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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의 묘수! 두점머리 감각에 숨은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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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삶이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어떻게 바둑의 길로 들어섰는가 하고. 바둑을 안 두었으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바둑을 두었기에 바둑은 얻었지만 나의 다른 시간은 잃었다. 반상에서도 세력을 얻으면 실리를 잃는다. 발이 빠르면 두터움을 잃는다.
프로의 감각은 예민하다. 조훈현처럼 타고난 재주를 가진 기사도 있지만 그 역시 대부분의 기사와 마찬가지로 노력과 시간 없이는 반상의 오감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바둑을 반복해야 비로소 얻는 감각.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잃는 감각. 잃어야할 감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역설.
지난 11일 KBS 바둑왕전 이세돌 7단(백)과 김만수 4단의 대국. 두점머리 감각이 두 기사의 희비를 갈라놓았다. 프로는 두점머리에 대해 대단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두점머리는 두드리라’는 격언이 있듯이 두점머리를 맞는다는 것은 대단히 아프다. 격언마저도 다소 격한 어투 아닌가.
우선 묘수부터 보자. 백5가 두점머리의 묘수. 두점의 머리에 해당하는 자리이다. 다음 백A면 중앙 흑집이 무너진다. 그러나 흑A면 백B,흑C 이하 백H까지 흑 한 점이 잡혀 역시 중앙이 부서진다. 백5에 대해 흑a로 두어도 백B 이하 백H까지 마찬가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흑2가 문제였다. 흑2는 E에 두어서 백b면 흑2,백c,흑d,백e,흑f까지 백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흑2를 E에 두는 건 프로에겐 거의 금기시된 감각인 것을! 흑2를 E에 치받는 자체가 두점머리를 스스로 얻어맞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흑2를 먼저 두면 다른가? 다르다. 백이 c로 받으면 그 때는 E로 두는 것이 무난하다. b와 d를 맞본다. 그런가? 그 E에는 두점머리를 맞는 느낌이 오지 않는가? 온다. 하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흑2와 E가 함께 있으면 흑돌은 삼각형의 모양이 되기 때문에 두점머리 불안감이 약해진다.
두점머리를 두드리는 감각과 맞고 싶지 않은 감각은 동전의 양면. 그러나 그것이 승부라는 길의 비대칭성을 두드렸다. 두 기사의 흑백이 바뀌었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으리라.
(2003-06-17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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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사의 흑백이 바뀌었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으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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