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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한 때가 접어지는 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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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라, 프로라, 돌이 놓인 반상이라….
프로는 편견에 익숙한 집단. 편견이란 무엇인가. 어떤 대상에 대해 인식을 뚜렷하게 가진 것을 말한다. 그 대상이 관념적인 것이든 물리적인 것이든.
지난 4월 23일. 제5기 응씨배 세계대회 16강전에서다. 점심에 잠깐 들러 관전의 즐거움을 맛보려 한 그 때. 나는 즐거움에 못 견뎌 했다. 그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곧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각자가 받는 즐거움은 서로 다 다를 것이다. 왜냐? 바둑에 대한 편견이 저마다 다를 것이므로.
기보를 보자. 우하귀 백1 이하 백5까지 나란히 선 돌 4개. 그리고 좌변 백7. 내 눈엔 저 돌들이 밤하늘 성좌(星座)들의 향연처럼 보인다. 우하귀 백의 자세가 이상하다고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도 당연하다. 백1의 밭전자(田) 행마도 묘하고 백3으로 이어가는 형태가 돌의 효율이 낮은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 인상도 매우 자연스럽다. 백3은 A가 보통이다.
백7은 어떤가. 왜 한 줄 위 B의 자리가 아닌가. 그 B가 좌상귀와 좌하귀 화점에 놓인 백 돌 두 개의 중심인 듯한데. 그래서 B가 좌변의 균형을 살리는 듯한데.
그 이유는 둘. 하나는 우하귀의 백 4점과의 조화(調和) 때문. 우하귀 백 세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 줄 압축한 백7이 적절하다. 다른 이유는? 그건 좌상귀의 돌 배치에 따른다. 흑C 백D로 실전이 진행되었는데, 백D가 올 경우를 생각하라. 그러면 어떤가? 당연히 좌변은 B가 아니라 실전의 백7이 적절한 균형의 자리를 유지한다.
돌은 저마다 갈 자리가 있다. 그 자리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앞서 놓인 돌과 앞으로 놓여질 돌과의 조화를 이룰 곳에 있어야 아름답다. 모든 돌은 반상에 저 마다의 역할이 주는 그 한 때, 그 시간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도대체 저 백을 잡은 사람은 누구인가. 중국의 마샤오춘 9단이다. 흑은 최철한 8단. 최 8단이 이겼지만, 초반의 이 살랑거리는 감각의 향연에서는 마 9단의 재주가 마냥 눈에 잡힌다. 아, 그렇다고 최 8단이 재주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드러나지 않는 재주도 환한 것 못지않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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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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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는향이 |
｜ 2004-05-04 오후 12:02: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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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최철한 대 마샤오춘 대국은 8강전이 아니라 16강전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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