수있어 참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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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인!!!! |
｜ 2004-09-23 오후 9:52: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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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음...이것을 프로선수가본다면 .......ㅎㅎ 좀그럴탠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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