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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희생, 그 자유를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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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가. 유쾌한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장주주 9단에게서 들은 것이었는데 정말 유쾌했다. 무엇이 그토록 즐거웠느냐고?
그 전에 인사드려야겠다. 지난 주 나는 캐나다 벤쿠버에 있었다. 제21회 세계 청소년 바둑대회. 단장의 역할로 다녀왔다. 그 대회는 대만의 응창치 씨가 마련한 것으로 단 하나의 조건을 제시한다. 응창치 룰로 바둑을 두는 것.
언젠가 응씨룰을 약간 소개한 적도 있었지만, 정말이지 그 응씨룰에는 배울 점이 없지 않다. 특히 놓칠 수 없는 하나는 착점의 자유. 내가 가장 감탄하고 또 인정하고 널리 소개하고픈 것이다.
기보를 보자. 좌하귀 A가 바로 그것. 우리 나라나 일본에선 백이 A를 둘 수 없는 것으로 하고 있다. 사방이 막히면 돌을 들어낸다는 것이 고금의 바둑 룰이니 백A는 생각지도 못한 것. 그러나 백이 A를 둔다는 사고는 가치가 있다. 시계 방향으로 돌아 좌상귀를 보자. 응씨룰에서는 좌하귀 A를 백이 두면, 흑은 그 돌을 들어내야 한다. 그리곤 흑에게 착수의 차례가 온다. 자, 이제 좌상귀 흑1을 두었다고 하자. 그러면 백4까지 진행되는데 빅이 됨을 알 수 있다.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가? 좌하귀에서 백이 A를 둘 수 없다면 흑은 언제나 백을 잡는다. 흑은 내킬 때 우하귀의 수순을 언제든지 결행할 수 있는 것이다.
자, 그러나 난 자신의 희생, 그 자유를 인정하고 사랑하고프다. 그런데 말이다. 여기서 끝나면 이 글은 재미가 없으리라. 그래서 우상귀를 드린다. 백이 B에 둘 수 있는가? 중국에서 그 점이 문제가 되었을 때, 섭위평 9단이 말했다. 난 저거 인정 못해!
하하하, 난 정말이지 장 9단에게서 그 얘길 듣고 배를 잡고 웃었다. 중국에서 바둑룰은 아주 많이 자주 바뀌었다. 내 그거까지 자세한 거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누군가 우상귀 백1을 둘 수 있다고 했더니 섭위평이 NO! 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당시 섭위평은 중국기원의 실력자.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니었을 때의 중국기원에서 섭위평의 말에는 권력이 실려 있었다. 물론 권위는 실려 있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내 얼마나 웃어야할지 모르지만 유쾌했던 건 사실. 역사는 때로 즐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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