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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둑이 거처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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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5분. 세수를 하고 이 글을 쓴다.
최근 글을 쓰면서 당황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글이란 게 의례 그런 것인지 내 모르지만, 바둑에 대해서 아는 체를 하게 되는 나를 본다. 모르겠다고 하면 겸양이라는 이름의 덫에 걸리게 될 것도 분명하니까 그 또한 나의 아는 체에 기초를 이룬다.
어제 큰 형이 전화를 주었다. 최근 바둑TV에서 내가 해설하는 대학 동문전을 재미있게 보고 있노라는 얘기. 그게 전부였을까. 다른 뜻도 있었다. 말이라는 게 하다보면 그 관성에 이끌려 말이 더욱 많아진다 했다. 말이 많아지면 경박해지고 실수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놓치는 일. 자신으로부터 나온 말과 행동이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제 멋대로 노는 일이 실수다.
나는 관전기를 쓰고 칼럼을 쓰며 TV에서 인터넷에서 해설도 한다. TV와 인터넷 해설은 드물지만, 관전기와 칼럼은 정기적이다. 일기와 같다. 그래서 느낀다. 내 글과 내가 소외(疎外)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느낀다. 느낌을 넘어서서 제대로 인식이나 하고는 있는 걸까.
1년 전에 17세기 도샤쿠의 바둑을 이창호 국수와 검토했다. 이 국수는 돌을 쭉 놓아 보더니, 이 바둑은 다르군요 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명인의 눈에는 명인의 바둑이 한 눈에 들어오는가보다. 나는 그 경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도사쿠를 평가하곤 한다. 과연 나는 그를 말할 만한 수준에 있는가. 저 환상적인 백의 운무(雲舞)에 대해서.
6시 11분. 이 글을 쓰는 지금 저 앞산의 산안개가 눈에 잡힌다. 창밖 풍광이 차가운 물결처럼 맑다. 어제 비가 내렸던 것이 이토록이나 선명하고 촉촉한 안목을 주는가. 마음이 유리처럼 잡히는 순간.
때로 이렇게 눈을 돌리고 현실에의 밝은 인식을 가져야 하리. 만물의 생기, 그 감성이 나에게 수분을 제공하리. 그렇다. 나는 바둑 외의 다른 세계를 좀더 널리 이해해야만 하겠다. 그게 바둑에 대한 나의 노동이 거처할 바다. 바둑도 해석의 뿌리는 깊고 넓은 저 자연에 있으리.
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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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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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님의 글을 읽으면 항상 찬물에 세수를 하는 듯 샹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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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이라 상큼은 할 수 있으되 너무 차가워 때를 밀지 못하듯...피상적 감상은 가슴속 절절한 깨달음의 희열을 느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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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초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