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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남아도 반상은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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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놀랐다.
지난 3월 2일 이창호 국수와 최철한 6단의 제47기 국수전 최종국. 초반 최6단의 격렬한 공격에 이 국수도 질세라 부딪쳤다. 그러나 이 국수의 때이른 실수로 반상은 좁혀졌고 승리는 최6단에게 돌아갔다.
최6단의 국수 쟁취. 바둑사에 하나의 획을 긋는 일이었다.
저녁 7시. 때 이른 종국이다. 두 대국자는 1시간을 검토했다. 검토한 곳은 불과 3군데. 그 하나가 우변이다. 백1,3 이단젖힘은 기세. 이때 흑2 이하가 모두 예상치 못한 결단. 착수의 속도도 빨랐으며 손길도 자신에 찼다. 백A 흑B 백C 이후는 어쩌나? 그리 되었다. 그러나 승부는 거기서 결정됐다.
이 국수에게 인터뷰가 몰렸다. 승자에게 카메라와 마이크가 몰리는 것이 상례건만. 그 만큼 이 국수의 패배는 충격이었다. 약간 상기된 안색이었지만 이 국수는 침착하게 답했다. 10분 정도. 그리고 떠났다.
기자들은 최철한 국수에게 몰려갔다. 약 30분의 질문과 답변. 묘하게도 승자의 답은 패자의 표정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승자와 패자 모두 여전히 승부 속에 빠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일까. 인터뷰가 끝났다.
필자는 남았다. 최 국수를 붙잡았다. 잠깐만,잠깐만…. 우리끼리만.
그래 어떻든? 우리가 말야,입단할 때쯤 되면 내가 입단 실력인지 아닌지 스스로 알 수 있잖아? 바둑판이 둥글게 보이고 모든 바둑의 질문에 나름대로 대답할 수 있잖아?
그래 그래서 말인데,어때? 지금 무엇이 보여? 곤란한 듯 미소 띠는 최 국수. 언제쯤 지금의 실력에 올랐지? 1년 정도? 확신은 없었다고? 그래 그건 그렇고 바둑판이 어떻게 보여? 난 그 경지에 가지 못해 잘 모르니 답해주면 좋겠는데…. 최 국수는 어색하다. 난감한 표정.
순간 질문이 죽었다. 그 경지에 오르지 못한 내가 들은들 어찌 알랴! 물맛이 시원타 해도 내 스스로 물맛 보는 것과 어찌 같으랴. 그렇구나. 최 국수. 이제 그만. 피곤할 텐데. 축하해. 다만 알고 싶긴 했어. 정말이야.
문자(文字)는 죽이고 뜻은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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